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국땅에서 17년
icon 오성
icon 2005-11-20 1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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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떠나서 이국 땅에 발붙이고 산지 어언 17년째다. 몇 차례의 고국 방문 시 항상 첫 번째 느낌은 무언가 부산한 느낌의 움직임이다. 저렇게 부지런함이 오늘의 풍요를 가져왔겠거니 하지만 거기에서 함께 풍겨져 나오는 어수선함은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번듯한 빌딩숲을 뒤로하고 서민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들어설 때의 느낌은?? 대형 상가의 넘쳐나는 물건과 동네시장의 을씨년스러운 설렁함??

우리도 이제는 잘살아 보세라고 외쳐대던 외골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한 예로 대형 상가의 넘쳐나는 물건과 세련된 상술이 저 많은 인파를 불러드렸다 라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겠지만 한편으로 세련된 상술만으로는 저렇게까지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없다. 거기에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데 저들이 과연 노동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일을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휴일도 없이 건강을 해칠 만큼 장시간 일을 시키는 것은 금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얻든가 또는 동네 작은 상점들에게 틈세 시장을 허용하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곳 불란서에서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하기로 정하였었다. 나만 잘살아 보겠다는 외통수는 언젠가 너도 못살고 나도 못사는 사회를 만들 것이 틀림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죽겠다고 한다. 분명 17년 전 내가 이 땅을 떠날 때보다는 생활이 더 낳아 보이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이라고 치부 해 버리기에는 시원치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봉5천이 넘는다는 친구도 만나고 부부가 하루 12시간 일해서 월급 합이 2백을 받는다는 조카도 만났다. 그런데 두 사람 다 노동운동에 대해서 아무런 감각이 없다. 즉 자신의 유익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볼 시도조차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면서 입으로 죽겠다만 되뇐다. 우리의 허술한 노동법이나마 근로 현장에 제대로 적용된다면 사회의 일각에서 벌어지는 ‘죽겠다’의 일부분이나마 해결할 수 있고 이는 곧 사회경쟁력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나오는 여행객마다 파리는 상점 문들을 너무 일찍 닫는 통에 너무 불편하단다. 이번 방문 중에 그 편리함을 만끽 할 수 있었다. 시차 때문에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여행객들이 한국은 얼마나 편리 하다구요를 생각해내고 확인 겸 그 편리를 누려보고자 밤이 깊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나서보았다. 역시나 그 시간까지 북적거리는 피시 방 맥주 집 노래방 24시간 편의점 등등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김없이 붉은 눈에 피곤한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마음만 열어준다면 얼마든지 해결 해줄 수 있는 부조리한 면이었다. 나는 그 후로 늦은 시간에 편리?를 경험 한적이 없는 것 같다. 파리에서의 경험으로 이미 문을 닫았겠거니 하며 내일을 기약 하곤 했으니까. 친구들과 일요일 늦은 밤까지 식사를 하고 커피 집을 찾다가 그 시간까지 문을 열고 있는 커피 집을 찾지 못하고 길거리에 서있는 커피자판기에서 해결을 한 경험은 유쾌한 기억으로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예쁘다 하며 벌어지는 입을 좀처럼 닫기 힘들다.
그러면서 한숨이 나오는데 머릿속에서 번쩍 번개가 이는 듯싶은데 내가 너무 많은 부를 소유하지 않은 것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마찬가지로 이세상에서 돈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많지 않다.
2005-11-20 1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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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11-23 10:59:10
기회되면 파리에서 김치찌게 꼭 먹고 싶네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오성 2005-11-23 03:16:23
파리에 한국식당이 새로 많이 생겨서 그렇게 많이 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13~17정도 하더라구요.파리의 김치찌게가 맛있습니다.

관리자 2005-11-21 23:17:21
여기 얼마전에 김치찌게 가격이 올랐던데...파리는 얼마쯤 하나요. 김치찌게 지수 조사도 다시 해야 할텐데..^^ 여기에 덧글 붙여주시면 좋겠네요..
얼마전 한국에 갔었는데, 정말 가게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더라고요. 제가 이것저것 친구들에게 물어보니..이젠 생활 자체가 매일매일 새벽까지 이뤄지고요...

오성 2005-11-21 21:21:00
파리에선 7시면 문들을 닫구요.과일이나 음료수등은 집앞 구멍가게에서 해결합니다.이런구멍가게들을 아랍사람들이 많이 한다고해서 일명 아랍가게라고도 하지요.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지만 늦은시간(새벽12시~2시?정도)까지 문을 열고 있어서 그나마 숨통을 트여줍니다.

관리자 2005-11-21 01:36:12
파리에선 가게가 몇시에 닫는지요? 제가 살고 있는 이곳 필리핀도 일찍 가게가 닫아서 불편하답니다. 그래도 Seven eleven이 있어 크게 불편하진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