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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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 이금실
  • 승인 2006.12.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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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어
형체 없이 빻아지지 않고는
맛을 낼수 없는 꿈

그 꿈 하나 건지기 위해
마늘처럼 옷을 벗고도 부끄럼 모르던 우리
훌훌 빈 몸으로 떠나와
빛깔과 소 맛 다른 삶들이
하나의 바램으로 버무려지는 인종장터에서
마늘즙 독한 꿈
벼랑 끝에 뿌리내리기 스물다섯 해

한때
서로가 더 이상 부서지기를
완강히 거부하던 회한의 날들


오늘은
도마 위에 잘게 부순다
부수고 빻아 요리한 습하고 어둡던 세월
햇살인양 다독여
말간 보시기에 담는다

정결한 기도로 시작될
오늘의 밥상.

(캐나다/ 제2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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