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금화의 한국 방문기(2)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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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금화의 한국 방문기(2) 서울에서
  • 안금화
  • 승인 2006.11.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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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까지한국인과 조선족, 서로 뗄수 없는 처지
▲ 한국을 방문했던 안금화씨 일행들이 간절곶 찻집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교수님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따뜻한 코코아 한모금 들이키노라니 이 아침이 반갑기만 했다. 종종걸음을 걸어가는 한국인, 그 삶의 리듬을 되새겨 본다.

출발시간이 다 돼온다. 떠나기 전 교수님이 잠깐 부르셨다. “생각할게 있어. 뭐가 다른가? 왜 다른가를 생각해야 돼.” 교수님다운 질문이다. 가진 짐은 적었으나 그 질문만은 무게를 더해 온다.

첫 코스, 울산 서생포왜성(西生浦倭城)이다.
올라가는데 산 중턱 이리저리 슬픈 무덤들이 널려있다. 소나무 무덤이랬다.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균때문에 소나무가 멸종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멸종이라는 말에 그 무덤들이 더 서글퍼 보인다. 정상에 오르니 울산 전역이 다 보인다. 멀리 동해바다까지도 보인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바람 불어오는데…”  그 노래가사가 생각되는 바다바람이다.
왜성을 내려와서는 간절곶으로 갔다. 동북아시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라고 한다. 바다바람이라 조금 차갑기까지 한데 소금가루가 날려와 안경이 희미해진다. 짜가운 맛이 혀끝으로 느껴진다. 그곳 길거리찻집은 너무 예쁘다. 그리고 ‘소리바다’라는 이름까지도. 그곳에서의 차 한잔은 바다와 바람과 인정과 목소리가 섞인 것이었다.

그날 저녁, 울산의 만찬은 역시 따뜻한 향취 그대로다. 편하고 따뜻한 정회가 감도는 조경애학우님의 댁에서 울산 홈스테이는 시작된다. 마음의 창을 여는 일은 늦은 저녁이라도 별무리가 쏟아져오는 소리 속에 감격스럽기만 하다.

나름대로 자(尺)질하던 인식의 틀을 벗어버리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가 온듯도 싶었다.
한국인은 조선족과 이 사회를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 가끔씩 들 때가 있다. 자신의 이해방식으로 표면상의 조선족의 삶의 방식을 조선족의 인격과 전부의 삶의 양상으로 생각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조선족은 중국에 사는 가난하고 무책임하고 세련되지 못한 비전이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 대부분임을 그들의 안색과 설법과 태도에서 늘 느꼈던 바라 한 조선족인으로서 한심스럽고 기가 막혔으며 또 얼마나 아팠는지도 모른다.

조선족(많이는 연변사람)에게는 늘 불법과 위장결혼 등등의 어두운 색조로 마침표를 찍어주는 이들 한국인을 우린 어떤 시각에서 느껴야 하는지 고민되고 그 고민마저 황당함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두운 마침표는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며 겸비해야 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부정적인 말의 씨앗은 부정적인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이런 한국인의 조선족에 대한 의식이 그대로 한국인에 대한 조선족의 생각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한국인의 좋은 면보다는 한국인의 거만함과 사기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인이나 조선족이나 서로 불가분리의 처지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결점만을 꼬집으며 불신과 경망의 담을 쌓아올렸던 것이다. 그날 저녁 이런 아픔을 나누며 눈물이 보일까봐 스스로를 억제하던 기억이 난다.

변두리는 중심이 있는 전제하에 생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심은 변두리가 있어야 중심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길고 깊은 생각들을 그날 밤에 다 나누지 못함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란 것이 있는 까닭이요, 우리의 삶이 다 하지 않은 까닭이리라.

(연변대 조선-한국학학원 조선문학전공 석사연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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