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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9)
icon 까마귀
icon 2005-11-24 12: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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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9:


- 무슨 아이디로 등록할까.

여태까지 사이버에서 이런 저런 아이디를 많이 썼습니다. ‘도리’도, ‘도리도리’도 모두 나의 아이디입니다. 실은 나의 이름이 “돌”이여서, ‘돌이’에서 ‘도리’로, 그리고 다시 ‘도리도리’로 태어난 겁니다.

‘도리’는 평범한 ‘돌’이란 뜻으로 해석이 되겠지요. 도리가 많은 놈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대신 ‘도리도리’는 내가 좀 머리를 굴려서 만든 아이디입니다. ‘머리를 도리 도리 흔든다’는 뜻도 있지만, ‘도리와 도리를 따져 도리를 이길소냐’ 그런 뜻도 없지 않습니다. 그 외에 외형만 봐도, 만리장성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깨끗하고 차분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아이디만 봐도 알만하겠지만, 참 도리가 많은 도리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도리를 따졌습니다. 고향 사람들과도 따지고, 대한민국 국민들과도 따지고, 집안의 공산당원들과도 따졌습니다.

당연히 잘난 일본의 국회의원들과도 따졌지요.

- 독~도는 우~리 땅.

그뿐인가, 길 가던 고슴도치와도 따지고, 다리 밑의 쥐와도 따졌습니다. 산 시체와도 따졌고, 무덤 속의 해골과도 따졌습니다.

- 이놈들, 내 집에서 나가지 못할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외나무 다리에서 대단한 적수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나의 앞길을 막고 나와 따지고 듭니다.

- 한민족으로서 왜 한국에 와 배울 생각은 안 하고, 먼저 일본으로 건너 갔느냐.

도리에 진 도리가 화가 나서 대답합니다.

- 니 똥무지 크다. 됐지. 길 비켜.

그 날, 도리는 난생 처음으로 ‘도리가 없는 놈이 바로 도리가 제일 많은 놈’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시한 얘기는 이만 하고..

도리는 지금 여자와 도리를 따지러 가는 거 아닙니다. 지금 여자를 꼬시러 가는 길입니다. 원칙적으로 도리는 여자와 도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이기기도 힘들지만, 이겼다해서 좋은 점이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적어도 그녀는 나에게 시집오지 않을 거 뻔하지 않습니까.

남자와 여자 사이에 팔고 사고 할 수는 있어도, 도리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꼬시는 겁니다. 사냥꾼이 될수도 있고, 사냥감이 될수도 있습니다. 남자호랑이가 암소를 잡아먹는 것은 천성이지 도리가 아닙니다. 여자호랑이가 숫말을 잡아먹는 거 역시 천성이지 도리가 아닙니다.

하늘이 정해준 유희가 끝나면 서로 등을 돌리던가, 다정히 손 잡고 침실로 향하던가, 결과는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요즘 어떤 깜찍한 아가씨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나의 <며느리감 사냥작전>을 보더니만, 지금부터 자기도 <어머니의 사위깜 사냥작전>을 시작한다고 야단입니다. 옛날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의 용기에 탄복합니다.

때로는 여자들이야말로 진짜 사냥꾼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여자들에게는 노총각이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알맞은 사냥감이 아닐까.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공기 속의 피비린 내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기회에 유명한 사냥군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까요. 지금까지 모두 픽션이었지만, 이 에피소드만은 거짓 하나 없는 실화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어험, 내 고향 연변에 똥팔이란 총각이 있는데, 한국여자와 위장결혼을 하고 그녀에게 700만원이란 거금을 넘겨 주고 한국으로 건너 갔습니다.

남자들도 위장결혼 대상이 되는 줄 몰랐지요..^^

문제는 한국으로 간 뒤였습니다. 그녀에게 700만을 넘겨주고 어디 숨어서 열심히 돈을 버는가 했더니, 똥팔이는 그녀와 정식으로 같이 살기 시작한 겁니다. 위장결혼이 정식 결혼이 되어버렸습니다.

똥팔이란 놈도 웃기지만, 똥팔이와 같이 사는 그녀 역시 엽기입니다.

우선 그녀는 위장결혼으로 700만원을 벌었습니다. 결혼 뒤, 똥팔이가 열심히 일 해서 그녀의 카드 빚을 갚아주지, 매달 생활비를 벌어오지, 꼼짝 안하고 집이나 지키며 놀며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멋진 일이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 이 보다 멋진 남편이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똥팔이 부모의 화는 하늘에 미칠 정도입니다. 계산해보시면 알겠지만, 믿져도 너무 믿졌습니다. 다른 거는 말구, 위장결혼으로 한국갈 때 꿔간 돈은 물론,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잣돈 조차 값지 못한 처지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바보스런 자식이 어디 있을까요..^^

똥팔이 엄마가 화가 나서 동네사람들과 말합니다.

- 여시 같은 년이라구, 700만원이나 받았으면 됐지, 왜 끝이 없는 거야. 그 눔의 겨지배, 우리 똥팔이 덕분에 호강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위장결혼이란 ‘너 좋고 나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한 마디로 ‘잘 살고 싶은 사람’과 ‘일확천금을 꿈 꾸는 노랑쥐’들이 손 잡고 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어느 한쪽만 탓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카드빚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신용불량녀’들이 내 고향으로 몰려들지 않을가 걱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똥팔이 녀석, 나 먼저 장가 갔네요..^^
2005-11-24 12: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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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2005-11-25 05:27:53
못살면 위의 형이나 언니들의 옷을 받아입게 되는데...

언제면 나에게도 새옷이 차려질까..^^

관리자 2005-11-24 18:35:50
예전에 미국간 한국 아가씨들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