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중국동포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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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중국동포로 산다는 것은
  • 문정매
  • 승인 2006.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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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받은 '불법체류'라는 꼬리표

중국동포의 한사람으로 한국에서 생활한지 어언간 11년이 되어간다.
95년 2월, 남편 따라 무임승차로 한국에 입국한 후 생활하면서 언제 한번 나는 중국동포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요즈음 동포들의 취업교육 교사로 일하면서 새삼스럽게 동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갖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동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기보다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작년 5월부터 취업교육 교사로 일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교육대상자들의 특성을 뒤로 한채 어떻게 하면 주어진 교육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가 하는데 많이 고민하였다. 그러나 정작 강당에 서니 그게 아니었다. 교육생들은 나의 서툰 한국말, 아니 서툰 한국말이라기보다 익숙한 조선어에 교육내용을 귀담아 들을 대신 “저기요, 선생님, 어디서 오셨어요? 혹시 길림에서 왔나요?”라고 질문을 하며 나의 강의초반부터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 후부터 아예 수업시작 때 “저는 중국 흑룡강성에서 온 문민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 한결 같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뜨거운 박수로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나의 강의 주제는 “한국문화이해”다. 한국사회를 잘 알고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깔려있다.

한편 한국에서 10여년 살아온 나의 경험에 비추어 동포로서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강의 내용 구석구석에 깔려있다.

디지털사회, 유비쿼터스사회, 선진국사회 등을 표방하는 한국에서 디지털이 뭔지, 유비쿼터스가 뭔진도 모르고 무작정 돈벌겠다고 온 동포들이다. 한마디로 준비 없이 한국에 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때로는 한국을 너무 쉽게 본다는 원망도 든다.

대부분 친척방문비자(F-1-4)로 입국하여 친척방문에 그치지 않고 친척방문이라는 비자를 별미로 입국 후 바로 취업하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출입국관리 담당자는 취업교육을 받고 취업한 후 다시 취업비자로 바꿀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취업을 원하는 동포들의 의지와 달리 취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들은 너무 쉽게 준비 없이 한국에 입국하는 관계로 취업에서의 필수인 기술, 경쟁력 등 아무도 가진 것이 없다. 게다가 당국에서는 서비스, 건설, 농어촌 등 소위 3D업종에서 비전문직, 단순노무에만 취업할 것을 제한하다보니 실제로 합법 취업하는 사람은 30%도 되지 않는다.

취업을 하지 못한 대부분 동포들은 불법취업도 불사르고 지어 불법체류까지 일삼는다. 동포들은 불법이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웃는다.

수업 중 몇 번이고 “제발 불법취업과 불법체류는 하지 맙시다”라고 강조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당신이 나 처지 되보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거다 라고 반론한다.
통계에 의하면 불법체류자가 합법체류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때로는 한국의 법이 무능하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장본인들도 못났다는 생각된다. 나 주의에도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친인척이 있다. 더 이상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많은 동포들을 방치할 수 없다.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

나의 이 글이 동포정책을 만드는 이들에 대한 참고의 메시지와 동시에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수많은 동포와 또 한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동포들에게 자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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