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포도주와 오드비를 거쳐 꼬냑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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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포도주와 오드비를 거쳐 꼬냑이 만들어진다
  • 오니바
  • 승인 200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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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을 방문하면서 음주문화가 많이 바뀐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에서는 소주나 여러 종류의 발효주중 하나로 반주를 삼고 식사를 마치면 자리를 옮겨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 더하거나 여러 명이 모인 회식인 경우 노래방에서 한 두 시간 정도 노래를 하며 즐기는 모습. 역시 한국인은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이고 이런 모습에서 프랑스인들과 비슷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오랜 역사동안 이뤄져온 농업문화의 전통이 현대도시사회에서도 여전히 배어나온다는 점인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점이 있는 것같다.
  음주와 가무를 즐기는 모습만 가지고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업생산품을 다른 공산품과 똑같이 취급하면서 생산성과 가격경쟁력만으로 따지려드는 미국과 시장자유주의자들에게서 이렇게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정서를 느낄 수 있는가?
  서부영화에서는 카우보이들이 쓴 위스키를 연거푸 마시고 한바탕 벌이는 총싸움과 주먹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고작이다. 술은 마치 도발적인 무력에 불을 붙이는 알코올에 불과하다.
  한국이 폭탄주를 돌리던 것은 농경문화가 고된 자본주의의 도시문화와 충돌하면서 겪는 갈등과 방황 그리고 피곤의 일그러진 한 표현이었을 뿐 음주문화를 폭탄으로 만들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현처럼 세계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인간중심의 협력과 경쟁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우리의 음주문화는 전통문화에서 배어 나오는 한국인의 정서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가무가 너무 빨라서 음주시간에 참여자들간에 대화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꼬냑의 원료는 백포도주
  꼬냑의 원료는 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포도로 만든 백포도주다. 이 지방은 프랑스에서는 가장 늦은 시기에 포도를 수확하는데 수확한 포도는 곧바로 발효에 들어간다. 방법은 일반 백포도주와 마찬가지로 포도에서 즙을 짜낸 후에 발효통에 넣고 약 2주일 이내에 발효한다. 포도주의 알코올 농도는 7-9%, 산도(SD4H2)는 5-8g/ℓ, 당도는 1g/ℓ이하로 드라이한 포도주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포도주의 맛을 순화시키기 위한 젖산발효가 실시된다.
  꼬냑 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의 95%를 차지하는 위니 블랑(Ugni Blanc) 품종으로 만든 포도주는 신맛이 강하면서 포도의 예민한 향을 오래 보존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 시큼한 과일주스나 김 빠진 포도식초 맛과 함께 부드러운 알코올이 느껴진다. 신맛과 과일 향이 강하고 오랜 가야 증류과정에서 포도의 고유하면서도 예민한 향이 복합적으로 살아난다.
오-드-비 만들기    
  발효가 마쳐진 백포도주를 가지고 증류작업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얻어진 알코올을 오-드-비(eaux-de-vie) 라고 부른다.
  증류작업이란 물은 100°c에서 끓는 반면에 알코올은 78.3°c에서 끓는 원리를 이용해서 알코올을 집약화(Condensation)하는 과정이다.
  포도주에는 물이 가장 많은 성분이고 두 번째가 알코올 그리고 그밖에 많은 다른 성분들이 들어있는데, 증류를 거치면 다른 성분들은 제거되면서 알코올의 집약도가 높아진다.        
  법규에 따르면 꼬냑 지방에서는 그해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포도주를 늦어도 이듬해 3월 31일 이전에 완전히 마쳐야한다.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사업자들과 행정당국이 고안해낸 제도이기도 하다.  
  16세기 꼬냑 지방에 드나들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이 지방에서 나는 백포도주의 품질이 기후에 따라 불안정한 것과 변질되는 것 때문에 증류기술을 가져왔고 그후에 여러 세기를 내려오면서 조금씩 개량된 증류기술이 이 지방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오늘날 이 지방의 이름을 따라 샤랑떼즈 증류법(distillation charentaise)이라고 부르는 이 증류기술의 핵심은 르빠스(Repasse)방법 즉 2차례 반복해서 증류하는 방법이다.
  원료인 포도주의 맛과 향을 잘 보존하고 녹을 방지하는데 적합한 재료로 알려진 구리로 만든 샤랑떼즈 증류기(alambic charentais)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가운데 위에 있는 둥그런 다이아몬드모양의 통에 포도주를 넣으면 아랫부분의 관을 타고 포도주는 오른편의 솥(Chaudière)으로 흘러 들어간다.
  불을 붙이고 열을 가하는 아궁이와 밀폐된 커다란 솥 그 위에 증발하는 증기가 지나가는 통로 등이 오른편에 위치하는데, 증기는 솥의 바로 위에 있는 둥근 모양의 공간(Chapiteau)을 지나 백조모가지처럼 굽어진 관(Coil de cygne)을 타게 되어있다. 둥근 모양의 공간은 증기가 올라가면서 여기서 회전하면서 불순한 요소들이 가라앉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를 거친 증기는 가운데 다이몬드 통을 관통하는 관을 타고 왼편의 식히는 장치(찬물이 담김)로 들어가는데, 다이어몬드 통 즉 포도주 주입 통을 관통하면서 발산하는 열로 솥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포도주를 미리 데운다(Réchauffe-le vin).
  열을 가하기 시작하면 물보다 알코올이 먼저 증발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약 55%의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 얻어지고 솥 안에 포도주가 졸아들면서 수분의 점차 많아지기 때문에 이어서 증발하는 과정에서는 알코올 농도가 점점 낮아져서 5%까지 내려간다. 이 평균치는 약 25-30%도로 1차 증류에서 얻는 알코올이다. 이렇게 만든 알코올을 brouillis라고 부른다.
  이것을 다시 같은 증류통에 넣고 같은 절차를 다시 반복하면 오드비(eaux-de-vie)가 얻어지는데 그 기술은 다소 복잡하다.  
  1차 증류와 마찬가지로 솥에 열을 가하면 마찬가지로 처음에 얻어지는 알코올 농도는 80%로 높고 그후에 점차 낮아지는데 이것을 알코올을 농도에 따라 분류해보면 1) 떼뜨(tête): 80%-75%, 2)꾀르(coeure): 75-60%, 3)스공드(seconde): 60-5% 4)끄(Queues): 나머지.  
  오-드-비란 이중에서 이른바 심장부분인 꾀르(Coeure)만 분리해서 받아낸 것을 말한다. 알코올의 출구에는 농도측정기가 꼽혀있고 분리수거장치가 되어있다. 떼뜨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아 약 0.5-2%에 불과하고 분리가 비교적 쉽지만 60% 수준에서 이뤄지는 스꽁드의 분리작업 예민한 편이다.
  이런 두 차례의 증류과정과 꾀르의 분리과정을 거치면서 처음 투입된 포도주의 양은 1차 증류에서 3분의 1로 졸여지고  2차에서 또 3분의 1로 졸여져서 결국 1ℓ의 꼬냑을 얻으려면 9ℓ의 포도주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증류에 걸리는 시간은 1차에서 약 8-10시간, 2차에서 약 10-12시간정도여서 전체적으로 2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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