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반이민, 반아시아인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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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드는 반이민, 반아시아인 정서
  • 구본규
  • 승인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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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 90년대 이후 아시아인들의 이민이 급증했던 지역에서 최근 '반이민정서'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인종차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질랜드제1당' 윈스턴 피터스 당수는 지난달 1일 정부에 '영어 못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는 "외국인 학생 때문에 학교업무가 가중해 졌고 병원이 붐비며 살인과 유괴, 강도 등 범죄의 중심에 외국인들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며 "무차별적인 이민정책으로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윈스턴 피터스는 끊임없는 반이민, 반아시아인 발언으로 뉴질랜드 내에서도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극우정치인.
문제는 그의 발언이 여론에 영향을 주며 정부의 이민정책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5%의 뉴질랜드인들이 '아시안 이민자 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응답했으며 뉴질랜드 인권위원회가 올 3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 7백50명 중 무려 21%가 '아시안들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인종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해 11월 한층 강화된 영어능력검정을 이민희망자들에게 요구하는 이민법을 통과시켜 실질적으로 아시아 이민자들을 규제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동포언론 뉴질랜드타임즈는 이 개정이 윈스턴 피터스가 그 동안 끊임없이 “아시안 이민을 규제해야 한다”고 제기한 주장을 결과적으로 전격 수용한 형태를 띤 점에서 정치적 타협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에서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확산에 따라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 기피 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캐나다 중앙일보는 이 괴질이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번지고 있으며 토론토에서 첫 환자가 중국계 주민이었다는 사실이 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성' 시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중국 사람들은 아무 거나 막 먹어서 그런 병에 걸린 것이다"는 식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공공연해지고 중국계 학생들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기도 한다. 토론토에서 헬스푸드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동포 이모씨는 "손님들이 중국인들이 괴질을 불러들였다고 해서 한국사람이라고 답했으나 '중국인이나 같다'는 비아냥을 들어 기분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도 반아시아, 반이민정책의 대모격인 정치인이 주 총선에서 선전하면서 반이민정서가 다시 확산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호주일보가 전했다. 올 4월에 있었던 뉴사우스웨일즈주 총선에서 폴리 핸슨이 단독 출마해 8년간 재직한 현역의원이 있는 정당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폴리 핸슨은 1998년도 퀸슬랜드에서 반이민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당시 "아시안 고우 홈"이라는 낙서가 시드니의 역 주변과 쇼핑 센타의 벽에 등장했는가 하면 학교에서 아시안계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쇼핑 센타에서 아시아계 여인에게 침을 뱉은 등 반 아시안 정서가 급속히 퍼져 나갔다.(7.5매)
구본규 기자 pigfa98@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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