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을 사랑하는 것이 조선족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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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을 사랑하는 것이 조선족의 운명
  • 안금화
  • 승인 2006.12.0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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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금화의 한국방문기 - 4.사라져가는 조선족의 자부심

▲ 안금화씨 일행들이 국제모터쇼가 열린 부산 벡스코를 찾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월3일 산업수도 울산, 길거리 간판들은 아기자기하고 색상도 이쁘다. 다양한 배색법이 5월의 물감을 만들었다. 경주 민속박물관을 거쳐 경주 시내 여행 도중에 우린 합승했다. 석굴암, 첨성대, 분황사, 천마총…. 옛 신라의 정신을 받드는 이곳에서 고성 신라의 숨결을 느낀다.

5월 4일 아침 일찍 농수산물, 과일시장으로 갔다. 과일은 그래도 중국이 많은 듯 하다. 그러나 여기선 못난 과일은 전부 가져다 버린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자본주의의 경영법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시각을 만족시키는 일…, 어느 정도 아깝기까지 한 과일들이다.

연후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이 차려졌다.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서민들의 식사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들에게도 잔주름이 팽팽했고 진한 화장에 풍기는 시골적인 풍김이 여기랑 다를 바 없었다. 늘 도시적인 좋은 것만, 아름다운 것만, 포장된 것만 보기보단 사람사는 냄새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골적인 것도 보기 좋다. 그리고 다시 생각나는 교수님의 말씀이다. 한국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울산학우님들과의 마지막코스는 부산 벡스코였다. 국제모터쇼가 여기서 열리기에 우리는 이곳으로 왔다. 원래 계획은 현대자동차에 견학을 가려는 것이었으나 중국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거절을 당했다. 조선족학생들이 견학을 하려한다고 해도 대답은 역시 NO이다. 왜일까?! 생산정보유실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것만은 아닌것 같았다.

심한 울타리의식을 느끼게 하는 설법이다. 그게 안돼서 교수님제자분들 중 SK에 근무하는 분이 계셔 그곳으로 일정을 안배하려 했으나 따로 우리의 계획과 시간상 맞지 않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모터쇼에 나온 레이싱걸들과 차들이다. 현대, 기아, 혼다….

하지만 이들 한국인들(교수님의 제자들)은 현대차를 돌아볼 때면 “우리의 현대”라는 식의 감탄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곳을 나와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으로 가는 도중에서 나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자부심, 바로 이것이다.

신라 옛도성을 찾았을 때도 울산학우님들은 울산방언 “…예~”를 말 끝마다 써서 나도 따라 해본 적이 있었다. 그분들의 말에 의하면 신라시대 서울은 바로 여기 경주라고 했다. 그 자부심이 이들 방언에까지 깊이 깔려 있었다. 서울말씨가 아름다운 건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그걸 인정하면서도 자기 방언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데 말 끝의 “…예~”에서 느껴지는 힘이다. 순간 조선족들(특히 연변)의 자기말 부끄러움의식에 왜 그러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고 싶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린 조선족이다. 그리도 힘겹게 중국에 이주해서는 그 많은 55개 민족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자치주를 세우고 자기 말을 지키고 자기 문화를 지킨 면은 자랑할 만도 하건만 자기 말(연변말)을 경멸하고 무작정 서울말씨를 흉내내려하거나 아예 중국말을 하는 것에 왜 그러는가고 다시 한번 묻고 싶었다. 어떤 생존의 필요라고 할까? 하지만 자부심, 그것이 점점 희박해지는 조선족이다.

오후, 우리의 울산행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 터미널에서의 작별은 눈물났다. 보이려하지 않았으나 차에 오르려니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이다.


연변대 조선-한국학학원 조선문학전공 석사연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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