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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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재조명
  • 조항록
  • 승인 2007.01.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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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항록(상명대 교수·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재외동포 정책을 논할 때 이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 대상이 된다. 특히 현대적 의미의 해외 이주가 시작된 1960년대 초반 이후 해외 이주민 1세대의 현지 사회 진출, 이민 후세의 정체성 문제가 커다란 쟁점으로 제기되었을 때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었다.

동포 후세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그들로 하여금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 주고 뿌리를 튼튼하게 해 줌으로써 현지 사회에서 주변인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중심부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준다. 이렇듯 한국어 교육은 재외동포에게 있어 자존의 기반이 되고 현실적의 삶의 동력이 된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도 한국어 교육은 ‘모국과의 연계 강화’, ‘현지 사회에의 정착 지원’이라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어 교육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재외동포는 대규모 학습자 집단, 대규모 교사 집단의 원천이 됨으로써 한국어 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의 개발, 교육자료의 개발, 교수-학습 방법의 개발 등 교육의 제 측면에서 재외동포의 존재는 쟁점을 제기하기도 하고 심화하기도 하는 등 한국어 교육계의 내적 역량을 구축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으나 그 동안 우리 정부나 한국어 교육계에서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는 재외동포가 한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학교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기도 하고 이들의 모국 수학, 현지 학교에서의 한국어 학습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들을 위한 교재를 개발하여 공급하기도 하고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어 교사나 한글학교 교장을 초청하여 연수를 시키기도 하였다. 한국어 교육계 역시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을 주요 논의 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해 왔다. 지역 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한국어 교육계의 역량을 결집하여 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진지하게 논의한 예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시발이 되는 교육 이념과 목표, 기본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의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재외동포 교육의 목표와 비전을 개발하여 제시하고 다양한 정책으로 실현해 오고 있으나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념과 목표를 제시한 예가 없다. 한국어 교육계 역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의 다양한 쟁점은 다루어 왔으나 이들에 대한 교육이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지향점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등은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전세계에 산재해 있는 재외동포는 그 존재의 연유와 역사가 다 다르고 현재 그들이 처한 현실도 다 다르다. 이제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들의 존재가 국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국제화·세계화라는 거센 물결 속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왜 실시되어야 하며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해답을 구한다면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은 현실적인 목표 지향성을 갖게 될 것이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정책은 더욱 실효를 거둘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국민 교육, 민족 교육 이외에도 ‘국제화 시대의 세계 시민 교육’으로서 재외동포 한국어 교육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며, 그럴 경우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 한국 문화 자체에만 초점이 놓이지 않고 문화 다원주의적 관점에서의 접근도 큰 중요성을 가질 것이다. 이는 곧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과거 지향보다는 미래 지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하나의 원리를 제공하는 것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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