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로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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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필로 쓴
  • 신아연
  • 승인 2007.02.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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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무슨 맘을 먹었는지 커다란 지렁이가
오랜 안거의 문을 밀고
땅속에서 나온다
징그러운 몸뚱이
깊은 사색에 빠져 말이 없다
이따금 견딜 수 없는 영감으로
몸부림치는 내면의 동요
환희와 절망의 깊은 늪에 빠져
정 참을 수 없으면
온 몸을 뒤틀어 씨를 쓰는,
시를 쓰다 제 시에 취해
격렬히 비틀대는 무아의 경지
이름이 뭐라드라, 작품구상에 빠져
느릿느릿 올라오는 전차에 치어 죽은 예술가처럼
따끈따끈한 햇살에 끌려 사색의 길을 헤매다
어느 순간 뜨거워진 아스팔트 한복판에서
그대로 미이라가 된 흙의 시인
그가 몸뚱이로 써놓은 시를 여러 번 읽었지만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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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재외동포 문학상
가작/ (미국) 신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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