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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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대로 가라!
  • 이은희
  • 승인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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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동포사회 월드컵 준비 각양각색 / 북한예술단 초청에서 조수미 공연까지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 12일을 남겨둔 재독동포사회, 특히 한국 선수단의 첫 경기인 토고전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남달리 바쁘다. 언론을 통해 응원단 둘이서 “비난전”을 하는 듯 선정보도가 된 데 대해 근심하는 것도 이제는 지난 얘기.

3만5천 재독동포사회에서 10분의 1이 한 자리에서 모이기도 힘든 한인연합회가 꼭 앞장서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느냐, 꼭 큰 기업 후원을 끌고 들어와야 하느냐 하는 이야기, 저기는 ‘친북’이라서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 등등,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정작 응원 관련 프로그램이나 국내 손님 안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은 그런 이야기에 신경 쓸 여념이 없다. 모두 함께 모여서 하면 좋지만, 각자 분야가 다르고 준비해온 스타일이 다르므로 갑작스럽게 합할 수 없으면 제각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드는 사람 누굴까? 공연준비를 완결한 곳, 대형 민박촌을 갖추고 멋진 사업을 하는 곳, 대사관을 통해 입장권을 받아 한인회를 통해 배분하는 곳 등. 갈 곳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 이제는 각자 입맛대로 가면 된다.

표, 표, 표, 표가 문제다. 피파(FIFA)의 처음 제안대로 미리 표를 사둔 이들, 한인회를 통해 표를 구입한 이들, 혹은 지금 토고전 표가 대거 돌고 있다는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표를 구하려는 이들, 시끄러운데 그냥 집에 앉아 텔레비전 보겠다는 이들, 국가주의 몰아붙이기 스포츠 독재에 맞장구치지 않겠다고 고개돌리는 이들, 시끄러운 시간에는 독일을 떠나겠다는 이들…… 생각도 각양각색이다. 축구에 관심없고 연합회나 한인회와 별 관계없는 동포들은 이 기회에 좋은 공연이나 구경할 생각이다. 4만 장 입장권이 나돈다는 소문이 있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국인 경영 식당과 호텔은 예약 손님으로 차고 선물가게 등 동포 사업체들이 월드컵 특수를 적잖이 기대한다. 여행업자들은 월드컵 온 김에 유럽 여행을 하려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월드컵 경기 기간을 활용하며 테마 여행처럼 종교개혁기념지를 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프랑크푸르트 경찰청에서는 월드컵 관련 행사를 하는 주최측을 모두 불러 안전수칙을 홍보한다.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월드컵 참가국에 대한 이런저럭 소식을 전하며 프랑크푸르트 소재 모 한국 식품점 사장 사진을 큼직하게 실은 기사, 한국에는 동, 번지로 주소가 되어 있다는 소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

소문도 많고 과장도 많은 월드컵 준비. 각자 조금씩 다른 배경과 내용과 정서로 준비하는 세 단체 상황을 둘러 본다.

<재독동포응원단 붉은 호랑이 designtimesp=15289>
-“하나됩시다, 힘차게 일어납시다”-

지난 해 12월 11일 “세계가 놀라는 응원문화를 이 곳에 다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동포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연계하여 조직한 재독동포응원단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매일 4, 5명의 준비위원이 나와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세부일정에 대해 빈틈없이 검토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한 준비위원이 풀빵 굽는 기계를 갖고 와 풀빵을 구워 먹으며 새벽 세 시 네 시까지 응원단에 오는 문의와 각종 행정일을 직접 본다. 응원단 사무실 벽 한쪽에는 한국국가대표선수단의 사진이 줄줄이 걸려 있고, 다른 한 벽에는 2003년부터 관련 준비를 해온 일정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12일에는 북한예술단을 초청하여 공연할 예정이며, 13일 토고전이 열리는 날에는 프랑크푸르트 시 지정 축구팬의 광장인 마인강변 마인 아레나에 무대에서 응원의 열기를 보낼 예정이다. 응원단 홈페이지 (www.kofaworldcup.com)를 통해서는 “하나됩시다, 힘차게 일어납시다”란 메시지를 보낸다.

