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어 공교육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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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국어 공교육 ‘최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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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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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부는 한국어 열풍, 무너지는 NSW 한국어 공교육

세계적으로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는 반면, 호주에서는 한국어 공교육이 공식 도입10여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 최초로 한국어 과목을 대학 입시 과목으로 채택해 온 NSW 교육부는 수요 부족을 내세워, 기존의 HSC 한국어 3개 과정(11-12학년 대상) 가운데 ▲ 호주학생들을 위주로 하는 한국어 초급 과정(Beginners Course), ▲ 호주에서 태어났거나 호주에서 초등학교를 5년 이상 다닌 동포 자녀 위주의 한국어 중급 과정(Continuers Course)등 두 개의 과목을 사실상 폐지키로 최근 결정했다.

지난 2005년 초 한국어 초급과정(Beginners Course)을 폐지키로 결정한  NSW 교육청(Board of Studies)은 정확히 1년여 만에 이번에는 중급 과정(Continuers Course) 지원학생 대다수에 대해 난데없이 규정조항을 대폭 강화해 모두 부적격 처리함으로써, 사실상 이 과정도 폐쇄된 것.
이렇게 될 경우 결국 HSC 한국어는 고급 과정(Background Speakers Course)만 남게 돼 한국어 공교육의 명맥을 유지케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한국 유학생들이 절대다수로 채워지고 있는 고난도 수준으로 호주에서 자란 동포자녀들에게는 사실상 현실과는 동떨어진 “그림 위의 떡”일 뿐이다.   

즉, 이렇게 될 경우 NSW 주정부의 한국어 공교육은 유학생 전용으로 전락해, 동포자녀들의 한국어 공교육은 무너지고 HSC에서도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한국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충분히 예견돼온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인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한인사회의 관심부족과 미온적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HSC 한국어 과목의 위기는 호주 주요 대학이 개설하고 있는 ‘한국학과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호주 내 한국계 인맥 구축 및 동포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을 뿐더러, 호주 내 한국입양 어린이들의 한국 정서와의 연결고리마저 완전히 단절케 된다는 점에서 범 동포적 대처가 강력히 요망된다.

뿐만 아니라 “HSC에서 선택 가능한 한국어 과목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경우 결국 초중학교(k-10)에서의 한국어 공교육마저 사실상 ‘말살’되는 참혹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NSW주 교육부의 김숙희 한국어 자문관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8월,  ‘한국어 자문관직 폐지 파동’ 당시 김창수 시드니 총영사의 항의 방문을 받은 앤드류 레프쇼기 당시 교육장관은 “10학년까지만 한국어 교육을 해도 사실상 충분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즉, “NSW주정부는 수요부족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어 과목을 중요시 여기지 않고 있는 기저가 팽배한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어 과목이 결국 HSC 시험에서 소멸될 개연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라고 한 한국어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게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동포사회의 한국어 전문가들은 “근본 문제는 수요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적 결함” 때문이라며 “NSW주 교육당국의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다”라고 분개하는 분위기이다.  

실제로 NSW주 교육청은 ■ 한국어 초급 과정(Beginners Course)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HSC 응시자가 단 1명도 없었고, ■ 2003년에도 단1명에 불과했으며, ■ 올해 역시 이 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1명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 중급과정(Continuers Course)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 등 “수요가 없는 과목을 개설할 이유가 없다”는 식의 전형적인 상업논리만 내세우는 궁색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초급 과정(Beginners Course)의 경우 등록하고자 하는 한국인 입양자녀들이 상당수이지만 공부할 곳이 없어 등록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중급과정(Continuers Course)도 앞서 언급된 대로 과목 자체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한국어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항변과 지적을 묵살했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실제로 주정부 한국어 교육의 산실인 토요 한국어 학교의 산파 역할을 맡아온 전직 교사 이경재 선생은 주교육청과 정치권에 발송한 서면을 통해 “한국어 고급 과목(Background Speakers Course)과 중급과목(Continuers Course)을 연결하는 브리지 코스 개설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누차 호소해 온 바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근본 문제는 한국어 공교육에 대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홀대이며, 여기에 대한 한인 사회의 ‘침묵’으로 귀착된다.

그리피스 대학교의 정재훈 교수는 “한국어 교육 활성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연방 및 주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NSW 교육부의 김숙희 한국어 자문관 역시 작년에 열린 연방상하양원 외교통상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한국어 공교육 위기상황을 탄원하고 “호주 교육제도가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실정”임을 강력히 항변한 바 있다.

시드니 총영사관의 박인숙 교육원장 역시 NSW 교육청의 마가렛 실링크 교육감에게 HSC 한국어 과정의 폐지결정에 항의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으며, 한국어 공교육에 대한 한국정부 차원의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NSW 교육부는 그저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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