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표류 부부 35일만에 한국어선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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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표류 부부 35일만에 한국어선이 구조
  • 호주온라인
  • 승인 2006.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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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평양의 소국 키리바티의 50대 부부가 보트로 4시간이면 갈 수 있는 한 섬까지 가는 도중 보트의 엔진이 꺼지면서 장장 35일간 거의 2천km나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한국어선에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호주언론과 괌의 패시픽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키리바티 수도 타라와에 사는 52세 동갑나기 부부 타아테 토아카이 씨와 남편 보타라 베타이아 씨는 작년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인근 섬의 친척집에 가 있던 10세의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12월30일 길이 6m의 목제 보트를 타고 수도를 떠났다.

 그러나 섬까지 4분의 3 정도 갔을 때 보트의 엔진이 꺼졌고 남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육지가 보였지만 헤엄쳐 가기엔 너무 멀었다.

 그리고 워키토키와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지만 휴대전화는 충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무전기는 배터리가 떨어져 가는데다 남편이 집의 무전기를 꺼놓고 나온 상태였다.

 나중에 생환한 토아카이 씨는 "당시 나는 남편한테 너무 화가 나서 '우리가 표류하는 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당신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실종된 후 며칠 만에 키리바티 정부는 항공기와 선박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으나 워낙 방대한 해역이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부부의 혹독한 시련은 계속되고 있었다.

 처음 사흘 동안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지내야 했다. 그러나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은 이들은 하루에 적어도 10번 이상 기도하며 하나님께 매달렸고 나흘째 되던 날 비가 내리기 시작해 24시간 동안 쏟아졌다.

 부부는 우비를 사용해 물을 모아 식수로 양동이에 담아 저장했고 남편이 잡은 날생선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리고 낮에는 배안에 있던 합판을 이용해 불볕을 피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4주째가 끝나갈 무렵 배안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 물을 퍼내야 했다. 그리고 강풍과 큰 파도는 배를 단숨에 삼켜버릴 듯이 거세게 몰아쳤다. 이들은 몹시 두려웠지만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계속했다.

  마침내 2월2일 이들의 기도는 응답을 받았다. 근처에 있던 한 한국어선의 헬기가 이들을 발견했고 선원들이 부부를 구조했다. 헬기가 발견할 당시 이들은 키리바티의 타라와에서 서쪽으로 1,900km 정도, 미크로네시아의 추크 섬에서 동남쪽으로 800km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후 한국어선이 부부를 추크 섬으로 데려가는데 1주일이 걸렸고 이들은 그곳에서 몇주간 치료를 받으며 요양을 한 뒤 괌을 중심으로 태평양 노선을 운항하는 콘티넨탈 항공의 도움으로 타라와의 집으로 귀환, 아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토아카이 씨는 "사람들은 우리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하나님 덕분에 돌아왔다"면서 그들을 가족처럼 대해준 추크 섬 사람들과 그들을 바다에서 건져 안전한 곳으로 옮겨준 한국어선의 선원들, 그리고 친절을 베풀어준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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