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옥씨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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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옥씨 기자회견
  • 강국진
  • 승인 200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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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이 일본에서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는 것은 민족이나 국적 이전에 인권문제이다."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에서 주최한 '한국·재일조선인 긴급 공동기자회견'이 5월15일 오전 10시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나온 재일조선인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씨는 "북일회담 이후 재일조선인에 대한 협박, 폭행 사건은 일본변호사연맹(일변련)이 보고서에서 밝힌 것만 하더라도 자그마치 3백19건이라는 미증유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요망서"를 발표한 그는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재일조선인"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한 신씨는 "조선인이란 한국적·조선적·일본귀화 한인을 막론하고 한국인의 피가 섞인 사람들에게 붙이는 '딱지'이며, 이 딱지는 일본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조선학교는 이미 자력으로는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강조한 신씨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한창이던 2001년 7월13일 히로시마 니시구 거리에서 일어난 조선학교 여학생 폭행사건을 들었다. 한 일본 남자가 학교에 가던 조선학교 여학생의 눈과 입을 테이프로 막고 차로 여기저기 끌고 다니다가 20분 후에 길거리에 내던져버린 사건이 있었다. 여학생은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사건이 있기 며칠 전부터 똑같은 사람에게 발로 걷어채이는 수모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서는 조사를 시작했고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방범 부저를 휴대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실을 일본 지지통신에서 보도했지만 곧바로 기사 발신이 중지되었다. 기사가 나가면 더 이상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조선학교 측에서 보도 중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확신범이 저지른 범행이 세상에 알려지면 비슷한 범행들이 한꺼번에 전국을 휩쓸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이 받는 피해는 비단 조선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 씨는 "일본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재일조선인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매일 배웅하면서 '혹시나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매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서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그 상대가 한국이든, 북한이든, 직접적으로 재일조선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피해를 당하는 것은 총련과 조선학교라며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자세를 취하는 주일 한국대사관과 한국정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신 씨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폭행·협박 사건에 대해 한국정부에서 공식적인 언급을 해줄 것 △일본 내 아시아계 외국인학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서 공식적인 언급을 해줄 것 △9월1일 일본에서 열리는 관동대지진 80주년 위령제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할 것 △재일조선인이 노 대통령과 대담할 기회를 마련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희선(민주당) 의원, 한경구 재외한인학회 회장, 김광열 한일민족문제학회 회장, 배덕호 KIN 대표집행위원 등이 참석해 재일조선인 인권침해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신 씨는 16일 저녁 1백30여명이 참가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국경의 틈새를 사는 우리들-재일조선인의 통곡이 들리십니까?"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강국진 기자 (8.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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