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유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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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유학 문제
  • ㅈ조선일보 브라질지
  • 승인 20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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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유학 제도 정비 시급
검증안된 단체나 개인이 유학 알선하는 경우 대부분
축구교육은 뒷전, 선수관리도 안돼 탈선하기 일쑤

브라질의 선진 축구기술을 배우려는 한국의 축구유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에 맞춰 안정적으로 축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단체나 개인들이 사전에 충분한 준비없이 무작정 축구유학생들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유학생들이 막상 브라질 땅을 밟은 뒤 정식 축구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에이전트를 자처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선수관리를 소홀히 해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이 대부분인 유학생들이 현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쉽게 탈선의 길로 접어드는가 하면, 심지어 금전적 수입만을 앞세운 일부 에이전트들이 선수 관리비용을 줄인다며 필요최소한의 영양공급도 제대로 하지 않아 '배고픔'을 호소하는 유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
현재 브라질 전체적으로 400여명에 달하는 유학생 가운데는 축구클럽이나 축구학교에 등록되지 못하고 개인집에 머물며 클럽이나 학원에 위탁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이동시간 등을 빼고 나면 자연히 축구 지도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는데다 학원들은 취미로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축구실력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실제 경기를 하더라도 클럽 소속팀과의 경기는 엄두도 못낸 채 동네축구하듯 브라질 청소년들과 5대 5 시합이나 벌이는 것이 고작이다.
축구클럽에서 숙박을 포함한 위탁교육을 받게 하는 경우도 문제다. 클럽이 쉬는 날에는 별도의 선수 관리자가 없이 경비원만 근무하다 보니 선수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굶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유학생이 영사관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유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브라질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잘못 받아들여 머리를 길러 염색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PC방이나 노래방, 술집 등을 전전하며 문제아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축구유학이 겉돌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유학을 희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해 브로커와 에이전트, 현지 축구클럽 및 학원 사이에 형성된 일종의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유학 희망자가 월 1500달러의 비용을 내면 일단 한국내 브로커가 200~300달러를 챙기고, 에이전트는 평균 300달러 정도를 클럽이나 학원에 지불하고 나머지 900~1000달러를 선수관리비 명목으로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400여명의 유학생 가운데 정식으로 축구교육을 받고 있는 숫자는 100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축구유학 전문가들은 "이같은 잘못된 먹이사슬은 반드시 후유증을 남긴다"면서 "이 때문에 축구유학의 취지가 왜곡되는 것은 물론, 브라질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선 및 유의사항
축구유학 문제와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적 지위에 관한 점이다. 축구유학에 필요한 비자가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학교가 브라질 정부에 정식 등록된 학교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정식 학교가 아닐 경우 한국으로 돌아갈 때 재적증명서를 받을 수가 없어 학생의 진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학부모들이 반드시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축구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에 진학하려면, 부모와 함께 유학을 와 5년 이상 정식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유학생의 안전에 필요한 숙소 등 선수 관리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인성교육과 함께 언어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선수들이 항상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보험 등을 통해 건강과 위생을 책임질 수 있는지, 육류와 과일이 풍부한 브라질의 특성에 맞게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축구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선수들은 하루 2회 훈련 스케줄에 익숙해 있어 이에 맞추는 것이 좋다. 또 체력 보다는 기술이 뒤떨어지는 한국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기술적 문제를 주로 가르치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또 주 1회 이상 공식 경기에 참여하되 반드시 브라질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축구협회나 정부도 나서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자녀를 유학보내는 학부모가 꼼꼼하게 유학 조건을 챙겨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한인 교포사회에서도 축구유학 문제가 크게는 한-브라질 양국간의 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장의 경제적 이익 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순 기자


조남윤 브라질 축구아카데미 교장에게 듣는 축구유학---작은 글씨로
"축구유학도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가 필요"
철저한 관리와 짜임새있는 시설 갖춰 유학생 교육
한국 등 아시아권에 브라질 프로선수 대거 진출시켜

