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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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를 위한 변명
  • 베를린리포트
  • 승인 200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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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라는 직업은 아르바이트 이상이다. 산타클로스는 고객의 취향에 부응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책임도 큰 직업이다.

어린이들에게 평생의 추억을 선사하는 일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산타클로스로 일하려면 일단 캐스팅에 뽑혀야 한다. 항상 필요할 때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언변이 좋고, 어린이들과도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산타클로스는 하루 50만원(4백유로)까지 벌 수 있다. 한곳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하는데 약 3만원을 받는다.

드레스덴 공대의 직업알선소에서 산타클로스가 되기 위한 규칙.

1. 평화와 기쁨을 전염시켜라.

2. 복장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라, 신발도 몸도 청결.

3. 술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작년에 베를린에서만 약 8백명의 학생알바들이 산타클로스 일을 했다.

산타클로스는 모든 것에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혹은 적어도 변명을 잘해야 한다. 가령 꼬마들이 크리스마스 이브 때 당신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절대 독일에서 왔다고 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인도나 호주도 안된다. 산타클로스는 하늘에서 오는 것이다. 혹은 하늘은 아니래도 적어도 북극이나 아이슬란드 쯤은 되어야 한다.

애들이 썰매를 끄는 사슴이 어디있냐고 물을 때는 두가지 답변 가능성이 있다.

선물이 너무 많고 무거워 썰매가 고장나서 눈밭에 버려두고 자동차를 타고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니면 어쩌랴. 눈이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데 이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때는 일단 숲(Grunewald)에 착륙해서 썰매는 거디다 숨겨 두고 자동차로 갈아타고 왔다고 해야 한다. 그리면서 꼬마에게 내년에는 썰매를 태워주겠다는 아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깜박 잊으면 내년에 다른 동료가 일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김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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