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살 부르는 미국판 분열과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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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살 부르는 미국판 분열과 대립
  • 안동일
  • 승인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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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대립, 지역간 갈등의 문제는 우리에게만 있는 전유물이 아닌 듯싶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미국의 그것들이 심하게 불거져 나왔고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얘기되고 있다. 실제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캐나다 정부의 이민 웹사이트를 접속하는 미국인들이 6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하며 우울증과 울화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관심을 끌었던 영화 ‘화씨 9/11’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최근 메시지는 미소를 머금게 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자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지 이틀 만에 ‘선거 후 내게 떠오른 첫 생각’이란 제목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미군 1100명의 명단을 공개한 무어 감독은 다음날 선거 결과에 대해 “에잇, 똥이다.  정말 똥이다” 라고 소감을 밝히고 ‘그래도 손목을 그어서는 안 되는 17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무어는 부시 대통령이 3선 금지법에 따라 다음 선거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여기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부시의 승리가 1916년 우드로 윌슨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작은 표 차이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비록 부시가 선거에선 이겼지만 미국인의 56%는 이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51%가 전쟁을 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52%는 부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외국인들은 이런 이상한 미국적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토를 달았다.

그는 또 공화당은 상원에서 단독으로 의사진행을 할 수 있는 60석을 확보하지못해 대법원 판사가 전원 우익 이론가들로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치 87년 양김의 분열로 군정종식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대선 직후 한국의 야당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또 부시의 승리가 1916년 우드로 윌슨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작은 표 차이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다.

미 대선 드라마에서 우리는 관객이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등장이 한반도에 끼친 영향을 되돌아보면 구경꾼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 1기는 출범 첫해에 다섯 개의 국제 조약에서 탈퇴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부시의 이 일방주의 외교를 이렇게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유럽더러 지구온난화 문제에 간여하지 말라고 했고, 러시아에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거론하지 말도록 요구했으며, 멕시코한테는 이민 문제에 왈가왈부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한편, 터키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모욕을 주었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탈퇴했다.”

부시는 클린턴 전임 행정부가 관여했던 거의 모든 외교적 노력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을 지지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표를 뒤집곤 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출범 초기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지배한 것은 ‘클린턴은 안 된다’였다. 언론들은 그래서 부시의 대북정책을 “클린턴이 아니면 어떤 것도 좋다”(애니싱벗 클린턴)의 약자를 따서 ‘에이비시’(ABC)로 부르기도 했다.

독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는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반미주의도, 사담 후세인도 아니고, 바로 부시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라고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부시가 내걸었던 구호는 ‘더 안전한 세계’다. 반면에 케리는 ‘존경받는 미국’을 내세웠었다.

미국이 존경을 받게 된다면 세계는 좀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미국은 그러기 위해서 자신들의 분열과 대립 그리고 ‘어정쩡한 통합보다는 확실한 분열’을 내세웠던 부시 캠프의 전략 때문에 더 심하게 겪고 있는 반대자들의 정신적 공황 상태를 먼저 치유해야 될 듯싶다. 그 치유는 일방주의 패권주의 정책의 포기로 이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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