재독동포응원단의 선경석 단장은 5월 30일 14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 일정이 있어 28일 오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등 바쁜 일정이다. 큰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색깔론으로 시달린 기색 없이 12일 북한예술단 공연 때 연합회장이 오면 인사말을 하는 좋은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밝히고 출국했다.

<연합회 응원프로그램 designtimesp=15299>
-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재독한인연합회(www.jaedokhanin.de)에서는 올해 1월 SK 텔레콤과 연계하고 홍보대행사에 위탁하여 응원 프로그램 준비를 시작했다. 대사관을 통해 입장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연합회는 지난 3월 준비 행사 포스터에서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발대식을 했다.

재독한인연합회는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 아고라 광장에서 한국전 경기가 있는 13일, 18일, 28일에 연예인 초청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 경기가 시작하기 세 시간 전에 한국인 중심의 독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청 연예인 내용은 확정발표를 앞두고 있다.

입장권은 축구협회에서 대사관측을 통해 배분한 1910장을 지방한인회를 통해 배분할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 820장, 라이프치히 410장, 하노버 680장이다. 표 배정은 29일 남부지역, 30일 북부지역, 31일 중부지역으로 정해졌다.

표 배분을 위해 실명, 생년월일, 여권 등을 피파 규정에 따라 입력하여야 하는 일을 사무실에서 하고 있다. 사무실은 프랑크푸르트 근교 오버우르젤에 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언론, 방송사에서 문의 전화가 와서 바쁘다. 민박이나 여행안내는 하지 않는다.

선경석씨가 단장인 재독동포응원단에 대해 연합회가 “친북” 운운했다는 서울신문 기사에 대해 사연을 물었다. 박선유 사무총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단지 통일운동단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선경석 단장을 과거에는 동포사회가 받아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과 상관없을 정도로 시대가 변했으므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한 것이 와전되었다는 것.

<3만 평 월드컵 하우스>
- 천막촌에 유럽 축구팬들 대거 수용 -

동포사회의 오래된 축구팬이자 올해 가을부터 풋볼 아카데미를 정식 개원할 정용화씨는 박람회장 뒤편에 3만 평 운동장을 야외무대공연장 및 천막촌으로 운영한다. 월드컵 하우스(www.worldcuphouse.net) 천막촌은 텐트를 가져오는 경우는 일인당 하룻밤에 18유로, 텐트를 갖고 오지 않는 경우는 30유로를 받는다. 이미 천5백 명 가량 예약이 되어 있다. 이 중 천3백 명은 영국, 네덜란트, 포루트갈에서 오는 팬들이다. 한국인은 2백 여 명 정도. 치안 문제도 걱정없다. 아직 방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이 곳에 연락하면 된다. 50여 명 안전 요원에다 경찰이 안전문제를 협조해 주기로 되어 있다.

정용화 월드컵하우스 대표에 따르면 이 장소는 프랑크푸르트의 부호 칼하인츠 아이젠바흐 씨의 호의로 월드컵 기간 전후 한 달 동안 월드컵하우스 전용 사용이다. 통닭집, 케밥집, 아이스크림집, 커피집, 선물센타, 식품점들이 들어선다. 13일 저녁에는 이 곳에서 조수미 공연이 있다. 월드컵하우스 정용화 대표에 따르면 천막촌 입구의 사무실은 아직 정리 중. 독일 청년들 10 여 명이 와서 일하게 된다.

<자신의 필요와 입맛에 따라 다녀가라 designtimesp=15320>

국내, 즉 외부에서 보면 말 많고 탈 많은 듯하지만, 사실은 모두들 먼 곳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 과장은 싫다. 선경석 재독동포응원단장, 박선유 연합회 사무총장, 정용화 민박촌 대표.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자는 것은 십시일반이다. 별스런 앙금도 없다. 북한예술단 공연, 조수미 공연 등 입장료는 무료다. 밥 시간이 되면 사먹어야 할 것이고 성금함이 보이면 마음과 주머니 사정 허락하는 대로 성금을 내면 된다. 각 단체 혹은 사업가가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 국내에서 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와 입맛에 따라 다녀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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