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헤드의 계절,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 사회, 불안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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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헤드의 계절,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민 사회, 불안 증폭
  • 백동인
  • 승인 200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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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키스탄 출신 여성, 스킨헤드 폭행으로 사망

모스크바의 치안 강화로, 새로이 급격하게 스킨헤드 조직과 활동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제 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또 다시 연약한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잔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교민사회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자정, 칼리닌스키 지역에 위치한 네포코렌늬흐 대로에서 키르키스탄 출신의 아이누르 불레크바에바(여, 1974년생)와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일푸주 바바에바(여, 1972년생) 가 스킨헤드로 추정되는 최소 세 명 이상의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발길질과 칼 등으로 무차별 테러를 당한 후, 불레크바에바는 사건 현장에서 즉사하고 바바에바는 등과 가슴에 20곳 이상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다.

바바에바에 따르면, 사건 당시 불레크바에바는 카자흐스탄어로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적어도 세 명 이상의 러시아 젊은이들이 몰려와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위한 것이다.»고 외치며 공격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에 위치한 기술대학교의 기숙사에 거주자들이 테러 소행자들의 민족주의 구호를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점상을 운영하는 사건 피해자가 당일의 하루 매상을 고스란히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범인들이 돈이나 휴대전화에 전혀 손 대지 않은 점을 미루어 이 사건을 스킨헤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가 법인 체포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위와 유사한 사건을 격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위와 같은 사건을 당할 경우, 주변을 지나는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호소해도 그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을 주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이 매우 드물어서, 러시아가 법과 정의가 실종된 사회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외국인에 대한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교민들은 관계 당국이 하루 빨리 총영사관 개설을 서두르고 경찰 주재관을 상주시켜 교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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