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동포 시론>추한 이미지의 선봉에 선 한국대사관
icon 임용위
icon 2007-02-16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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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이미지의 선봉에 선 한국대사관

고달픈 생활고 이겨내기도 벅찬데 동포 얼굴에 먹칠까지




요즘 멕시코 한인사회는 온통 죽을 맛이다. 눈곱만큼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경제 사정이 그런데다가, 현지 언론의 한국인을 겨냥한 왜곡보도는 마치 무슨 레퍼토리를 양산하는 양 잠시도 조용해질 만할 틈을 주지 않는다.

멕시코시티의 상업 중심가(스페인어로 보통 ‘쎈뜨로’로 통함)에서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한인상업인들은 대략 500여명으로 추산된다. 멕시코시티 내의 한인인구가 1만 명이 훨씬 안 되는 수치와 비교할 때 이들 쎈뜨로 지역의 한인상인들의 숫자는 멕시코 전체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엉뚱하게 ‘마피아’라는 오인을 받고 지내온 세월도 억울한데, 쎈뜨로 지역을 밀수 범람지대로 오염시키고 있는 장본인이 꼬레아노(한국인)라고 근거 없이 퍼뜨리는 게 현지 언론이다. 그것도 대통령 측근이 공식 석상에서 ‘추방시켜야 된다.’는 극단적인 망발까지 일삼으며 흉측한 여론몰이를 했던 때가 불과 한 달 전이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분루만 삼키며 참고 당하는 게 한인 상인들의 현주소다.

이처럼 살얼음판에 내몰린 한인들에게 아예 ‘죽어라!’하고 찬물까지 끼얹는다면 과연 누군들 배겨 날 방도가 있을까. 더욱이 그 부류가 멕시코 현지인이 아닌 한국사람 장본인, 한 술 더 떠 한국대사관 직원이라면 과연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얼마 전에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졌고, 그 사건은 멕시코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로 보도 방송됐으며, 이 일로 찬물을 옴팍 뒤집어 쓴 선량한 한인동포들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건 정황은 이렇다. 지난 달 12일 새벽 4시쯤 대사관 행정 차량 번호를 단 승용차가 노선을 이탈해 독립기념탑(한국으로 말하면 독립문 정도의 멕시코를 상징하는 기념탑)을 침범해 오르다 멈췄고, 때마침 현지 신문기자에게 포착돼 촬영된 한국대사관 행정차량 속의 인물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두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독립기념탑을 중심으로 차량을 우회하려다가 운전 미숙으로 기념탑을 침범했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두 한국인이 음주(언론이나 여론은 만취상태였다고 하나 당사자들은 약간 취한 정도였다고 함) 상태에서 현지 교통경찰에게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쎈뜨로 한인 상인들이 이웃 현지인 상인들과 고객들에게는 물론이고 한인 사업장에 고용된 현지인 종업원들로부터 곧바로, 그리고 고스란히 들어야 했던 비웃음과 손가락질은 멸시와 냉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건 오랫동안의 경제 침체와 왜곡된 한인 이미지로 인한 상처와는 또 다른 특성의 문제였다.

사실, 음주상태로 기념탑을 치고 올라왔던 차량 속의 두 주인공은 공관원이 아닌 민원실 사무 여직원과 상무관 소속의 연수생이었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한 잘못을 시인하고 싶지 않은(?) 공관의 입장일 뿐이고 현지 사회에서는 이미 한국 대사관의 음주운전 행각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난 뒤였기에 대부분의 한인동포들은 씁쓰레한 허탈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전례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국 언론에 은폐되어서 그렇지 2년 전 한국 대사관 직원의 음주운전 사고는 이번의 경우보다는 더 심각했다. 그때는 행정 차량이 아닌 외교 차량이 독립기념탑에서 한 불럭 떨어진 분수대(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를 들이 받았고 차량이 심하게 훼손된 외교차량 안의 운전자는 기가 막히게도 외교를 담당한 공관원이 아닌 대사관 소속의 임시직원이었다.

이번만큼이나 현지 언론에 크게 부각됐던 추한 한국인의 실상이 왜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것처럼 우리글로 소식이 보도된 것을 발견할 수 없는지 그 알 수 없는 능력의 우수성에 대해서만큼은 한국대사관에 경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도저히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요. 그저 세월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 한차례 씩 멕시코 공항을 찾는다는 한 동포 여행사 업주가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현지인 공항 직원과 부딪힐 때마다 갖는다는 이 한마디 느낌의 변이 ‘죽을 맛’의 한인동포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임용위/재멕시코 희곡작가
2007-02-16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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