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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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지만, 결국은 ‘이방인’”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0.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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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일의 이민자 대상 호스피스 단체 ‘동행’을 이끌고 있는 김인선 대표.

가족도 친지도 없는 이국에서의 삶. 그런 삶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지구촌 시대가 됐다. 하지만 가족도 친지도 없는 이국에서의 죽음.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독일 베를린에는 한국인을 포함하는 아시아인들의 마지막을 위해 활동하는 호스피스 단체 ‘동행’이 있다. 독일 유일의 이민자 대상 호스피스 단체 ‘동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독일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대모로 불리는 한인 김인선 대표다.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죽음을 접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 호스피스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김인선 대표. “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항상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그녀의 고백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얻은 생각과 일화를 정리한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서울문화사)이 이달 초 발간됐다. 독일에서 그녀의 활동은 각종 매체를 통해 이미 많은 한국인들을 울린 바 있어 그의 경험담을 녹여 낸 이번 저서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스피스란 환자가 마지막을 편하게 맞을 수 있도록 끝까지 동행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 책은 이방인의 죽음을 위로하는 재외동포 봉사자의 이야기이자,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는 숙명을 지닌 또 다른 숭고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은 모두 독일 땅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현실에 마주치고, ‘이방인’으로 남는다”는 김 대표의 설명에서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다가 죽어간 수없이 많은 ‘파독’ 동포들의 애환이 사금처럼 남는다.

1972년 이주한 독일에서 30여년간 간호사로 활동하고 7년 동안 호스피스 단체를 이끌며 많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김인선 대표. 그녀 역시 간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현재 15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는 호스피스 단체 ‘동행’은 종교와 민족을 초월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단체를 지향하며 특히 소수민족과 동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봉사와 헌신의 기조를 유지했다.

김인선 대표는 이러한 활동으로 독일 내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이종문화 간 교류의 공로를 인정 받아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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