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한글교육 실태<호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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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한글교육 실태<호주편>
  • 임경민 재외기자
  • 승인 2006.09.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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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는 탄탄 활용은 미흡

다문화사회를 표방하는 호주는 초중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29개 국가의 언어교육을 시행 중이다. 한국어도 지난 94년부터 한국계 학생을 대상으로 한‘모국어’과정과 비 한국계(호주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과정으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 한국계 학생이 줄면서 HSC(대입수능시험) 초급과정(Beginners course)이 잠정 폐지되는 등 한국어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5일 시드니총영사관에서 박인순 시드니총영사관 한국교육원장, 김숙희 NSW 주정부 한국어교육자문관, 신기현 NSW대학 한국학 교수 등 3명의 전문가와 함께 호주 한국어 교육의 실태와 대책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다음은 이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이를 정리한 내용이다.

▲ 한인 밀집 지역에 있는 이 초등학교에서는 정규 교과 과정의 선택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따로이 하나의 건물에 상설 교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교실에 비치된 동화책을 읽을 수 있다.
박인순(이하 '박'으로 줄임) = 호주의 한국어 교육은 정규학교에서 실시되는 모국어 과정(한국계 대상)과 외국어과정(비 한국계 대상), 토요학교(민족언어학교), 오픈하이스쿨, 한인 교회 등 커뮤니티 자체에서 하는 한글학교 등 다섯가지다.

한국인들(한인 1.5세~2세)을 위해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과정으로 한국어를 교육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호주 밖에 없다. 비한국계를 대상으로 한 외국어 과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도 호주 밖에 없다.

김숙희(이하 '김'으로 줄임) = 1992년말 버지니아 채드윅 교육장관이 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지시해 교재를 만들고 한국어 교육을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호주 정부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니까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같다. 당시 프로젝트는 비한국계 학생을 대상으로 그러니까 외국어 과정으로 한국어 교육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NSW 주정부 토요학교(7학년~11학년)도 운영하고 있다. 80년도부터 시작된 주정부 토요학교는 16개 센터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한국어는 92년부터 들어갔으며, 현재 4곳에서 하고 있다.


신기현(이하 '신'으로 줄임) = 토요학교는 제도권 안에서 호주 정부가 국가적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토요학교와 HSC 점수와 연관돼 있다. 이민 2세로 HSC에서 한국어를 치렀을 때 득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져보면, 실제로 득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 HSC에서 한국어는 모국어 과정(Background speakers), 외국어 중급과정(Continuers)과 초급과정 등 세 과정이 있다. 우선 백그라운드 과정은 많은 조기 유학생들이 선택해 기존의 호주 태생의 한인 동포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해 기피하고 있다.

호주태생 한인동포학생 중 한국어 능력이 초보인 학생과 하이스쿨에서 2년이상 한국어를 배운 호주학생들이 지원하는 중급과정도 동포학생들이 고득점을 받자 호주학생들이 급격히 줄고 있다. 여기에 초급과정은 하이스쿨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금년부터 잠정 폐지됐다.

= HSC에서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는 것과 토요학교에 안 오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호주 정부가 한국어 과정을 개설해 준 것은 대학입시를 떠나서 모국어를 배우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HSC와는 무관한 7~10학년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너무 적다.

= 학부모들에게 HSC에 대한 편견이 있다.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선택하면 내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한글학교 측에 “한글학교에서는 6학년까지만 가르치고 7학년부터 주정부 토요학교에 보내면 안되느냐”고 요청하면, “7학년 때부터 과외 활동이 시작된다. 한글학교도 7학년부터 숫자가 준다”는 등으로 이야기한다.


= HSC에도 문제가 있다. 백그라운드, 컨티뉴어스, 비기너스 등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세워지지 않아서 그동안 악용되는 소지가 많았다. 시간 수 등 원칙을 정하면 잘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또 유학생들과 한인 2세들을 똑같이 ‘백그라운드 스피커’라고 해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백그라운드에서 ‘익스텐션’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유학생과 한인 2세들을 분리해 시험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 토요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과연 우리 아이가 잘 배우고 있다든가, 만족하는가? 등등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 교사들이 반대하고 학부모회 반응도 별로다. 교사들 입장에선 한국어가 개설되면 일본어나 중국어 등 다른 언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기 밥그릇이 빼앗긴다고 생각할 수 있다. ‘HSC에서 잠정 폐지(서스팬드)된 과목을 두고 학생들을 받아야 하나’ 할 수도 있다.

= 한국 부모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다. 강대국들의 역사깊은 언어들이 자리 잡고 한국어를 밀쳐나기 때문에 교장들을 포섭해야 한다. 교민(학부모)들이 한국어가 인기 있는 과목이라고 넣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또 교사 양성도 중요하다.

= 지방의 경우 HSC를 대비한 교육을 가르칠 교사가 없다. 또 그 정도 능력있는 교사라면 시골 학교에 가려 하지 않는다. 풀 타임 근무도 아닌데 누가 시골학교에 가려고  하겠는가.

= 교민 2세 아이들에겐 한국이라는 나라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세계에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 나라의 언어와 그 나라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은 큰 무기가 된다고 가르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호주 학생들에게는 한국 이해의 수단을 습득하는 것이며, 외국어를 공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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