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호형’이 무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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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호형’이 무슨 소리?
  • 이해령 기자
  • 승인 2006.08.1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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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이 훨씬 지난 날, 우리 집 막내 동생이 거실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었다. 아마 ‘유머 1번지’나 ‘웃으면 복이 와요’쯤 되었을 것이다.

‘홍길동전’의 패러디로 길동이가 마침내 ‘호부호형’을 하게 되어 기뻐하는 장면이었다. 길동은 어머니를 찾아가 아버지께서 마침내 ‘호부호형’을 허락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기뻐하기는 커녕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도리어 길동을 꾸짖었다. 길동이가 ‘호부호형’이 허락되었노라고 수차 예기해도, 어머니는 끝내 그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박장대소를 할 수 있는 장면임에도 어린 동생은 ‘호부호형'을 몰라 웃지 못하고 있었다.

이처럼 생경한 언어의 장벽으로 웃지 못할 상황이 미국 땅에서는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한국계 혼혈 풋볼 스타 워드 하인즈는 어린시절 종종 집안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그의 한국인 집으로 날라 온 '영문 고지서'를 읽지 못해 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민 1세대로 영어 교육보다는 생업 전선에 나서야만 했던 부모들은 1.5세, 혹은 2세 자녀들이 영어에 능통한 모습을 보면서 흐뭇함을 느끼게 되지만, 성장한 자녀들로부터의 무시와 영어 장벽으로 고통 받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생업으로 바쁘다고는 하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영어 교육의 기회도 많은 편이다.

영어를 배우려는 이민 1세대들의 노력과 자녀들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호부호형’에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동포사회를 만들고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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