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한인사회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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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한인사회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됐으면"
  • 임경민
  • 승인 2006.08.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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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그룹 상대 부당한 대우 받은 서정섭-김재섭씨 원만한 합의 이뤄
▲ 이은원씨(왼쪽)와 이현수씨.

“호주한인사회에도 이제는 21세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57비자 관련 노동착취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 활동해 왔던 호주건설노조(CFMEU)의 한인 조직가 이은원씨의 말이다.

지난 6월 20일 서정섭씨와 김재식씨가 스트라스필드 광장에서 교그룹(Kyo Group)을 상대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행인들에게 유인물을 나누어주면서 항의시위를 벌인지 한달 반 여만에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

당시 서씨와 김씨는 임금체불과 산재보상소홀의 두 가지 문제로 교그룹에 문제를 제기했었고, 교그룹은 서씨의 경우 공금횡령, 김씨의 경우 임금 가불 후 도주한 케이스라고 주장하며 맞서 왔다.

더욱이 양측이 논란을 빚는 과정에서 김씨는 회사측이 외부사람을 고용해 자신을 폭행했다고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번에 양측 사이에 합의된 내용은 우선 서씨의 경우, 그 동안 교그룹에서 일하면서 지급 받지 못했던 밀린 임금과 수당에 대한 보상으로 3만 4615 달러를 받게 됐고, 김씨는 회사측에 가불한 돈을 갚지 않아도 되게 됐다.

산재보상과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산재보상위원회(Workers Compensation Commission)와 경찰이 계속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섭씨는 현재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교그룹에서 스폰서십 계약파기를 받았으나 이민부에선 교그룹의 부당한 행위를 인정, 서정섭씨에게 상해에 대한 치료를 받으며 다른 스폰서를 찾는 동안 체류 가능한 브리징비자를 발급했다.

 김재식씨 또한 경찰조사와 산재 보상 청구(workers claim)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 호주에 체류 가능한 2달 브리징비자를 받았다.

16일 만난 호주건설노조의 한인조직가 이현수씨와 이은원씨는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이 사건이 원만하게 처리되어 기쁘다”면서도 “더 이상 한인사회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에 따르면, 서정섭씨는 지난 주 토요일인 12일 마운트 드루이트에 있는 ‘노동자 클럽(Workers Club)’에서 열린 노동당과 호주건설노조의 합동 자금마련파티(Fundraising Party)에 참석해 킴 비즐리 당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앤드류 퍼거슨 호주건설노조 사무총장으로부터 직접 수표를 전달 받았다.

킴 비즐리 당수는 서씨와 악수하며 그를 격려했고 옆에 있던 개인비서에게 이 사건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현수씨는 “교그룹 사장이 악의적으로 이들을 착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여기가 호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던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호주의 법과 제도에 따른 노동자에 대한 고용인의 의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
이현수씨는 계속해서 “교그룹과의 협상과정에서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담당 회계사조차 관련 법률에 대해 무지했다”며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호주의 법 정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원씨는 “이 사건이 호주 언론과 한인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건설현장에서 임금체불 등의 구태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인사회도 이제는 구시대적인 고용관행을 떨쳐버릴 때”라며 “이제는 이민 정착 초기 단계에 어쩔 수 없었던 상황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교그룹의 송 사장은 1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합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억울하다”며 “노조의 부당한 압력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사장에 따르면, 노조가 교그룹에게 용역을 주는 회사들의 명단과 주소를 입수해 회사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 괴롭히는 바람에 고객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또 다른 교그룹 고위관계자인 박씨는 “노동당과 노조측에서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며 “정말 사업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다시는 한인을 고용하지 않겠다”며 “노조를 이용해 억지 주장을 펼치는 두 사람이나 무책임한 도박 중독자들에게 이용당하는 노조 모두 다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라고 밝혔다.

서정섭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실을 찾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며 “내가 원하는 바를 100% 얻어내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보다도 내 자신 자존심을 회복한 게 기쁘다”며 “주위에서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호주건설노조는 이번 일을 호주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리면서 457 비자를 비롯한 신분상의 제약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주들의 착취 사례를 수집하고 나섰다.

노조원이든 아니든, 워킹홀리데이비자 소지자이든 불법체류자이든지 간에 어떠한 경우에도 상관없이 임금이 체불되거나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 모든 케이스를 모아 이를 토대로 노동착취근절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이라는 것이 이은원씨의 설명이다.

건설 분야가 아니더라도 관련 노조에 소개해서 함께 동참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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