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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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시편
  • 백승철
  • 승인 2007.01.1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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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길은 간혹 내 곁에 있었던 너의 얼굴이다

구름 없는 하늘은 왠지 큰 부담이지만
구름이 없어야만 깨끗하다는 건 아니다
요세미티 하늘은 누더기 옷을 입는다
듬성듬성 벌판엔 익숙한 동물이름이 친숙하다
보는 것만으로 찻집의 커피를 마시며
오르막길 작은 호수는 나그네를 쉬어가게 한다
가을에도 녹색 산이 아름다운 이류를 알 것 같지만
구불진 산 등선을 힘겹게 오르면
여기는 벌써 가을이다

겨울 숲이 길을 열면
어둠과 낮이 쫒기는 싸움이다
싸움에 지는 쪽이 길을 만들고
숲이 하는 덮는 법을 배운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지만
그 꽃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너무 쉽게 세상을 살아온 탓이라,
저렇게 큰 바위산은 겨울이불을 준비하지 못했나 보다
바위산은 다른 호수를 머리에 이고
그 산이 아니면 떨어지는 물이 폭포를 만들지 못한다
나무 하나 없이 산이라 불리기에 어색한 이름이지만
산은 숲으로 말하지 않는다
누워 있는 나무 사이로 코요테가 사람을 만나고
아이 손에 흰 물감으로 묻어난 나무
그래도 죽은 나무는 다른 산을 이루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죽은 것들도 아름답게 보이는 요세미티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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