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주140주년 기념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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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주140주년 기념관의 의미
  • 강경주
  • 승인 2007.02.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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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주 러시아한인이주140주년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1937년 가을, 러시아 극동지역 18만여 명의 고려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이유도 갈 곳도 모르는 체 강제로 화물차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보내졌다.

죽지 않을 만큼 지급되는 소량의 양식으로 그렇게 30일 넘게 추위와 싸우며 버려진 곳이 지금의 중앙아시아였다. 초원과 사막에 내버려진 고려인들은 변변한 도구도 없이 한민족 특유의 끈기와 인내, 노력으로 폐허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 갔으며 농업 영웅들이 탄생하는 등 건실하게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 구소련의 붕괴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며 고려인들의 생활은 다시 어려워졌다. 고려인들은 또 다시 이주를 하게 되었고 찾아 나선 곳 중 하나가 조상들의 살던 고향땅 연해주였다. 하지만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들의 고난은 끝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적을 회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여 외국인 혹은 무국적자의 신분으로 취업도, 사회보장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생활기반 역시 매우 취약하여 현재까지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을 맞은 지난 2004년부터는 한국정부와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고려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2003년 12월, 러시아 정부령으로 <러시아연방 고려인이주140주년위원회>가 구성되고, ‘고려인이주기념관’과 ‘민족학교’를 러시아고려인이주140주년 공식사업으로 채택했으며, 한국에서도 같은 해 6월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본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국적 문제도 한·러 양국 정상회담에서 적극 해결하기로 하였으며, 동북아평화연대를 비롯한 8개 단체로 구성된 <연해주 고려인 정착지원 캠페인 본부>도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08년 2월 완공 예정인 기념관은 연해주 우수리스크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 건평 1,300여 평으로 외래병원, 이주·독립운동관, 한글교육센터, 다목적 공연장, 고려인단체사무실, 한·러 IT학부 개설, 한국문화 체험관, 도서관 등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외래병원은 서울대 병원과 치과병원 측이 의료기기를 기증하며, 향후 의료인들 간의 인적 교류와 교육을 통한 향상된 의료서비스로 고려인들의 의료복지를 담당할 예정이다. 한글교육센터는 잃어버린 한글을 되찾기 위해 Lab실 등을 설치, 시청각 교육을 통해 고려인들뿐만 아니라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러시아인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한·러 IT학부는 한국어 및 한국문화·역사, 영어, 컴퓨터를 가르치는 학교의 개설을 위해 블라디보스톡 소재 극동대학교측과 협의 중으로, 고려인들의 사회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며, 이에 필요한 기자재는 삼성전자에서 후원을 약정한 상태다. 이주·독립운동관은 최초의 한인이주 지역이자 독립운동의 중심지로서의 연해주 지역의 역사와 중앙아시아에서의 고려인들의 삶, 그리고 1990년 이후 연해주로의 재이주 등 140여년의 고려인 이주·독립 역사를 기록, 전시할 예정이다.

동포들에 대해 활발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러시아 고려인 동포들의 경우 과거 이념의 장벽으로 인해 한국정부나 민간차원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2007년, 강제이주 70년이 되는 해를 맞이하여 어려운 역경을 헤치고 새로이 자립하려는 고려인들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으로 희망의 씨앗이 그 싹을 틔게 되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 과정과 향후 운영함에 있어 많은 기자재와 재정 지원이 여전히 필요로 한다. 그 희망의 씨앗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내외 동포들의 따뜻한 손길이 간절히 요구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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