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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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 김현진
  • 승인 2007.03.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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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즈음 나는
깊고도 아늑한 동굴을 찾아들어
또아리 틀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네
그리고 곧 꿈을 꾸었지
꿈은 허기지지 않을 만큼 배를 채워 주고
갈증나지 않을 만큼 목을 적셔 주었네
나 가 본 적 없는 푸른 초원에 앉아
가느다란 바람 소리 귓전에 걸어 두고
아름다운 시도 지었다네

2.
꿈길을 지나 돌아오는 중
아름다운 시를 잃어버리고 말았네
이정표도 없는 꿈길
헤매고 다녔지만 찾을 수도 없고
다시 써 보자니 기억할 수도 없었네
시도 소리도 잃은 정적 속
막연함에 지쳐 또 다른 잠으로 빠져 들었네

3.
빛이 대지를 흔들며 오고 있다 하네
깨어나야지 깨어나야지
묵은 어둠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
긴 시간 웅크리느라 진 골 사이에
숨을 채워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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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중국, 제5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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