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식의 세계화, 기본 리서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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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식의 세계화, 기본 리서치부터
  • 김삼오
  • 승인 2006.06.2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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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초 한식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 언급한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기사 (재외동포신문 1월 16-31일자)를 읽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게 어떻게 실천될까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각 나라의 고유 음식은 해외에서 해당 국가 이민자들이 쉽게 생계와 연결시킬 수 있는 큰 산업 분야이다. 필자가 사는 호주만 해도 소수민족이  주류사회에 보탤 수 있는 문화로서 먼저 이들이 가져온  ‘외국 음식’ (ethnic food 또는 ethnic cusine)을 든다. 그래서  ‘에스닉 레스토랑’이 인기다. 

 시드니 중심가와 외곽 어디든 여러 모양의 중국, 태국, 이태리, 인도, 월남 요리 식당이 즐비하다. 한국 음식점도 적지 않으나, 이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은 주 고객이 동포이고, 중국인들이 일부 찾고 있을 뿐이다.

한식으로 성공한 미국동포 사례가 가끔 보도되지만, 호주의 경우에서처럼 다른 대부분의 백인사회에서 ‘코리안 쿠진’의 인기도와 상업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바로 한식의 세계화가 정책으로 거론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구 400만 시드니의 많은 ‘먹자골목’ 가운데 이 글의 목적 상 중심가에서 서북방 쪽으로 좀 떨어진 뉴타운(New Town)과 시드니 전지역의 대형 수퍼마켓에 있는 푸드코트를 예로 들겠다.   

뉴타운을 가로 지르는  300여 미터 대로에 집중되어 있는 에스닉 레스토랑의 주요고객은 주말 저녁 외식을 위하여 찾아오는 가족 단위 백인들이다. 이곳에는 각각 자기 나라 풍으로 꾸민 중국, 태국, 월남, 인도 레스토랑이 많이 있지만 한식 레스토랑은 하나도 없다.

시드니 지역에 한인이 경영하는 식당은 넉넉히 잡어 200개는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아마도 반은 일식(특히 스시바) 간이식당이다. 비즈니스와 민족은 별개지만, 통상적으로 일본을 싫어한다는 한인이 일식 인테리어에다 일본 요리사복을 입고 영업을 하는 것을 보면 좀 야릇한 기분을 갖게 된다. 푸드코트에서도 한식만으로 버티는 한인 가게는 드물다. 대개가 스시를 내세우거나 겸한다.

전문가들은 한식이 서양인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들에게 탕류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또 다른 이유로서 필자는 한식은 서양 음식에 비하여 같은 메뉴 안에서 선택의 폭이 없다는 점을 들고 싶다. 획일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태국 식당만 하더라도 같은 바비큐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고객의 구미에 맞춰 몇 가지 다른 소스가 있다. 이에 비하여 한식은 불고기, 설렁탕, 비빔밥하면 거기에 따르는 반찬을 빼놓고는 그게 전부다. 서양인들의 식성은 이와 좀 다른 것 같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해외 한식당들은 한인 밀집 지역에 위치하여 현지 거주 동포, 아니면 시내 중심가일지라도 한인 관광객, 유학생, 워킹 홀리데이 등 역시 동포 여행자를 상대로 한다는 점이다. 소자본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길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아시안이 주 고객인 식당에는 백인이 잘 안 온다는 것이다.

적어도 디너(dinner)를 위하여 레스토랑을 찾는 서양인들에게는 음식과 함께 조용히 대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한인이 많이 모이는 식당은 시끄러운 게 특징이다. 매너도 우리식이 될 수밖에 없다. 가위로 고기와 국수를 자르는 방법도 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 궁금하다. 훈련이 안 된 웨이터, 웨이트리스도 그렇다. 서양인들은 음식이 짜다, 맛이 없다와 같은 불평을 잘 안 한다. 안 맞으면 다시 안 올뿐이다.

이 광규 이사장의 발언과 그 외 간행물에 나오는 한식의 국제화 관련 글을 보면 한류, 세계한상대회, ‘푸드 엑스포’와 같은 말을 쉽게 대하게 된다. 필자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현지실태에 대한 정확한 리서치(조사, 연구)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모여, 해외(특히 서양)에서 한식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음식의 질, 요리 스타일, 경영, 자본, 직원 훈련, 홍보 방법 등 다방면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과학적으로 점검해보는 리서치가 시급하다. 그런 다음 리서치에 근거해 해외 현지에서 시범사업(pilot project)을 통해 그 결과를 검증해봐야 한다.

리서치는 해외 현지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서울에서 해야 한다. 행사라면 신나지만 리서치라면 돈이 안 모아지기 때문이다.
 
김삼오/호주동아 편집고문, 한호지역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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