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채널뉴스아시아 앵커우먼 수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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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채널뉴스아시아 앵커우먼 수잔 정
  • 한나프레스
  • 승인 2006.04.0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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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앵커우먼 수잔 정을 처음 인터뷰한 이후로 꼭 2년이 흘렀다. 수잔 정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이 궁금했다. 보다 성숙하고 노련해진 그녀의 방송 진행을 매일 아침 TV을 통해 보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확인하고픈 직업병(?)이 발동된 것이다.

당차면서도 부드럽고 예의 바른 2년 전 모습이 대견하고 흐뭇하게 남아 있던 터였다. 너무너무 바쁘다는 그녀의 말이 전혀 핑계로 들리지 않았지만 어물쩍 못 들은 체하고 반강제로 점심 약속을 잡았다. 그녀의 하루 일과에서 한가한 틈을 찾기란 국어사전에서 오타 찾기만큼 힘들다는 것을 인터뷰 중에 알았을 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나프레스 독자를 위해서' 란 명분을 철판처럼 얼굴에 깔고 '시간은 나 몰라라' 하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기자: 싱가포르 교민사회의 특성상, 근래에 싱가포르에 들어와 수잔 정을 모르는 교민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간략히 자기 소개를 해주시죠.

수잔: 1977년 1월 6일에 서울에서 태어났고 현재 만 29살이에요. 한 살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서 홍콩으로 이사 갔고, 그곳에서 6살까지 살았어요. 싱가포르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것이 1996년. 대학 졸업 후 아리랑TV 기자로 취직해서 2년을 근무한 후, 2002년 12월에 Channel News Asia로 직장을 옮겨서 현재 3년째 아침뉴스 프로그램인 '프라임타임 모닝'의 앵커로 근무하고 있어요.

기자: 현재 근무 중인 채널뉴스아시아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수잔: 현재 동남아시아 22개 지역에 방송되고 있고 천팔백만 명의 시청자를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뉴스 채널이에요. 영어 부문에만 100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20여 명의 특파원이 파견되어 있어요. 동남아시아 지역의 특파원 숫자는 CNN보다도 많은 숫자예요. 한 마디로 아시아 지역의 뉴스는 채널뉴스아시아가 장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기자: 미국에서도 공부하신 걸로 아는데….

수잔: 한 번쯤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동생들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거든요. 연세대 재학 중 미국 교환학생을 신청했고, 3학년 1학기와 2학기를 UCLA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어요. 다시 연세대로 돌아와 마지막 학년을 마치고 아리랑TV에 취직한 거죠.

기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라임타임모닝의 시청률은?

수잔: 정확한 시청률은 몰라요. 다만 2년 전 개편 전에 비해 시청률이 많이 올랐고 현재 채널뉴스아시아의 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실제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해요. 이전에는 인터뷰 약속을 잡기 위해 일일이 좇아 다녔지만, 지금은 신청이 밀려들어 선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프로그램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거죠.

기자: 앵커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수잔: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인터뷰가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그 때문에 많이 바빠졌죠. 단순보도는 그냥 읽어 내리면 되지만 인터뷰의 경우는 질문을 위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죠. 준비가 잘되어 성공적인 인터뷰가 이루어졌을 때는 뿌듯하고 기분 좋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찜찜함이 남게 마련이거든요. 하루 다섯 개의 전혀 다른 인터뷰를 소화하기 위해선 방송 외의 거의 모든 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 수집을 해야 해요. 친구들이 그래요. "네 컴퓨터는 어떻게 24시간 로그인 되어 있냐?" 고.

기자: 하루 일과가 궁금해지네요.

수잔: 새벽 두 시에 일어나요. 화장이며 준비를 하고 3시 반, 늦어도 4시까지는 출근을 해야 해요. 6시에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그날의 보도기사와 인터뷰를 준비하고 8시부터 10시 반까지 생방송을 진행하죠. 간혹 시간에 맞춰 못 들어오는 게스트들이 있는데 10시 반에서 11시 반까지 녹화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죠. 점심식사 후에 하루 100통 정도 들어오는 이메일을 체크하는 데, 대부분 인터뷰 섭외 건들이죠. 그리고 집에 퇴근하면 보통 오후 2~3시가 되요. 간혹 기자에게 맡기지 않고 앵커가 직접 취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저녁에 퇴근하기도 해요.

기자: 특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수잔: 무조건 자요.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진 않아요. 그냥 잊어버리죠. 주말에 푹 쉬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기자: 살면서 가장 기뻤을 때, 그리고 가장 슬펐을 때는 언제였는지.

수잔: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질문이지만… 대학 합격자 발표 때 나보다 더 좋아하시면서 펄쩍펄쩍 뛰시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뵈었을 때 너무 기뻤어요. 그리고 특별히 슬펐던 기억은 없지만, 요즘 바쁜 일과 때문에 부모님이나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못 보는 게 조금 서운하네요.

기자: 어린 시절을 여러 나라에서 교육받으며 성장했는데, 정체성이나 가치관의 혼란을 겪지는 않았는지.

수잔: 흔히 한인 1.5세나 2세들이 그러한 고민을 겪는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이 한인1.5세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긴 했지만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저는 한국에 있었거든요. 저는 너무도 당연히 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외국에서만 살다가 한국으로 대학진학 했을 때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적응상의 어려움을 약간 겪긴 했지만 곧 적응했어요.

기자: 현재의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수잔: 75점이요.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 늘 배우려고 노력해요. 처음 아침 프로그램 시작할 때는 너무 새로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많을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너무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스스로 정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때가 있어요. 뭔가를 계속 배우고 도전하기 위해서 요즘은 스페인어 공부를 새로 시작했어요.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기자: 지금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수잔: 여행을 하고 싶어요. 아직 못 가 본 나라들이 많잖아요. 정신 없이 하루하루 살다 보니 남들이 20대에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여행만큼 나 자신에게 소중한 선물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자: 끝으로, 장래 직업으로 기자나 앵커를 지망하는 예비 언론인들에게 한마디.

수잔: 많이 읽고, 많이 듣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할 거예요. 안 해 본 것들, 취향이 아닌 것들도 한 번씩은 경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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