한국문화를 담는 그릇
상태바
한국문화를 담는 그릇
  • 이형모 본지 발행인
  • 승인 2013.03.22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정말 여행을 많이 한다. 국내 여행은 물론 해외여행까지 일상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비즈니스 출장이 아닌 여행을 할 때는 제일 먼저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간다. 두 번째는 명승고적도 있으면 좋다. 세 번째는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마을광장과 시장, 교회, 극장 등등 그곳 사람들의 일상공간에 다가가서 살아 숨 쉬는 생활풍속과 문화를 보고 체험하고 싶은 것이다.

재외동포신문은 하와이 이민 100주년이 되던 해에 창간해서 금년 4월이면 10주년이 된다. 재외동포사회를 왕래하며 지나간 10년 동안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다. 우리가 사는 글로벌 세상은 참으로 넓고 다양하다. 220여 나라가 있고, 그중에 175개국에 726만 재외동포가 살고 있다. 현재를 사는 내 삶의 지평선과 수평선은 참으로 넓기도 하다. 그런데 재외동포들을 만나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한민족의 유래와 정체성”을 이야기 하면서 깨달은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역사공간이 먼 옛날의 선조들로부터 내게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오늘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세상에 대한 많은 정보도 알아야 하고 소통하기 위하여 다양한 언어와 문화도 익혀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복수의 언어와 정체성에 근접하기까지 한다. 완벽한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럴 경우, 나 자신의 ‘삶의 주도권’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21C 글로벌 환경에서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국수주의이고 무익하다. 굳이 한민족이라고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 환경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다양한 환경에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이 뚜렷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오래가지 않아 주변에 동화되고 삶의 주도권뿐만 아니라 추동력 자체가 상실될 우려가 크다. 한민족 정체성 형성에 제일 중요한 것은 고급 한국어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는 한국 문화와 역사를 열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문화라면 생활풍속부터 예술 문학 철학 역사 체육 등등 살면서 벌이는 다양한 활동들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문화의 바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상고시대 단군임금은 백성들에게 “우리들은 하늘님의 백성이고,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는 부모님은 하늘님이 내려주신 분들이고, 옛날 배달의 나라를 개천하신 환웅임금님의 은공을 보답해야 한다.”고 가르쳐서 국민통합을 이룩하고 고조선을 4346년 전에 개국했다. 그래서 한민족에게는 敬天, 孝 , 報本(조상을 섬김) 그리고 홍익인간은 DNA에 각인된 윤리 도덕이고, 민족공동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고조선 3세 가륵단군(BC2181) 때는 표음문자인 가림토정음 38자를 만들었고 그 다음해에는 배달유기라는 배달의 나라 역사책을 편찬했다. 11세 도해단군(BC1891) 때에는 전국 열두 명산의 가장 뛰어난 곳을 택해 소도를 세우고 국민교육센터로 운영했다. 소도에는 반드시 경당을 설치해서 미혼자제들을 모아 ‘독서, 활쏘기, 말타기, 예절, 노래와 음악, 권박과 검술’의 6과목을 가르쳐서 인재를 양성하는 청소년 교육기관으로 삼았다.

고조선은 43세 단군 1908년간 계속 되었는데, 어떤 역사가들은 전기조선(1048년간)과 후기조선(860년간)으로 나누기도 한다. 전기조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21명 단군 중에 9명이 황태자가 세습한 것이 아니고 장관출신으로 공적을 세워 단군으로 즉위한 것이다. 6세 달문단군(BC2049) 때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화백제도를 최초로 시행했는데 화백이란 만장일치나 다수결이 아니고, 다수파가 소수의견을 존중해서 긴 시간 토론 끝에 소수파의 공감과 승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공감정치’를 실행한 것이다.

삼국사기 신라편 진흥왕조 37년 기사에 수록된 난랑비 서문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남긴 글이다. “나라에 깊고 묘한 도가 있었으니 풍류(風流)라 하는데 진실로 이 안에 삼교 (유교, 불교, 도교)가 포함되어 있다.” 최치원 선생이 표현한 “풍류”는 최초의 한류로서 상고시대 이래로 동북아시아에서 문명과 종교와 사상을 선도했던 우리 조상들의 족적을 알게해 준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1억명이 배우고 있는 태권도가 진실한 한류인 까닭은 다만 무예일 뿐만 아니라 “孝”를 비롯한 한민족의 정신문화가 배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4천년 전 ‘경당’을 세우고, 청소년 교육에 독서와 예법을 앞세워 언어와 문자교육을 충실히 하고 활쏘기와 말타기로 정신수양과 팀웍을 다지고, 노래와 음악으로 정서생활을 풍성하게 하고 권박과 검술로 상무정신을 가다듬었던 전통을 기억하자. 이 전통은 고구려의 조의선인과 신라의 화랑으로 이어져 한민족의 몸과 마음속에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4천2백년 전 가륵단군이 가림토정음을 만들고 한자와 이두로 문자생활에 매진했던 한민족이 세종28년(1446년)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공덕으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으뜸문자를 사용하게 되었다.한류문화, 한국문화란 무엇인가? 상품인가?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상품이 아니다. 한국문화를 담는 진정한 그릇은 ‘오늘을 사는 한국인’이다. 세계인은 우리가 담고있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 수는 없다. 진실하게 있는 그대로 살아보일 때 한국문화는 존경과 애호를 받을 수 있다.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의 첫 번째 대상은 재외동포 차세대일 것이고, 그 다음이 세계각국의 시민들이다. 태권도와 한글의 매력 때문에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한국어를 통해 한국인들이 담고 있는 한국문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