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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6)
icon 까마귀
icon 2005-11-17 18:15:19
첨부파일 : -
연재6:



1월 1일 영시 정각, 돌이 작전개시입니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도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터넷으로 달아 올라갑니다. 장가가고 싶은 홀아비의 민감한 신경은 어디에 시집가고 싶은 아가씨들이 모이는지, 너무 너무 잘 알아맞춥니다.

[연변창구](http://kr.yb.jl.cn)로 달아 들어갑니다. [오작교]를 열어제낍니다. 다음은 [여성초혼]을 클릭합니다. [여성재혼]도 있었지만, 명색이 총각이니 죄송하지만..^^

[여성초혼]에 들어서니 시집 가고 싶은 꽃같은 처녀들이 영 많습니다. 현재 등록인수 1328명, 여기서 하나만 잡으면 작전 성공입니다. 1대1328명이라, 간단합니다. 눈 감고 낚시를 던져도 날씬한 버들치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자신에 넘쳐 들떠 있는 도리, 마치 꽃집 꽃구경하는 식으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며 꽃가게를 둘러봅니다. 생각한 것 보다 괜찮은 꽃들이 많습니다. 모란이나 장미같은 화려한 꽃들도 있었고, 개나리꽃 같은 개성있는 꽃들도 있었습니다.

혼자 구경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여기다 몇개 골라놓았습니다. 여러분, 우리 같이 구경합시다. 시원히 한 마디 칭찬도 해주시고요..^^

파일(1)

이름:[미소]
생년월일:[1984]
주소:[연길]
학력:[대졸]
직업:[유치원선생]
신장:[161cm]
체중: [47kg]

요 아가씨, 3위 하나는 죽입니다. 키도 알맞춤하고, 체중도 알 맞춤한게 나의 이상형입니다. 나 호리호리하고 쭉 빠진 아가씨들이 좋습니다. 이름이 미소니 당근 얼굴도 귀엽겠지요. [자신에 대한 소개 밑 이상형]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 있습니다.

- 이름과 같이 항상 밝은 미소로 살아가는 양광찬란한 소녀입니다. 멋진 스타일의 남자, 남자다운 남자, 사업심이 강한 남자, 마음이 고운 남자... 하여튼 남자... <약속>의 남주인공처럼 낭만적이고, <편지>의 남주인공처럼 안해를 사랑하고, <남자의 향기>의 남주인공처럼 여자를 아끼고... ^^

- 요구가 넘 높죠!? ㅋㅋㅋ... 하지만, 저도 그만큼 잘 해줄수 있어요. 저와 손 잡고 한평생 같이 할 님... 여러분, 메일 주시고요, 새해에 복많이 받으세요.

이만하면 어때요? 귀엽지요. 아직까지 너무 낭만적인 기분인 거 보니 시집비위가 나기 시작한 어린 겨집애가 틀림없습니다. 84년생이라 겨우 21살밖에 안되었네요. 유치원선생님 답습니다. 어린애들에게 인기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도 선생님 밑에서 한번 배워볼까..^^ 치미 밑으로도 기여들어가 보고..^^

파일 저장해둬야지...^^

파일(2)

이름:[난시]
주소:[심양]
학력:[전졸]
직업:[회사직원]
신장:[164cm]
체중:[51kg]
전화번호:[139****2349]

키도 체중도 가릴데 없지만, 하하... 핸드폰번호를 올렸네요. 대단한 아가씨입니다. 여자들에게서 전화번호 얻는 일이 쉬운 거 아닌데. 공짜로 가진 것 같아서 좀 미안함...^^

한족 굴에서 사는 아가씨가 틀림 없습니다. 그러니 전화번호 정도는 대단히 여기지도 않지. 대신 연변아가씨들은 다르답니다. 전화번호 하나도 정말 비싸게 팔아먹습니다. 다른 건 더 말할거 없고...^^

그만큼 여자 닯습니다. 시집오면 남자들 얼마나 잘 대해준다고요. 장가들어본 적 없지만, 장가간 나의 친구들 참 행복합니다. 자식들, 그 모습 얼마나 꼴보기 싫은지...ㅠㅠ..

그녀의 핸드폰번호를 적어 둘가 말가 하다가 단념했습니다. 그래도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내 고향의 아가씨들에게 있는가 봅니다. 고향하면 왜 요즘은 그렇게 친절해 보이는지. 어쩌다 술상에서 연변말로 "우리 이러기쇼”, “제발 그러지 마쇼"하는 아가씨들을 만나면 너무 너무 귀엽습니다.

그만 아래로 내려가죠..^^

파일(3)

이름:[제비]
출생년월일:[1976]
직업:[외자기업사무직]
주소:[상해]
신장:[165cm]
무게:[45kg]

고향은 연길, 귀엽고 발랄스타일, 애인을 편하게 해주는 사리밝은 여자..^^ 취미는 자동차, 음악듣기, 영화보기...

요구: 키는 175~185, 나이 78년생~73년생, 대졸이상(대학원이면 더 좋고...) 직업은 은행/IT/돈 많이 버는 사업 등...^^ 보기좋은 외모에 부드러은 성격의 남자, 상해시에 신혼아빠트 구입할 능력있는 조선족 남성. 장난 사절합니다.

이건 틀림없이 대단이 잘난 여자입니다. 얼마나 잘났는지 보고 싶습니다. 혼자 잘 먹고 잘 살거라, 나쁜 기지배...^^

파일(4)

이름:[꺽다리]
주소:[광주]
직업: 회사원
신장:[185cm]
체중:[78kg]
......

뭐야, 키가 185cm 이나 돼! 체중이 78kg 이나, 배구선수냐, 농구선수냐. 키큰 여자 좋아하지만, 알맞게 커야지 너무 크면 싫습니다. 거기다 체중이 78키로입니다. 씨름하면 무조껀 내가 지게 되어 있습니다.

째끄만 난 질질 뒤걸음 치기 시작합니다. 도망가면서 아래의 글을 힐끔 엿보니 [자신에 대한 소개 밑 이상형]가 눈에 뛰웁니다.

- 사업심이 강하고 여성분들 존경하는 마음으로 어디서든 열심히 노력하는 남자입니다. 요구라면, 아름다운 마음에 부지런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갈수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 멜 부탁드립니다.

이런 깜짝이야, 알고보니 남자였습니다. 잘못 등록한 거 틀림이 없습니다. [여성초혼]에 와서 등록하다니, 어쩜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을까. 이 분은 급해도 너무 급합니다. 여자화장실이 아니니 그렇지, 잡히면 큰일 납니다..^^

그나 저나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있으니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남자와 여자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자들을 대상으로 [사냥작전]을 시작한 나도 참 재미있는 놈이란 생각이 들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배 한대 피우고 나도 등록해 볼까...^^

창밖에서 새해 축하의 폭죽소리가 들려옵니다. 꼬맹이들이 왁지지걸 떠드는 소리가 요란스럽습니다. 설이란 이젠 노총각의 것도 아니고 노처녀의 것도 아닙니다. 언제부터 설이 싫은 나이가 되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시뿌연 담배 연기 속에 뭍혀, 인간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해봅니다.

- 남자와 여자외에 성별(性別) 하나 더 있다면 더 재미나지 않을까. 다리가 세개, 팔도 세개, 눈도 세개, 입도 세개, 코도 세개… 거시기도 세개…

너무 무서워서 구상을 단념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재미가 없을 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2005-11-17 18: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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