브라질 축구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조남윤씨(45. 사진)는 한인교포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에이전트 자격을 갖고 있다.
1991년 Liberdade에 현재의 사무실을 열었으나 축구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 이듬해부터다. 당시는 일본과 중국이 앞다퉈 브라질에 축구유학생을 파견하던 때였다. 일본 유학생은 이미 1500명을 넘어섰으며 중국도 45명이 단체로 유학을 와 브라질 축구를 배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주앙 아벨란제 당시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이 일본과 중국은 축구유학생을 많이 파견하는데 왜 한국 유소년들은 오지 않느냐고 말해 축구유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조씨는 우선 일본과 중국의 축구유학 스타일을 비교하는 일부터 서둘렀다. 이를 위해 통역원 한명만을 대동한 채 각종 자료와 사진 등을 모았다.
"일본은 일단 축구유학을 보낸 뒤에는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고, 클럽에서도 축구교육만 책임질 뿐 선수 개인의 사생활에는 일체 관심을 갖지 않더군요. 그러다 보니 유학생 숫자에 비해 전체적인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반면에 중국은 사회성격 탓인지 단체로 유학을 보내 sitio에 수용하고 요리사와 교사를 동반시켜 중국식 교육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브라질인 트레이너만 그곳에 들어가 축구교육을 시켰어요. 중국 코카콜라사가 3년동안 45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결과는 8개월만의 철수로 나타났습니다. 폐쇄된 교육에 스스로 지친 셈이죠. 우스운 것은 8개월동안 숙소 주변의 수준낮은 팀들과만 경기를 벌여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우물안 개구리식 교육이었던 것이지요. 8개월만에 철수한데는 브라질 축구에 대한 잘못된 자만심도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조씨가 내린 결론은 일-중 축구유학의 절충형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 조씨는 지코, 오스카, 까레까, 히베리노 등 유명 축구인들을 만나며 협력사업자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과라니 클럽에서 조씨의 모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클럽에서 별도의 건물을 지어준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단돈 1400달러만 들고 사업을 시작하려던 조씨는 18명의 유학생들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2600달러는 내겠다는 중국 에이전트의 제의에 넘어간 클럽으로부터 보기좋게 따돌림당했다. 금전적 수입을 최우선시하는 클럽의 특성을 미처 알지 못한 것이다.
어이없는 실패 뒤에 곧바로 행운이 찾아왔다. 쌍파울로에서 235km 떨어진 Sao Carlos의 Clube Atletic Paulistinha의 총책임자가 축구를 통한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때마침 조씨와 인연이 닿은 것이다. 이 클럽은 당시로서는 그다지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시설이나 교육내용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3면의 잔디구장과 1면의 인조잔디구장 외에 모래훈련장 1면, 수영장, 헬스클럽, 물리치료실, 컴퓨터실, 비디오분석실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도자를 포함해 훈련을 돕는 인원이 33명이다.
Clube Atletic Paulistinha와 연결되면서 축구유학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6년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FIFA 공식 에이전트 자격을 따내는 등 전문적인 축구유학사업을 위해 벌인 조씨의 노력은 최근 8명의 유학생들을 한국의 프로팀에 입단시키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꾸준히 투자를 계속한 결과 올해 처음 8명의 유학생을 한국 프로팀에 입단시켰습니다. 그동안에도 1년에 4~5명씩 입단 테스트를 받도록 한 끝에 이제서야 결실을 맺고 있는 셈입니다."
조씨는 축구유학사업에도 장기적인 투자와 철저한 관리가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소한 7~8년의 투자기간을 거쳐야만 성과가 나타납니다. 당장에 경제적인 이득을 보려는 생각으로 축구사업에 뛰어들다가는 공연히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만 입히고 자신도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조씨는 훈련을 통해 기술 습득이 가능한 16세 이하 선수들만 유학생으로 받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전체 인원도 30~40명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고 한다.  
조씨는 최근 이 클럽에 1~11학년까지 정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입주시켰다. 브라질에서는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특수학교로 인정을 받았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선수들의 하루 훈련일정이 끝나면 저녁 7시부터 밤 10시40분까지 학교수업을 받도록 했습니다. 매주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시간도 편성돼 있습니다."
조씨는 브라질 축구유학의 목표에 대해서도 뚜렷한 시각을 갖고 있다. "공을 받고, 패스하고, 드리블하는 기술에 대한 교육은 브라질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3가지를 배우기 위해 브라질에서 축구유학을 하는 것입니다. 브라질 축구를 제대로 배우면 분명 기술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으며, 현재 한국의 축구유학생을 관리하는 것 외에도 브라질 프로선수 30여명을 한국과 중국, 일본 프로팀에 진출시키는 등 축구 에이전트 사업에서 큰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김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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