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의 처신과 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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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관의 처신과 위신
  • 브라질 조선일보
  • 승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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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영사관의 처신과 위신-6월5일자

지난 3월 한국에서 국회의원 몇명이 다녀간 뒤 본지는 "한국에서 국회의원들이 다녀갔다는데..."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사전에 국회의원들의 방문사실조차 알리지 않다가 기사가 나가자 뒤늦게 의원들이 한국학교와 한인타운 등을 방문한 내용을 적은 '보도참고자료'라는 것을 보낸 총영사관을 탓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한국영화주간'행사가 끝난 다음 총영사관을 찾았다. 명색이 교포사회에 언론이라고 있는데, 기사화를 하든 하지 않든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있을 때 방문사실 정도는 미리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김순태 영사에게 했다. 다 지나간 뒤에 '보도참고자료'를 받아서야 적극적인 보도가 이뤄질 수 없고, 아무리 좁은 교포사회라 하더라도 언론이 존재하는 이상 이런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김 영사도 이에 공감을 나타내며 기분좋은 모습으로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떻게 했나? 이번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의 브라질 방문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사전에 일정을 알리기는 커녕 총영사관에 물어도 정확한 일정은 고사하고 경유지이기 때문에 공식일정이 없다는 말만 했다. 그래서 직.간접적인 경로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히오 구경은 잘 하셨습니까?"라는 칼럼을 썼다. 그러고 나니까 또 '보도참고자료'라는 것이 팩스를 타고, 이메일을 통해 들어왔다. 김순태 영사에게 묻는다. 이 내용이 맞는가? 틀리는가? 틀린다면 이 글을 읽는 즉시 연락바란다.
이 자리에서 교포사회 전체를 언급할 것도 없이 교포언론과 공관과의 관계만을 놓고 보자. 물론 언론사라고 해서 공관에 시시콜콜한 내용이나 대외비에 속하는 것까지 공개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다른 목적으로 외유를 나온 김에 국회의원들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관광지에서 하루 이틀 정도 쉰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하나의 언론사로서 보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은 관광이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분명 교포사회를 접하는 일정이 있다면 충분히 기사화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문한 것을 놓고 "경유지라서 공식일정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그것이 일정을 알릴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적은 규모라지만 교포사회 속에 엄연히 언론사가 존재하고, 그 언론사들은 교포사회 안의 돌아가는 이야기나 이민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브라질 뉴스를 알리는 것을 주업무로 한다. 이 점은 총영사관이 됐든, 교포단체가 됐든, 교포 개인이 됐든 서로간에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영사관도 행사가 있을 때나 교포들에게 알릴 내용이 있을 때 언론사에 전화도 하고, 팩스도 보내고, 이메일도 보낸다. 교포단체도 마찬가지고, 개인끼리의 작은 모임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언론과 정부 및 사회간의 정칙(定則)이다.
이번 문 실장 방문건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총영사관이 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본지의 입장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해외교포소식을 주로 다루는 재외동포신문에는 문 실장이 아르헨티나 교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버젓이 실렸다. 아르헨티나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은 할 일이 없거나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런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생각하는가? 이 점 하나만으로도 총영사관은 입을 열 자격이 없다고 본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뉴스메이커다. 그의 말 한마디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읽힐 수 있는 중요한 직책에 앉은 사람이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전날 술을 많이 마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조는 것도 기사화될 수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한국에서 처럼은 아니더라도 교포언론사로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5월28일 총영사 관저에서 벌어진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로 30명을 꽉 채워 언론사에 할애할 자리가 없다면 사전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참석자 명단 정도만 알렸어도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일이다. 그랬다면 초청석에 앉지는 않았더라도 기사로 적당하게 처리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총영사관은 끝내 이런 최소한의 노력마저 외면했고, 나팔불고 꽤과리치는 원님 행차 다 지나간 뒤에 달랑 '보도참고자료'나 보내는 총영사관에 대해 언론사로서는 당연한 지적과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런 것을 따지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밥먹는 자리에 초청받지 못한데 대한 투정이라며 한심한 소리나 해대고 있다. 허~참, 총영사 관저가 아니더라도 밥먹을 자리는 많다.
'보도참고자료'에는 문 실장이 어디를 다녀갔고, 금일봉을 냈고, 누구와 만찬간담회를 가졌는지 등등을 설명하고 있다. 또 노무현 정부의 정책노선과 이중국적문제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썼다. 공식일정이 없다면서 이런 자료는 왜 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공식'과 '비공식'의 기준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렇게 알찬 간담회를 가졌다면 그날 오간 대화내용이 왜 감감무소식인지 모르겠다. 그냥 공관원과 일부 교포단체장만 알면 된다는 것인가. '보도참고자료'의 내용은 한 마디로 한국의 동사무소가 내놓는 것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지난 2일 총영사가 한인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대책회의 같은 것을 했는지 다음날 반박문을 낸다며 당시 총영사 관저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해달라는 한인회장 명의의 문서를 돌렸다. 지금 무슨 독립운동하나?
정화현 총영사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사태들이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지 그 생각이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된, 서명 관련 부분은 여러가지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는 만큼 반드시 설명을 해야 한다. 총영사 자신 뿐 아니라 공관원 전체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사실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김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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