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까마귀 둥지(13)
icon 까마귀
icon 2005-12-26 01:15:55
첨부파일 : -
까마귀 둥지(13) -



-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까.

여자들이 왜 이렇게 적은가 했더니,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남자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역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안난 사람들은 어쩌면 좋을까.

[남성초혼]의 파일을 구경하다 생각밖의 발견에 쇼크를 받았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리 조선족 남자들에겐 어마어마한 현실입니다.

제가 천천히 얘기할 거니 여러분 저의 얘기를 들어보세요. 우선 북경총각의 광고문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몇년동안 타향생활을 홀로 하며 외롭게 보내왔습니다. 이젠 그래도 자리가 잡혀가니 좋은 여자분 만나서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북경으로 와서 생활할수 있는 그런 분 만나고 싶어요. 북경에 있는 분은 더 좋구요. 고향이 연변이니 연변사람이였으면 더 좋겠습니다.”

이 정도면 참 점잖은 분이시지요. 믿음직하고 듬직하고 실수 없어 보입니다. 기대고 싶은 여자들이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요거 참고하기로 하고, 다음은 연변총각의 파일입니다.

”남자 회계면 다들 좁쌀같다구 하지만 난 옥씨쌀입니다. 남자답구 자상하단 말두 듣구 혹간 못났다는 말두 듣구. 근데 멋지단 말 더 많이 듣습니다. 이런 저런 말 많이 듣지만 최고의 평가는, 저 놈만큼 짜게 놀면 못 사는 없다. 잘 살고 싶으면 연락주십시오. 밖에서는 짜지만 집안에서는 하나두 안짭니다. 효자란 소리도 자주 듣습니다. 대방에 대한 요구는 높지 않습니다. 키가 156cm부터 163cm어간, 체중은 43kg부터 55kg어간, 단꺼풀이 아니고 쌍꺼풀...”

하하하... 자식 웃기지요. 진짜 회계답습니다. 수판알을 튕기는 것처럼 이마를 튕겨가며 고를 생각입니다. 여자들이 수박인가. 지금쯤은 청혼 메일이 왕청 날아갔을 거라고 믿습니다.

요것도 참고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서울총각”의 파일입니다. 서울총각이라니, 연변에서 건너 간 유학생인가 했더니 읽어보니 아닙니다.

”전 서울에 사는 한국사람인데 국적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이 넓은 세상 넓은 마음으로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작지만 수입이 괜찮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요구는 키는 160cm이상에, 이쁘고 마음씨가 좋아야 됨. 그리고 꼭 순진한 처녀야 됩니다.”

오리지널 한국사람이 틀림없습니다. 대한민국 노총각들이 해외로 나가면 왕자병에 순결콤플렉스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순결콤플렉스도 있고, 왕자병도 없지 않습니다.

근데,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그야 여자냄새를 맡고 찾아왔겠지..허허..

-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사세요.

도리는 단순한 국제교류정도로 마음 넓게 먹고 넘어갑니다. 사실 결혼만큼 멋진 국제교류가 어디 있을까요. 이거야 말로 진짜 깊이가 있고 의미가 있는 교류가 아니겠습니까.

소중히 여기시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또 하나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러고 보면 그저 국제교류정도로 넘어가긴 글렀습니다.

- 대체 얼마 들어와 있는 거지.

암만봐도 이건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도리는 의심스런 파일을 하나 하나
클릭해봅니다.

-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내 님은 어디 있냐, 어데 있냐.

세상에, 새까맣게 들어와서 등록해놨습니다. 입이 딱 벌려진채 닫기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장가 못가는 사람들은 모두 시골총각인 줄 알았는데, 무슨 놈의 사장이 이렇게 많을까. 혹시 여기에 ‘강낭의 무슨 행동파’의 형님도 여기와 숨어있는 거 아닌지?

한국의 깡패에게 잘못 시집가서 신세를 망친, 어느 연변아가씨의 이야기는 우리 연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 남자가 많고 여자가 적은가 했더니 이런 문세였구나.

- 세상에, 별일 다 보겠다.

지금 이 시간에도 꽃 같은 아가씨들이 줄을 처서 한국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습니다.

- 야, 이 도둑놈들아, 왜 남의 밭에 와서 감자를 캐 가는거야. 너네 밭에는 감자가 없냐. 이거 대체 뭐야. 주인 먼저 캐가는 법이 어디 있어. 순서가 있을 거 아니냐. 백두산 밑의 감자가 예쁘고 맛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구 캐가면 우리는 어쩌라는 거야.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적어도 종자라도 남겨둬야 내년에도 감자농사를 하지. 한 곳으로만 몰려들지 말구 베트남에도 필리핀에도 가보란 말이야. 그 곳 감자도 괜찮아. 해빛에 좀 그슬러서 그렇지 맛은 같은 거야. 에씨, 미치고 환장하겠다.

그나 저나, 이 많은 도둑놈들을 어쩌면 좋을까. 관리자가 아니니, 내쫓을수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장가가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왔으니, 순순히 떠날 넘들도 아닙니다..ㅠㅠ

홍콩까지 원정가서 데모를 하며 홍콩경찰을 두들겨 패는 용사들입니다.

사실 장가 못 간 놈의 성질은, 장가 못 간 놈이 잘 압니다. 나보고 장가가지 말라면 내가 가만 있을까. 나도 홍콩 가서 경찰들을 두들겨 팰겁니다.

대한민국 대통령님께서는 이 많은 노총각들에게 책임을 져야한다고 봅니다. 불법체류자만 단속하지 말고, 감자도둑놈들도 단속해주셔야 합니다.

- 후유~ 우리 집 감자밭의 감자는 그래도 내가 단속해야겠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여기서 정중히, 장가 못간 우리 중국의 조선족 홀아비들을 대표해서 여성동무들에게 부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시집 가든 말든, 그리고 어디로 가든, 모두 마음대로지만, 그래도 한국으로 시집가려는 아가씨들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충고를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특별공지]

내일 저녁 7시, 연변대학 대강당에서 까마귀님의 강연이 있겠습니다. 시집갈 나이가 된 아가씨들은 모두 참석하기 바랍니다. 시집 갈 나이가 된 딸을 둔 부모님들도 함께 참석하기 바랍니다. 장가 못간 홀아비들은 반드시 참석해주셔야 합니다. 나의 일이자 바로 여러분들의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장가가고 싶지 않습니까.

1. 강연제목: <한국으로 시집 가고 싶은 아가씨들에게>
2. 강 연 자: 까마귀
3. 주 제:

<<남자가 국경을 넘나드는 목적은 하나가 아니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여자때문이다. 여자가 국적을 넘나드는 목적 역시 하나가 아니지만, 그 중의 하나가 남자를 따라 가는 것이다. 때문에 국경이란 모종 의미에서, 손바닥의 운명선과 비슷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나란이 운명선을 날아넘는 두 남녀를 보시라. 남자는 목적의 달성에 권태까지 느끼지만, 남자의 어깨에 기댄 그녀는, 비행기란 영원히 떨어질줄 모르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믿져야 본전인가.>>
2005-12-26 01:15:55
221.133.185.7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피터 2005-12-26 01:10:37
한국 남자의 작업에는 국경은 없다. 단 언어장벽은 있다.
그래서 엉뚱한 연변아가씨가 타겟이 될란가?

연변총각님들 억울하겠지만... 어쩌겠쑤까..
유머감각이라도 높다면 어찌 될듯 싶는데..^^

메리 클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