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나라로부터 배운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교업무 어떻게 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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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의 나라로부터 배운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교업무 어떻게 해왔나?
  • 백동인
  • 승인 2006.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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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화란 총영사 Mr. Ed W. Hoeks와의 대담
▲ 인터뷰 기록을 위해 함께 배석한 인물은 카나다 출신 박사과정 유학생으로 동서사회연구원의 강의조교인 그레고리 스탠스트롬.
현지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이 고작 4백 여명에 불과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한국 총영사관이 최근 공식 개설되어 일부 업무를 시작했다. 원래 8월 말에나 업무 개시가 가능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일정을 앞 당겨 공관이 개설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불거진 스킨헤드로부터의 안전 문제가 표면 위로 등장하면서 교민 보호 업무가 다급해졌기 때문.

그러나 교민의 안전 문제와 영사업무의 편의만을 위해서 총영사관이 기능한다면 비용 측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다. 올 8월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될 총영사관의 영사팀이 근본적으로 우선 순위를 가려서 해야 할 업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어떻게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새로운 외교와 통상 무대에 적응해 갈 수 있는가?

필자는 3백 년 전, 이 도시의 시작과 더불어 줄곧 물적 인적 교류를 지속해 온 네델란드의 총영사관의 공관장과의 대담을 통해서 그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총영사 Mr. Ed W. Hoeks와의 대담은 2006년 4월 26일, 11시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델란드 총영사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요약.

총영사님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국립 암스텔담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27년간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베트남에서 전문 외교관으로 활동해 왔으며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12년 정도 더 외교활동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지난 200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총영사로 부임하였고 1~2년 정도의 잔여 임기가 남아 있습니다. 과거에 모스크바 주재 화란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러시아와의 인연이 첫 번째는 아닙니다.

2. 최근 한국 정부는 이곳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총영사관을 서둘러 개설하였습니다. 네델란드 총영사관은 우리보다 앞서 이미 많은 외교적 경험을 축적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귀국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업무의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곳의 치안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영사관의 업무가 국민 보호에만 치중하지는 않습니다. 이 도시의 관료들이 러시아의 정치적 실세들이므로 국내정치와 관련해서 이들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본국 정부에 보고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지난 300여 년에 걸쳐 대단히 많은 인적 교류가 있어왔느니 만큼 계속적인 우호 분위기 증진을 위해서 양국 국민간의 연대와 의사소통의 증진에 보탬이 되는 정책들을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들은 네델란드의 대학이나 정부 산하 교육기관과 연관해서 러시아의 젊은 대학생들을 2주, 3주,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묶어 “문화와 언어개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암스텔담 대학교와 기타 몇몇 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이곳의 네델란드 문화원을 통해서도 우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자발급과 영사업무가 우리 영사관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총영사님께서 영사관의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총영사님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업무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저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통상 지원 업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 특별시와 인근 레닌그라드주에 우리가 매 해 수출하는 수출 총량이 연간 3억불이 넘기 때문입니다. 수출 총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총영사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4. 이 지역과의 무역 교류에서 어떤 부분의 교역이 유망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주로 이 지역에 화학제품, 설비 플랜트 그리고 식품산업 분야의 제품들을 주로 수출합니다. 반면에 이곳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품목은 석유와 가스 그리고 원목 등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지역이 섬유와 자동차의 메카로 부상할 것입니다. 독일 포드와 도요타, 그리고 닛산이 각각 연산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에너지 산업과 컴퓨터 소프트웨어 부분도 유망합니다. 선박 수주도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5. 총영사님이 이곳에서 활동하시며 느끼는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제가 이곳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낮은 수준의 관료주의, 비자 수속의 어려움, 거주지 등록의 불편함, 노동비자 취득의 난관, 관세, 세금 그리고 시민들의 인종주의적 경향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6. 그렇다면 총영사님은 이곳의 정치적 경제적 미래를 암울하게 보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는 낙관할 수는 없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째는 정치적 자유를 지향하는 러시아의 젊은 세대가 급속도로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과 시장경제에 이미 적응한 중산층이 점점 두터워져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식이 자유로운 이 계층은 더 이상 비민주적인 옛 정치질서로의 회복을 원치 않습니다.

7. 현재 화란 총영사관의 예산은 어느 정도이며 몇 명의 외교관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까?

저도 정확한 액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은 주로 인건비와 문화 활동 지원비, 그리고 기타 프로젝트 후원 등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보고 계시는 대로 저희 영사관은 1991년, 도심 한 가운데의 모이카 11번지에 건물 두 동을 구입해서 입주하였습니다. 각 건물은 대략 15개씩의 업무실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건물 3층에는 아담한 숙소도 꾸며져 있고 현재 부총영사가 그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관에서 활동하는 영사 인력은 현지 채용을 포함해서 모두 18명인데 그 가운데 6명이 본국에서 파견되어 온 외교관들입니다.

8. 총영사님은 이곳의 스킨헤드에 의한 테러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며 네델란드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 문제는 현재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곳 시정부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되고 있습니다.
조만 간에 대화 채널을 좀 더 고위급으로 격상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이곳 시정부가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테러는 반인륜적 범죄입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이들 주장은 변호되거나 지지될 수 없습니다.

9. 네델란드 입장에서 총영사의 직책은 이 지역에만 관련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기타 지역과 연관된 특수 업무도 관장하시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저 남쪽의 볼고그라드나 서쪽의 시베리아 지역 등 우리 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서 업무 지원을 합니다. 우리 정부의 총영사 업무는 지역의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10. 이곳에서 외교 활동 차원에서 주로 어떤 분들과 접촉하고 계시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가급적 우리 업무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보시는 대로 저는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납니다. 리셉션, 세미나, 초청 강연 그리고 관사로의 초대나 개인적 방문 등 많은 종류의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교 업무와 관련해서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물론 시장입니다. 그러나 실무 차원에서는 시청의 의전 서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담당 제 2부시장이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국제 관계를 담당하는 부시장과의 접촉도 항상 중요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편집후기 ***

총영사는 여왕 탄생일에 네델란드 기업들의 대표자들이 모두 모여 만찬을 한다며 본인에게 그곳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곳에 진출한 네델란드 기업들의 무역과 생산 활동을 격려하거나 진두 지휘하는 야전 지휘관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자국 문화와 비즈니스 기회의 확산이라는 보다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에 서 있는 네델란드 총영사관이 앞으로 새로 업무를 시작한 우리 총영사관과 밀접하게 상호협력하며 서로의 미비점을 배워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3억불의 수출과 자국 문화와 교육의 홍보를 위해 문화원을 포함해서 세 동의 독립 건물을 구입, 18명의 외교팀으로 운영되는 네델란드 총영사관. 머잖아 독립 공관을 마련해야 하는 우리 한국 총영사관의 규모와 외교 정책에 점차 교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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