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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꼬마 팬(Fan)들
icon 올빼미
icon 2005-11-20 15: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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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꼬마 팬(Fan)들

몇년전, 우리가 장구배우기 시작한지 얼마안됐을때, 베트남 설날 잔치에 가서 연주 한적이 있다. 연주가 끝나고 장구를 들고 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쫓아오며 내 장구를 보란다. 궁편 가죽이 찣어진거였다. 가죽이 젗으면 잘 찣어진다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들고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 그 추운날씨에 장구를 밤새도록 차에 놔두었던 것이다. 무식이 용감이라던가? 그저 순서 기억하기에만 바빠, 얼었다 녹은 가죽이 찣어지는것도 모르고 그냥 두들겨 댔으니, 그 소리인들 오죽 했을가?

연예순서가 끝나고 몇몇 사람들과 서서 얘기하고 있는데, 여덟살쯤 되는, 베트남인 친구의 딸 ‘린’이 제또래 아이들과 함께와서 자꾸 내한복을 만지작 거리며 나를 올려다보고 웃는다. 나는 그저 내가 제엄마 친구고 한복이 특이하니까 만져보나보다 하고 한마디 아는척해줬다. 그런데 조금있으니 또 애들을 데리고 와서 내치마를 잡아 당기는것 아닌가? 나는 왜 그러느냐고 묻다가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알고보니 ‘린’은 제친구들한테 날 안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애들 눈엔, 화려한 한복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한 우리가 무슨 연예인처럼 보였고, 그런 나를 알고있는 ‘린’은 좀 우쭐했던 것이다.

배우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찣어진 장구를 생각하며 속으론 계속 웃음이 터졌지만, 천진스런 아이들의 귀여운 오해와 ‘린’의 우쭐함을 잠시 더 살려 주기위해, 나는 더욱 우아하고 그럴듯하게 유명인 행세를 해줬다.

캐나다 교민
2005-11-20 15: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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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11-21 01:33:25
그 친구들의 모습이 사진에 남아있으면 갤러리에 올려주세요.한번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