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2: - 못난 인간들이여, 자랑 많은 놈에게 자비를 베프시라. (<까마귀 명언록>에서) 지금부터 나의 자랑입니다..^^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을 유수같다고 하지만, 저의 눈에는 해마다 피고 지는 사쿠라 꽃을 보는 것 같습니다. 쿄토에서 공부할 때, 나의 집 뒤에는 유서 깊은 진쟈가 하나 있었는데, 사쿠라 나무가 여러 대 있었습니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오면, 사쿠라 꽃이 한결같이 피어나는데, 저도 몰래 끌려가 창가에 서게 되면 꽃 향기에 숨이 막힐 정도였고, 아름다음은 나의 두 눈을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쿠라는 해마다 피고 지는 재미가 있지만, 짦은 인간의 일생은 한번 피고 지면 끝인 것 같습니다. 나의 부러움은 500년이 된 피부가 터덜터덜 해진 늙은 사쿠라 나무도 해마다 꽃을 만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여자들이야 더 부럽겠지요..^^ 일본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어제일 같지만, 어느새 7,8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보니 남은 건 단편적인 기억뿐입니다. 4년 동안 학부에서 법률공부를 하였는데, 변호사가 될 가망이 없어보여,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연구하였습니다. 졸업할 때가 되자 지도교수님이 저를 박사과정으로 추천하겠답니다. 내심 고마웠지만 저는 사절하였습니다. - 죄송하지만 저는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돌아가서 조용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우리 고향은 순문학적으로 많이 발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중문학부분이 많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돌아가서 고향의 대중문학의 발전을 위해 이 한몸을 바칠 생각입니다. 지도교수님은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시고, 저의 의사를 존중해주었습니다. 술집 여자에게 몸을 받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난 고향에 이 한몸을 바치겠다는데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대신 교수님은 박사공부를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도와주시겠다며 저에게 뒤문을 삐쭉 열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본을 떠나려고 하니 주위의 사람들이 반대해 나섰습니다. 일본이 얼마나 좋으냐, 돌아가서 뭐 할거냐, 연변에 가서 일주일도 못 참고 다시 돌아올 거 뻔하지 않느냐, 하면서 바보같은 생각을 버리랍니다. 일본이 좋은 줄 잘 알지만, 귀국은 심사숙고한 뒤의 결정이였습니다. 나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고 꿈의 실현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한번밖에 없는 나의 인생입니다. 나는 내 생각대로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실은 2년동안 문학연구를 하고 나니, 진절머리가 납니다. 연구보다 창작하고 싶은 의욕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창작을 목적으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문학연구란 나에게는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 내가 왜 남의 문장을 연구해야 되지. 왜 남의 인생을 연구해야 되나. 연구는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나는 작가가 될 거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나를 연구해야 돼. 나의 작품, 나의 인생, 나의 모든 것에 관해 옥신각신 하게 만드는 거야. 나의 결심은 누구도 동요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단연히 돌아와 북경에 자리를 잡았고, 그후부터 매일 라면과 김치로 배를 채우며 열심히 글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청빈한 생활이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충실했습니다. 이만하면 여러분들 보기에도 위대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당의 따스함도 친지의 따뜻한 칭찬도 친구들의 지지의 술 한잔도 없었습니다. 그저 반대만 안하고 빈정거리지만 않아도 얼마나 감사 했을까요. 세상 사람들은 이상주의자가 싫은 가 봅니다. 사실 반은 미친 놈이지만..^^ 위대한 사람 주위에는 원래 이런 일이 많은가 봅니다. 뻔한 일이지만, 그래도 괘씸하거던요. 못난 여자친구 델구 와서 우리 집 앞에서 데모하는 놈, 그 잘난 중고차 끌고 와서 기를 채워주는 놈, 결혼한다며 결혼청첩장을 던지고 가는 후배놈들..^^ 그래도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 참습니다. 나도 여자친구를 델구 데모하러 갈겁니다. 나도 중고차라도 하나 마련할겁니다. 나도 결혼식을 올려 친구들의 부조를 받아낼겁니다. 남들보다 결혼을 네 댓번 더 할겁니다..ㅠㅠ 이거야 말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때를 놓치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상주의자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위대한 시인이, ‘왕솥뚜껑 삼겹살’집 앞에서 짤막한 시를 한 수 지었습니다. - 돼지 고기 앞에서는, 몸에 지닌 빛도 자취를 감추나니. 요즘 작전을 시작하면서 처음엔 그래도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하여, 그런 생각이 많이 머리를 차지했는데, 하루 하루 연재가 싸여가니 나도 이제는 희망이 보입니다. - 아, 이젠 글도 잘 되고 오라지 않으면 책도 나올거고 돈도 많이 벌겠는데, 기뿐일엔 언제나 나와 같이 기뻐해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내가 돈지갑을 자주 잊어먹으니 문 나설 때마다 따뜻하게 주의를 주는 그런 아가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가. 내가 글 쓸 때 말없이 커피 한잔 따라주는 그런 아가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내가 어쩌다 술 처먹고 이튿날 배가 아파 고생할 때, 따뜻한 장국 하나 받쳐주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들이 쓴 광고문을 보니 남자들의 생각이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제일 큰 욕망 하나만은 입밖에 안 내던데요. - 자식들, 속은 뻔해가지고 고상한 체 하는구나. 같은 남자이니 내가 생각한거나 니가 생각한 거 뭐가 다를까. <까마귀 명언록>에서는 노총각의 욕망을 아래와 같이 해석합니다. - 노총각의 욕망은, 여자의 필요성과 여자의 결핍에 의한 괴로움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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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12-01 23:54:46 더보기 icon 삭제하기 까마귀님은 얼른 결혼하셔야 겠습니다. 결혼하고 나면 노벨문학상이 한걸음에 달려올 최고의 작품이 나올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처자님들 댓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