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까마귀 둥지(연재8)
icon 까마귀
icon 2005-11-18 17:32:19
첨부파일 : -
연재8:



- 어쿠, 뭐가 이렇게 많어.

활개치며 들어간 [남성초혼], 쇼크입니다. 현재 등록인수 5400명, 어마어마한 수자입니다. 장가 못간 사람들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 이 많은 호래비들 모두 나와 경쟁한다는 말인가.

아까 여자들이 얼마였더라, 1300이였던가. 1300/5400 이면 적당히 1대 4다. 여자 하나에 남자 넷이라, 넘 한거 아닌가. 한 사람에게 팔 다리 한짝도 안 차려지네요...ㅠㅠㅠ...

- 이 놈의 장가를 꼭 가야 하는가.

나 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술이라면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나눠 먹을수 있지만 여자를 어떻게 나눠먹슴까! 나부터 싫습니다. 승애가 많고 고기가 적으니, 벌써부터 피비린 냄새가 납니다.

어머니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정말 도망갔을 겁니다. 생각해보니 제발로 도적배에 올라 탄 거였습니다. 배는 떠났고 난 이젠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바엔... 정말 배짱이 나오네요.

- 그래, 한번 붙어보자. 누구 장가 더 잘 가는가. 나 서른고개를 넘었고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 젊으면 다냐, 키가 크면 다냐, 쌍꺼풀이면 다냐, 하나두 무섭지 않다.

숨어있던 깡패 본질이 또 다시 살아났습니다.

- 임마, 젊은 놈들 천천히 장가가거라. 형님이 더 바쁘다. 우리 나이 순서대로 갈래기 할까. 형이 바쁘니 양보하거라. 너네 아직 할 일이 많은 거 아니냐. 할 일 다하고 장가가도 늦지 않다. 돈도 많이 벌고 집도 마련하고 자동차도 마련하면 자연히 마누라도 생기게 된다. 여기 너무 비좁으니 나가 줄래?

그러자 어린 놈들이 말 안 듣습니다.

- 아니, 무슨 말씀이요. 형님은 집이 있소? 자동차가 있소? 돈이 산더미같이 쌓아놓았소? 미안하지만 나 지금 장가가고 싶을 때 가겠소. 형님같은 신세가 되고 싶지 않소. 나가겠으면 형님이나 나가오. 나도 급하오.

자식들,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세요. 하여튼 요즘 어린 애들이란 이렇게 버르장머리가 없습니다. 한매 때려주고 싶지만, 덩치가 얼마나 큰지, 그러고 보니 법적으로 이미 장가갈 나이입니다. 언제 애들이 이렇게 큰 거지.

- 얘들아, 그러지 말고 이 형님 살폐 좀 봐주라. 나 정말 참기 힘들어. 너희들도 사타구니에 고추 달렸으니 이 형님 처지 이해 할만하지 않느냐. 서른은 호랑이이고 마흔은 승애라던가, 나 지금 덩치 큰 호랑이야. 꼭 딸 부자집 맏딸에게 장가 갈테니, 우리 처제들을 너넨데 소개해줄게, 약속이다.

그러자 어린 놈이 뭐라는지 압니까.

- 아니, 형님 지금 너무 한 거 아니요. 형이 장가가길 기다렸다간 내가 뽕이 빠지겠소. 그리고 사랑이란 알수 없는 거니깐, 괜히 외동딸 집에 서방가면 우리만 낭패 아니오? 옛날 조선시대도 아니고, 안되오. 재간있는 사람 먼저 갈래기 하기요.

재간있는 사람 먼저 갈래기라, 젊은 놈들이 하는 소리가 너무 건방집니다. 어린 놈들, 다른 일에 들어가선 다 양보하더니 요 일만은 양보 안하네요. 사실 여자가 적고 남자가 많으니 자식들도 조급증이 나겠지요. 기회란 그렇게 쉽게 오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 그래, 알았다. 재간 있는 사람 장가 먼저 갈래기 하자. 재간 내기 해보자. 누구 여자를 더 잘 꼬시는가 재간내기 해보잔 말이야..하하하...

한번 크게 너털웃음을 치고는, 난 두 눈을 부릅뜨고 정색해서 [남성초혼]을 걸어나옵니다. 노력하는 자에겐 꼭 여자꼬랑지라도 차려질거라 믿으면서...

사실 더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이건 나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세상에 홀아비들만큼 이기적인 놈들이 없습니다. 여러분들, 홀아비들의 슬로건이 뭔지 아십니까.

- 나만이 결혼하고 다른 놈들은 영원히 홀아비여라.

시집가고 싶은 여자들도 혹시 같은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재간 있는 놈이 먼저 갈래기 입니다. 이건 백미터 경주와 다름이 없습니다. 경쟁입니다.

- 우선 아가씨들의 마음에 꼭 드는 청혼광고를 만들어보자.

그럼에도 자꾸만 머리속을 맴도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체 그많은 여자들 모두 어디 갔지.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이렇게 차나고야 생태환경을 어떻게 보존하지.

우리 중국조선족사회에 뭔가 큰 사회적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난 원래 큰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평범한 "돌"입니다. 제 노릇도 못하는 넘이 관심이 있어봤자 머리만 아팠지, 도움이 되겠습니까!

머리 아퍼..ㅠㅠ
2005-11-18 17: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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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11-19 00:16:08
머리 너무 아프시지 마세요...^^ 너무 갑작스래 연재가 올라가니 저도 깜작 놀랬습니다. 어찌나 갑작스러운지. 아무튼 까마귀님 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