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 외국인 안전 위해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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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 외국인 안전 위해 거리로 나섰다
  • 백동인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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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일부 지식인들과 반파시즘 단체가 자신들의 목숨을 내걸고 유색인종의 보호에 나섰다.

3월 25일 토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킨헤드'와 같은 극우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안티 파시스트들의 첫 번 공식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경찰 추산 300여명의 군중들은 «스포르치브나야» 지하철 역 앞으로부터 시작해서 비루자 다리를 건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앞 사하로바 광장에 이르는 긴 거리를 극우 폭력을 규탄하는 구호와 함께 행진하였으나 시위 도중, 극우민족주의 단체와 충돌은 없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안티파시스트 단체의 회원들은 «티무르 카차로프를 비롯해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은 많은 아프리카 출신 및 아랍계, 아시아계 사람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닌 극우 단체의 반인륜적 테러로 죽어갔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관계기관을 성토했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시위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는 중앙 아시아의 아르메니아 출신 유학생 겸 가수였던 티무르 카차로프(당시 20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철학과)가 2005년 11월 13일(토) 저녁,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의 하나인 리곱스키 대로변의 한 서점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킨헤드로 추정되는 17-20세 가량의 10명의 청년들로부터 흉기로 목과 가슴 등의 부위에 스무 차례 난자 당한 후 피살되고, 함께 동행하던 그의 친구 막심 즈기바야가 두괴골이 심하게 골절되고 가슴에 중상을 입은 일로부터 발단이 되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그가 살해당한 서점 앞과, 상트페테프부르크 국립대 철학부 등에 티무르를 추모하는 사진과 약력이 걸렸으며 한 동안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폭력을 반대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의 살해 소식을 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철학과의 볼코바 A. B. 교수(46세)는 «그가 평소에 반파시즘 단체에 가입해서 극우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등 극우 민족주의에 반대하는 일에 앞장서오면서 표적이 된 것 같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티무르 살해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인 지난 해 9월 중순, 29세의 콩고 출신 아프리카 유학생이 나우카 대로에서 무차별 몰매를 맞고 사망했었는데 이곳 언론과 전문가들은 당시 이 학생의 죽음이 외국 학생들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을 내어 놓았으며, 뻬쩨르부르그 소재 대학들이 소속한 '대학 총장 협회'가 «유학생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임대 주택이나 기숙사 주변의 안전에 대한 정보를 대학 당국에 알릴 것»을 권고하는 수준의 처방을 내린 바 있다.

이 보다 한 해 전인 지난 2004년 10월 13일, 당시 20살의 베트남 학생이 2004년 저녁 늦게 친구 생일 파티에서 돌아오던 중, 뢴트겐거리와 례프 톨스토이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역시 극우 민족주의자로 추정되는 14-15세 가량의 어린 청소년들로부터 무차별로 칼로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는데 이 사건으로부터 유학생의 신변안전 문제가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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