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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17)
icon 까마귀
icon 2006-01-22 16: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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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17) -




오늘은 1월 1일, 양력설입니다. 잠에서 깨니 해가 중천에 떠있습니다. 지난 일년 동안 잠만 잔 것 같습니다.

배가 고파 근처의 개고기 집으로 가서 개탕 한사발 시켜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해 첫날에 개고기입니다.

꼬리꼼탕 먹는 건데..ㅠㅠ

정신이 좀 들자 다음 일을 생각합니다. 이젠 연설도 끝났고, 할 일은 오작교에 혼인광고를 올리는 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개탕집을 나와 습관적으로 북경대학 미명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마치 제집 공원처럼 자주 산책갑니다.

담배 한대 꼬나물고 미명호를 돌고 돌았습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스케트를 타는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애들의 부모 같아 보이는 어른들이 주위에 서서 애들이 노는 거 지켜보고 있습니다.

눈 앞에서 젊은 커플이 사랑스레 팔장을 끼고 걸어갑니다. 나란히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니 한폭의 그림 같습니다.

행복이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입니다.


*


오후 5시, 컴 앞에 앉아 오작교 [회원등록]을 클릭합니다. 솔직히 자신의 파일을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웃겠으면 웃으라지요..^^ 나는 장가를 갈 겁니다. 남의 눈치를 볼 때가 아닙니다.

위장결혼이든, 정식결혼이든 우선 가고 볼 판이지요..^^


아이디: 까마귀
성별: 총각
출생년월일: 74년생
결혼경험: 무
희망혼별: 국내초혼, 국제초혼
학력: 대학원
메일 주소: kimdoll4321@hotmail.com
핸드폰: ************


[청혼광고]:

까마귀 둥지만 보면 왠지 설레이는 이 가슴, 까마귀 둥지같은 집이라도 한채 마련해 새롭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싶은 마음, 요즘은 미칠 지경입니다. 처녀동무들 날 좀 살려줍소.
그저 여자답고 가정을 잘 꾸려갈수 있는 아가씨면 됩니다. 고양이처럼 깜찍하고 귀여운 아가씨면 더 좋구요. 귀여운 딸님 하나 만들어주면 그 은혜 죽을 때까지 갚겠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메일 주세요..^^


다 쓰고 나니 좀 이상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킥킥하며 우리 형이 1년 전에 신혼 첫날밤을 위해 마련한 크다만 따불 침대 위에 누워 베개를 끌어안고 한바탕 딩굴었습니다.

기끈 힘을 빼고는 담배 한대 꼬나뭅니다. 맥없이 허연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 소설과 현실이 하나로 융합된 세계란 어떤 것일까.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난 이미 [연변창구]의 오작교에 동록해놓았습니다. 어떤 아가씨가 찾아올까. 하나도 안 찾아오면 괜히 쪽팔리는데...^^

실제적으로 미끼를 뿌려놨으니, 그저 나의 소설의 구상대로 일이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아니, 그 반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니, 그 반대의 반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비극이냐, 희극이냐, 사실 나 둘 다 좋아하지만, 아직은 모르겠고 천천히 두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뒷골이 뻥합니다. 너무 지쳤습니다.

기분전환이 이렇게 빈번하고야, 기분락차가 이렇게 심하고야, 이게 어디 사람 할 노릇입니까.

여러분, 일본에서 빠찐꼬를 해본 적 있습니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꼭 장가를 가야 하는 건가. 어디 가서 시원한 맥주나 한병 마시고 올까.

바로 그때, 저의 핸드폰이 정신없이 <우리 엄마 기쁘게...>를 연주합니다.

- 우리 엄마 기쁘게 한번 웃으면 구름속의 햇님도 반긋 웃고요. 우리 엄마 기쁘게 두번 웃으면 아름다운 꽃들도 피여납니다. 고생속에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웃으시면 온 집안이 꽃이..

북경에서 사업하는 고향의 동생벌 친구입니다.

- 형님, 안녕하오.

- 영수구나. 오래간만인데.

- 설인데, 어떻게 보내는가 해서, 저녁식사 했소?

- 아니.

- 형, 설인데 술 한잔 하기오. 형님도 보고 싶고, 그리고 나 형님하고 좀 할 얘기가 있소.

- 그래, 어디서 만날까.

- 오도구에 있는 한식집 [여우사이]를 아오?







^^
2006-01-22 16: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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