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상처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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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상처 받았어요”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7.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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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오 시카고미주체전 조직위원장이 밝히는 미주체전 파행 전말

LA 체육회 ‘자리싸움’이 불씨

▲ 조용오 시카고미주체전 조직위원장.
“어른 싸움에 어린 선수들이 상처 받았어요”

지난달 26일 시카고에서 열린 ‘제15회 미주체전’의 조직위원장 조용오 시카고체육회장의 말이다.

이번 시카고 미주체전은 2박3일간 27개 도시에서 3천200여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미대한체육회(회장 장귀영)와 대회를 주관한 조직위원회(시카고체육회)의 갈등으로 종합순위도 발표되지 않은 채 폐회식이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또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가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 것.

“LA체육회가 분열돼서 두 개 팀으로 왔어요. 체육회 자격시비 끝에 박주환 부회장이 데려온 팀의 선수 50여명이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거죠.”

조용오 조직위원장은 LA체육회의 내분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나였던 LA체육회가 갈라진 사연은 이렇다. 김익수 당시 LA체육회장이 LA지역 야구협회장이던 홍창권씨 대신 새로운 사람을 임명한다. 각 종목별 지역협회장은 일반적으로 그 산하에 있는 스포츠클럽 단체장들이 뽑는 것이 관례. 이 때문에 일각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재미대한체육회의 유정혜 수석부회장이 LA지역 배구협회장을 선정하고 관련 공문을 LA체육회로 내려 보낸다. 재미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의 미국 지부이자, LA를 포함한 각 지역 체육회의 연합단체로 이 단체의 유정혜 수석부회장은 홍창권씨의 부인이기도 하다.

▲ 2009 미주 한인체전이 시카고에서 열렸으나 파행으로 끝났다. 사진은 시카고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
이러한 와중에 지난 4월 재미대한체육회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재정투명성 문제와 임원진과의 불화를 문제 삼아 김익수 LA체육회장의 대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재미대한체육회가 김익수 LA체육회장을 제명하고 그 대행으로 김창대씨를 임명했어요. 그런데 LA체육회의 일부 임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박주환 부회장을 대행으로 내세워 선수단을 파견한거죠.”
이렇듯 LA체육회가 분열돼 두 개의 선수단이 시카고로 오자 조용오 위원장은 두팀 모두 참여시키라고 주장했다.

“조직위에서는 일단 선수들이 여기까지 모였으니 두 선수단 모두 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죠. 그런데 재미대한체육회 배구종목협회장인 유정혜 수석부회장과 남편인 홍창권 야구협회장의 반발이 컸어요. 박주환 부회장측 선수들이 배구, 야구, 탁구 세 개 종목에 60여명을 파견했는데, 실질적으로 해당 경기의 ‘호각’을 쥐고 있는 것은 각 종목 경기협회장이거든요. 결국 탁구 종목만 경기를 하고 배구와 야구 종목은 유 수석부회장과 홍 협회장의 반대로 경기를 못했죠.”

조용오 위원장은 재미대한체육회로부터 외면받은 박주환 LA체육회 부회장측 선수단이 대안으로 ‘번외게임’을 갖도록 조정이 오갔다고 말한다.

“정식 경기에 참여시키는 게 어렵다면 메달이나 점수 집계와는 상관없이 번외게임을 하는 것으로 재미대한체육회 측과 이야기를 했어요. 이에 따라 한인 1.5세와 2세들로 이뤄진 박 부회장측 선수들이 27일날 번외게임이라도 하겠다고 경기장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재미대한체육회 측에서 구체적인 경기 스케줄을 안주더군요. 배구선수단은 3시간 넘게 시합을 기다리고 야구 선수단은 태양아래서 5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울면서 숙소로 돌아갔어요.”

이처럼 선수들이 상처받은 다음날인 28일, 조용오 위원장은 재미대한체육회 장귀영 회장을 미주체전 대회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공식발언하고 시카고체육회의 재미대한체육회 탈퇴를 선언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1년이 넘도록 체전 준비에 애썼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대회장인 재미대한체육회 장귀영 회장의 지원과 협조로 화합할 수 있길 기대했습니다만, 공식발언 당시 부끄럽게도 고성이 오가고 경찰도 개입했습니다. 또 점수집계를 해야 할 재미대한체육회 임원들이 그대로 남은 일정을 ‘보이콧’하고 철수하면서 마무리도 제대로 안됐고요.”

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지금 생각하면 대회 파행의 책임이 조직위원회와 대회장, 경기협회장 모두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체전은 계속돼야 하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민족이 화합하고 한인 2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 중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이번 대회의 상처도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조 위원장은 미주체전의 본래 목적을 강조하면서 다음 체전에 참여할 동포 2세들은 “상처 없이 모두 환하게 웃을 수 있기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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