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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연재7)
icon 까마귀
icon 2005-11-17 18:16:33
첨부파일 : -
연재7:


작전순서를 따르면, 먼저 [남성초혼]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다음에 [여성초혼]에서 사냥감을 물색하기로 되여있습니다. 돌이는 [여성초혼]에서 아가씨들 구경하느라 그만 작전순서 깜빡했습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실수는 용서 못합니다. 실수는 자비심에 연결되여 있기 때문입니다. 자비심은 다시 자아염오에로..ㅠㅠ

재털이에 절반 남은 꽁초를 비벼끄고는 [남성초혼]을 클릭합니다. [회원등록] 하기 전에 남들이 쓴 광고문을 참고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러고보니 처음 쓰는 청혼광고입니다.

그리고...

우리 말로 프로포즈 언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영어나 일본어나 중국어라면 대충 꾸며낼수 있지만, 나의 상황은 어딘가 좀 특별한 것 같습니다.

돌이는 중국조선족 3세입니다. 중국에서 겨우 5년제 조선족소학교를 나왔고, 다음은 한족학교를 다녔습니다. 다음은 6년이란 긴긴 세월을 일본이란 타향에서 지냈습니다.

잠시 얘기가 삐집니다만..^^

일본에서 공부할 때, 언젠가 어머니가 <청년생활>잡지를 3부 부쳐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친구들이 돌려 봤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오작교’란 이었습니다.

그 때도 도리는 열심히 ‘오작교’의 아가씨들의 파일을 연구했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나이를 맞춰보고, 키를 재여보고, 무게를 달아봅니다.

그러면서 바보처럼 혼자서 웃기도 하고, 머리를 갸우뚱 거리기도 하고..^^

재미 나는 건, 나만이 오작교에 흥미를 느낀 거 아니란 겁니다.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으로서 가정을 가질 나이가 되어있었습니다. 때가 되었건만 사랑을 전제로 남녀가 일생을 약속하자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리고…

타향생활이 고달퍼도 고독만큼 무서운 거 없습니다. 고향친구들끼리 만나 한자리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자리 하고 싶어도, 수업이니 아르바이트 하며 시간을 맞추기 힘듭니다. 공부도 해야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합니다.

고된 타향살이에 곁에 사랑하는 그녀라도 있으면 얼마나 위안이 되겠습니까. 문제는 타향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뿐인가, 외국으로 나온 아가씨들이 얼마나 눈이 높은지 모릅니다.

사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돈을 더 잘 법니다. 남자들이야 열심히 밥을 사지만, 여자들은 받아먹을 줄은 알아도 다 먹고 엉치를 털고 일어나면 그뿐입니다. 사랑이란 밥 한끼로 살수 있는 그런 거 이니니깐..ㅠㅠ

지금 생각해보니 <청년생활> 잡지사로 청혼 편지가 많이 날아갔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가 잡지를 부치면서 그만—(종이가 없었는지, 아니면 편하다고 생각했는지 하여튼)--잡지의 공백에다 저에게 편지를 써가지고 잡지를 본 친구들이(특히 아가씨들) 날 만나면 누구나 칭찬이 자자합니다.

- 어머님 글 참 잘 쓰시네요. 돌이님, 빨리 서둘러야겠어요...ㅋㅋ..

그 말 들을 때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찾아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어머니 문필이 좋은 건 알지만, 뭐라고 썼는지 아십니까.

- 너도 이젠 나이가 적지 않으니 일본에서 알맞는 대상 찾아보거라. 객지에서 얼마나 힘들겠냐. 사랑하는 여자라도 있으면 마음 고생이 덜 할거 아니냐! 우리 친구의 막내딸도 일본에서 공부한다고 하는데 소개해줄까.

나의 나이 24살, 10년전의 일이였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 쯤은 애가 소학교를 다니겠는데...^^

<청년생활>잡지가 일본에서만 환영받는가 했더니, 북경에서도 대단히 환영받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연변사람들에게는 일본이나 북경이나 다 같은 객지이니 이해할만도 합니다만...

지금 우리 집에----제가 지금 형의 집에 있는데----형의 이름으로 매달마다 우편으로 연길에서 <청년생활> 이 부쳐오는데, 언젠가 욕심많은 어떤 아가씨가 놀러왔다가 모두 안고 가버렸습니다.

시시한 얘기는 그만하고...

[남성초혼]에 들어가니 장가가고 싶은 총각들이 참 많습니다. 나만이 장가 비위 났는가 했더니, 바쁜 넘은 나 혼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잘난 척 하는 인간들도 동물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여기는 남자들의 세상입니다. 남성호르몬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실한 남자도 약한 남자도, 키큰 남자도 키작은 남자도, 그리고 못 생긴 여자 잘 생긴 여자 있듯이 거기에 알 맞는 못 생긴 남자, 잘 생긴 남자도 있을 겁니다. 못 생긴 거 죄라면 성형외과에 가서 바꾸면 되니깐..^^

혹시 여기에도 [여성초혼]에서 만난 <꺽다리>처럼 문을 잘못 들어선 아가씨가 있을 지 모릅니다.

기대됩니다..^^
2005-11-17 18: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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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05-11-21 23:14:01
중국 IT산업이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네요.... 저 학교다닐때 교수님이 중국 성장속도가 굉장하시다고 했었는데.. 10년이면 다 쫓아올꺼다..라고 경고하셨던 기억이..그게 7년전인데....^^;;; ... 이렇게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까마귀 2005-11-21 21:09:57
10년 전에 중국에서도 시작했는데,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인터넷강국이 틀림없지만, 중국과의 차이는 많지 않다고 생각함... 인터넷 기술이나 디자인 면에서 한국은 우세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르겠네요.

관리자 2005-11-21 01:43:56
인터넷으로 신부감 찾기라... 그거 10년전에 한국에서 생긴일이 아닌가요? 중국이 한국이랑 비교해 볼때..인터넷 발전이 얼마나 느린지요?...아무튼 계속 좋은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