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출산율 해소에 팔 걷어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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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출산율 해소에 팔 걷어 붙이다
  • 백동인
  • 승인 2006.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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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정의 자녀 감소, 강 건너 등불인가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대국민 연례 연설의 많은 시간을 러시아의 대외 관계가 아닌 국내 정치에 할애했다.

특별히 푸틴은 러시아의 출산율 저하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러시아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설 것을 공표했다.

잘 알려진 대로 러시아는 인구 밀도가 사막처럼 대단히 낮은 나라로서, 러시아 연방통계국의 분석에 의하면 1990년 2.08%였던 평균 출산율이 2000∼05년 사이에는 평균 1.17%로 급격히 떨어지고, 그 결과 매년 전체적으로 70만 명씩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매년 러시아에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같은 도시 하나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러시아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의 인구감소는 주로 농촌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 주로 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푸틴 대통령은 이의 해소를 위해 출산 가정에 총액 기준으로 25만 5천 루블(대략, $1000)을, 몇 년간에 걸쳐 매월 나누어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자녀를 낳는 산모는 자녀당 매월 26달러의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 지원을 좀 더 확대해서 첫 자녀를 낳은 경우 매월 56달러, 그리고 두 번째 자녀의 경우에는 그 두 배에 달하는 113달러를 정부가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또한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세 번째 자녀를 낳는 여성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산모는 반 년간의 육아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령을 제정하고 그 기간 중에는, 출산 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산비도 현재의 $188에서 $263으로 대폭 인상되어 지급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푸틴은 입양 가정에도 매월 8천 루블($150)의 양육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와 같은 여러 형태의 출산 보조금은 하원의 논의를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지원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울러 25만 5천 루블의 양육비가 자녀를 위해 쓰여지는가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와 같은 금액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를 제외한 러시아의 기타 지역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인구증가 문제를 정책으로 채택한 것은 러시아 역사에 있어서 최초의 일로서, 이는 러시아 사회가 출산율 감소를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로부터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도 통계 결과, 지난 50년 동안 농촌의 인구가 3천만 명에서 1천3백만 명으로 감소한 것을 필두로 북동 지역에 위치한 67개에 달하는 주요 대도시 대부분에서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등, 상당수의 미국의 주요 대도시가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동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산업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푸틴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은, 러시아 각계로부터 즉각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적어도 도시를 제외한 농촌 지역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도 일단 농촌에서의 인구 증가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잘 알려진 대로, 20세기 초부터 2차 대전 직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인구는 급격한 증가세를 걸었으나 2차 대전과 스탈린의 대학살을 겪으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왔다.

러시아의 연방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차 대전 전, 러시아 농촌에서는 가구당 평균적으로 10명에서 15명 사이의 자녀들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농촌에서 마저 가구당 1~2 자녀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도시는 가구당 자녀 수가 농촌보다 훨씬 열악했다.

최근 15년 이래로 러시아의 출생률은 더욱 저하되었다. 그것은 러시아 국민들이 국가가 주도하는 개혁을 소극적,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러시아의 미래가 정책 입안자들의 구호대로 장미 빛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으므로 당연히 자녀 낳기를 주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젊은 세대의 낮은 수입을 출산율 감소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는 경제가 활황 국면에 접어들면 출산율은 자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학계의 입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가계의 수입이 증가하면 인구가 확실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를 제외하면, 비행기와 탱크, 우주선 및 군함과 같은 군사물자 제조에 집중되어 있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출산을 담당할 러시아의 젊은 부부들의 고용난이 해소되기까지는 아직 희망이 요원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출산률 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주택문제를 지목하고 있어서 향후 나타날 러시아 정부의 주택 문제 개선책에도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대부분의 주택들은 주로 1960년대 초 후루시초프 시대(1953-1964)에 지어진 것들로서 후르시초프 뒤를 이은 브레즈네프 시대(1964-1982)는 국가가 도시의 모든 주택을 소유하도록 함으로써 주택의 증가를 억제시키는 정책이 채택되었다. 그로 인해 브레즈네프 이후 주택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새로 가정을 꾸리려는 젊은층의 출산 의욕이 지속적으로 감퇴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이 공급을 제한하는 브레즈네프의 주택 정책은 주택 건설 업체들이 독점을 통해서 이익을 유지하도록 건설경제 구조를 왜곡시켰고, 이것이 주택구입 비용의 상승을 부채질해와 그 동안 러시아 주택공급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이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러시아의 주택부족 현상은 거주 환경에 심각한 불편을 야기시켰고 이것이 심각한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 따라서 관계 당국은 러시아의 출생률 저하는 주택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같은 주택 건설업체의 독점과 부패 만연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 대통령으로부터 주도될, 건설업계의 구조 조정 향방에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푸틴 대통령은 연례 대국민 연설에서 현재 젊은 부부들에게 주택이 우선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기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푸틴은 자녀당 지불하는 25만 5천 루불을 주택 구입에 사용할 시 이것이 합법적이 되도록 법령에 반영할 계획인데 러시아 정부는 이 금액으로도 소도시에서는 아직 좋은 집을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지방을 중심으로 출생률이 증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의 사회학 교수인 이바노프 F. 교수는 "단순히 보조금을 높게 책정하는 것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라면서 "러시아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한 원인은 러시아 국내정치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경제의 세계화 현상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고 있는 것 같다" 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즉 서구 사회와 같은 경쟁과 효율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젊은 세대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생존 경쟁에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므로 당연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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