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사회, 총영사관 영사업무 개시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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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사회, 총영사관 영사업무 개시에 환호
  • 백동인
  • 승인 2006.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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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사 구입 및 외교인력 충원 지연으로 불만은 여전

히틀러의 생일(4월 20일)을 전후해서 스킨헤드의 폭행 및 테러 활동이 예상되는 등,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문화와 교육의 도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한국 외교통상부가 서둘러 공관을 개설하고 외교인력을 파견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재외국민 보호 활동에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의 공관장으로 임명된 최재근 총영사는 3월 23일 현지에 도착해서 106년 전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뎠던 이범진 러시아 주재 초대공사의 묘지를 찾아 헌화함으로써 그의 첫 번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최 총영사는 3월 26일 저녁, 선교단체와 유학생회 임원 및 현지 진출 기업, 그리고 언론매체 및 학계 대표 등 20여명을 시내 한국식당에 초청해서 교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안전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총영사는 4월 15일을 전후해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삭 성당 주변에 임시 청사를 임차해서 대민 보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며 무엇보다 교민들의 안전과 보호에 영사 업무의 최우선을 두겠다며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본국에서 선발된 행정보조 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비자 관련 업무는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최 총영사는 아울러 향후 2~3년 이내에, 대한민국의 국력에 상응하는 총영사관 청사를 구입 완료해서 교민들의 커뮤니케이션과 현지 적응에 크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으며 아울러 이곳 경찰청을 포함한 시 정부 및 주요 정부 기관장들과의 접촉을 강화함으로써 폭력을 포함한 기타 유사 사건 발생시, 피해를 당한 우리 교민들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외교관계를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은 향후 6개월 내에 공관장을 포함한 3명의 외교관과, 국정원 및 경찰청 파견 주재관 각 1명, 그리고 기타 본국에서 선발된 2명의 행정보조 요원 등, 총 10명까지 업무 인력이 확장되어 갈 예정이다. 그러나 길게는 8월 말까지, 3명의 외교관만으로 영사 및 재외국민 보호 업무 모두를 관장해야 할 형편이어서 오랫동안 공관 개설과 효과적인 교민 보호활동을 고대해 온 교민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킨헤드가 주로 발호하는 4월의 히틀러 생일과, 6월의 독일 월드컵(6월 9일~6월 23일)을 전후해서 독일과 인접해 있어서 월드컵을 참관하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내방이 예상되는 시점에, 대민 보호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24시간 내내 비상으로 가동되는 영사 콜센터의 유지를 위해서도 전문 외교인력의 추가 증원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교민사회가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한 편, 익명을 요구한 한 대사관 관계자는 스킨헤드와 기타 폭력적 상황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곳에 거주하는 유학생이나 사업자 혹은 각 개인이 자신이 소속한 교회, 단체 혹은 사업장 별로 자체 비상 연락망을 구축하고, 24시간 비상 콜센터를 담당하는 당직 영사와 사건 발생시 초기 대응에 밀접하게 협력해 줄 것과, 아울러 총영사관이 지역 거주 교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재외국민 등록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 알려진 최재근 총영사는 1976년 영국 런던에서 외교연수생으로 외교 무대에 첫 발을 내 디딘 이래 30년간 전문 외교관으로 활동해 왔으며 특별히 지난 1992년 2월, 모스크바 주러 한국 대사관 의 총영사로 발령받은 것을 시작으로 블라디보스톡 총영사를 지내는 등, 이번 총영사 부임으로 러시아에서만 세 번째로 총영사로 활동하는 기록을 갖게 됐다.

한 편 총영사 부재 시 공관장의 직무를 대행할 전홍인 영사가 이보다 앞선 3월 15일, 이곳에 도착해서 공관 부지 확보를 위해 시 정부 및 외교에 관련된 러시아 정부 기관들과의 접촉을 가져왔다. 전 영사는 이곳에 부임하기 전, 주 오사카 주재 영사를 역임했다.

2006년 3월 현재, 한반도 주변 4 강대국에 나가 있는 우리 총영사관은 미국이 9 곳, 중국이 7 곳이며 일본이 8 곳인 반면, 러시아에서는 1992년 10월,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안보상의 이유로 블라디보스톡의 총영사관이 서둘러 문을 연 이래로 이 번에 두 번째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총영사관이 공식 개설되게 되었다.

당초 러시아에서의 두 번째 총영사관의 후보로는 시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로 과학연구단지가 집중되어 있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기술의 이전에 대단히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노보시비르스크가 여권 내부에서 선호되었으나,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수도로써 현 권력 실세 대부분이 배출될 만큼 외교적 비중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특수성을 고려하자는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 2004년 9월, 모스크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에 의해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이르쿠츠크 등 두 곳에 한국총영사관이 개설되는데 합의되었다.

비행기로 불과 네 시간이면 도달하는 실사구시의 신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대신에 그 보다 두 배의 비행시간이 걸리는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우리의 주요한 통상 및 정치 외교무대로 설정한 것이 옳았던가는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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