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호주 순회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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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호주 순회강연
  • 임경민 기자
  • 승인 2006.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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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호주지부 주최, 8월6일부터…

장점돌 할머니와 젠 러프 오헌(Jan Ruff O’Herne) 할머니.

여든 셋 동갑내기의 두 할머니는 서로 모르는 사이다. 장 할머니는 한국인이며, 젠 할머니는 네델란드계로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살다가 2차 대전후 호주로 이민을 왔다.

평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할머니가 오는 8월6일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만난다.두 할머니는 십대 후반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지옥같은 생활을 했던 열아홉의 꽃다운 청춘에 똑같이 경험한, 기억하기도 싫은 아픈 과거가 있다.

장 할머니는 열 다섯살이던 1938년 서울 영등포에서 처음 일본군에끌려가 만주 목단강 인근에서 위안부 생활를 시작해 40년에 싱가폴 위안소로 이동해 해방될 때까지 생지옥을 경험했다. 젠 할머니는 열 아홉이던 1942년 인도네시아에서 전쟁포로로 가족과 함께 일본군에 잡혀 2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44년 ‘위안부’로 끌려가 3개월간 폭행당했다.

얼굴도 모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과 호주의 두 할머니의 만남은 국제엠네스티(AI: Amnesty International) 호주지부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엠네스티 호주지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1주년을 기념하는 여성폭력추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쟁 중 발생한 여성에게 가해진 가장 대표적인 인권침해이자 폭력 중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호주사회에 알리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장 할머니를 초청해 순회강연회를 갖는다.

똑같은 위안부 피해자인 젠 할머니가 애들레이드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장 할머니의 첫 순회 강연을 애들레이드에서 갖고, 이에 앞서 두 할머니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한국 위안부 할머니의 호주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지부는 장 할머니의 순회 강연과 전시회 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여성들을 ‘성적노예’로 전락시킨 명백한 전쟁범죄이자 인권침해였음을 알리고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죄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과 이러한 인권침해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재발방지 약속을 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장 할머니의 호주 순회 강연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윤미향 사무총장이 동행하며, 오는 6일 애들레이드 7일 호밧트, 9일 멜번에 이어 12일에는 시드니에서 강연을 갖는다.

일본군 ‘위안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 여성 20여만명을 국가제도로 기획 입안, 조직적으로 강제연행해 일본군의 성노예로 만든 인권침해 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떠한 뚜렷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배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장 할머니 초청 순회강연은 AI의 국제적인 여성폭력추방 캠페인의 일환이며, AI 한국 미국 캐나다 홍콩 일본 몽골리아 모리셔스 말레이시아 네팔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지부 등이 각국에서 함께 여성폭력추방 캠페인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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