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지 말고 입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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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지 말고 입 크게…”
  • 코리안위클리
  • 승인 200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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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캠브리지에서 있은 캠브리지-옥스포드 한글학교 체육대회에서 응원하는 어른들의 함성을 등에 지고 아이들이 ‘과자 따먹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영국에는 런던 2곳을 포함 총 22개의 한글학교가 있다.

<사진: 캠브리지 한글학교>

특별기고-옥스포드-캠브리지 체육대회를 다녀와서  

지난 5월 6일 옥스포드-캠브리지 한국인 체육대회가 캠브리지에서 열렸다. 해마다 돌아가며 하는데 올해는 캠브리지 차례라 한다. 주로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축구팀과 발야구팀, 그리고 한인학교 학생들의 운동경기가 열리고, 점심은 주최 측인 캠브리지 한인회에서 바베큐를 준비한다고 하니 은근히 기대도 되었다.

아침 7시 10분쯤 아이를 데리고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나갔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평소 자주 다니던 버스가 1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나와 있던 교장선생님과 한인회 회장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 가족은 작년 9월에 옥스포드에 와 살면서 영국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워 런던 이외에는 다른 곳에 갈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캠브리지는  가보고 싶은 도시였는데 마침 나에겐 좋은 기회였다. 캠브리지로 출발하는 우리 옥스포드 한인회 식구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거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선수들과 우리 한인학교 식구들 10명이 전부인 듯했다. 가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사정이 생겨 참석치 못하게 되자 일을 주관하는 한인회 회장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교장선생님의 석연치 않은 표정을 뒤로 하고 우리는 모두 2층 버스에 올랐다.

평소보다 일찍 채비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바베큐를 맛있게 먹으려고 그랬는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침을 굶고 온 듯했다. ‘종알종알’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쉬지 않고 떠들어댄다. 지칠 법도 한데 캠브리지에 도착할 때까지 ‘00 셋 , -000’, 게임에 여념이 없이 즐거워한다. 평상시에는 한국말보다 오히려 영어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오늘은 저들끼리 우리말로 즐겁게 노는 소리가 2층 버스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즐겁고, 한국에서 소풍가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는 장관이었다. 우리나라 달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에 눈을 잠시도 뗄 수 없었다. 노란 유채밭이 초록의 풀밭과 어우러진 풍경이 우리나라 제주도를 연상시키지만 스케일이 더 크다고 할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에 어느덧 버스는 캠브리지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봄도 그렇지만 영국의 봄도 어디나 명소다. 캠브리지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넓은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봄을 즐기는 듯 했다. 이방인의 눈에도 공원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예정된 한인회 모임 장소는 시내를 돌아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공원에 마련되었다. 저 멀리 바비큐 준비를 하고 있는 머리가 희끗한 한국인 한 분이 눈에 띄었다.
1시 반에 축구경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팀 축구선수들은 뭔가 대단한 작전이라도 펼치려는 듯 한참을 둥그렇게 모여 있다가 마침내 파이팅을 외친다. 축구경기가 열리는 동안 캠브리지 한인회에서는 장만해 온 음식으로 점심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캠브리지 한국학교에서도 모든 선생님과 학부모님이 운동경기 준비에 열심이었다.

축구 전반전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우리는 푸짐한 바비큐로 점심을 즐겼다. 축구경기는 우리 팀 옥스포드가 캠브리지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4점이나 내어 주었다. 그런데 옆 사람 말이 의아스럽다. “옥스포드 축구 많이 발전했네.” 알고 보니 전에는 8점까지 뒤졌다는 것이다.
오물오물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계란 옮기기’, ‘두 명이 발 묶고 뛰기’, ‘과자 따먹기’, ‘가족 달리기’ 등 어린 시절 운동회를 생각나게 한다. 경기를 하면서 내내 참여하는 아이들과 응원하는 어른들의 함성에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경기 후엔 푸짐한 상품도 받았다.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까지 상품을 챙겨주시는 캠브리지 선생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놀라웠다.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이미숙/옥스포드 한글학교 교사

특별기고-5월6일(토) 한글학교 체육대회 ‘꿈나무들의 초록잔캄  

                              
영국의 길고 긴 터널 같은 겨울이 소리 없이 지나가고 꽃 향기와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5월…
한국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학교와 가정에서 많은 행사가 있고, 또 봄맞이 소풍이 한창일 때이다. 그런 행사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이곳 캠브리지에서도 좋은 행사가 있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 캠브리지 한글 학교(교장 이종현)에서는 체육대회를 실시하였다. 때마침 캠브리지-옥스포드 두 대학간 학생회에서 한인 친선 체육대회를 캠브리지에서 열게 되어 행사 응원 겸 자체 체육대회를 함께 실시하게 되었다. 캠브리지 한글학교에서도 역시 옥스포드 한글학교(교장 박유빈) 친구들과 학부모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늘 갇힌 공간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넓고 푸른 잔디밭은 자유의 공간이었는지 지칠 줄을 모르고 뛰고 움직이는 아이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대학교 형들이 축구시합을 하는 동안 다른 한편 잔디밭에서는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공을 차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아이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쉼 없는 에너지가 나오는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로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행사가 끝날 무렵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번 행사는 두 대학 남학생들의 축구경기, 여학생들의 발야구, 그리고 한글학교의 체육대회로 진행됐다. 
체육대회의 주요 종목은 달리기와 과자 따먹기 게임, 2인 3각, 이어달리기였다. 친구들, 부모님과 함께 달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기 그지 없었다. 달리다가 넘어져서 울고 있는 저학년 아이들,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다시 함께 달리는 고학년 아이들… 가족과 함께 참여하여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열린 시상식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상을 받고 친구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은 어른들 못지 않게 의젓하기만 했다.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한 옥스포드 한글학교와는 서로 좀더 알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체육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옥스포드의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낯선 곳에서 아이들을 주축으로 또 하나의 한인들간의 교류의 장이 되어 이번 체육대회는 뜻 깊은 행사가 되었던 것 같다. 
먼 이국 땅에서 이렇게 한국을 기억하고 한국어를 잊지 않고자 열심히 공부하는 한글학교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좀더 한국과 우리말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는 마음과 함께…벌써 다음해 체육대회가 기다려진다.

전선영 /  캠브리지 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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