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홀로 깨어나
할머니는 바느질을 했다.
커다란 궁둥이에서 실오리 한 가닥 뽑아내
가는귀 먹은 바늘귀에 꿰어놓고
장로 서랍들을 죄다 뒤져
방안 가득 옷들을 헤쳐 놓으면
잠귀 밝은 어머니는 깨어
할머니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에미야, 헤진 옷들이 많구나. 이 속곳 좀 보렴.
-어머니, 그건 어머니 수의잖아요!
할머니의 잠은
당신의 커다란 궁둥이처럼
초저녁 쪽으로만 자꾸 뭉쳤다가
이른 새벽이면 실타래에서 풀려 나와
부엌과 마루의 뒷간의
어두컴컴한 구석만 찾아다니며
거미줄을 걸쳐놓았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뜬
아버지의 목마른 취기가
가끔식 그 거미줄에 걸려들면
-에비야, 내 바늘이 보이지 않는구나. 네가 숨겼느냐?
-어머니, 실꾸리는 이제 그만 치우세요.
집안이 온통 실밥투성이예요!
바늘겨레처럼 자식들을 품어주었던
할머니의 커다란 궁둥이는
새벽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늙은 직녀의 커다란 궁둥이에
아프게 박힌 바늘 몇 개가 반짝 빛났다.
<제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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