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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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비틀대고 있다.
  • 정채환 킬럼
  • 승인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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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출범 100일째를 위한 홍보를 강화할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그렇게 홍보하기보다는 중심이나 제대로 잡았으면 한다. 한마디로 너무 비틀대고 있다. 도무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신념이나 사고의 축이 바로 서 있는지 모를 정도로 갈지(之)자로 걷고 있다.
교육부의 NEIS를 둘러싼 갈등도 그렇고 물류대란의 대처와 북한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 정권은 개혁을 한답시고 어설프게 철학도 없이 왔다 갔다 하는 통에 목소리 크고 끝까지 우기는 힘센 사람의 세상만 될 것 같다.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맞습니다. 맞고요"는 유모러스하고 친근감이 가지만 그 다음부터는 영 이상하다. 노 대통령이 자청하여 가진 평 검사와의 토론에서 "이쯤 되면 이거 막 가자는 것이지요?"하는 것도 목소리 톤은 점잖았지만 내용은 협박에 가까운 것이었다. "너희들 지금 대통령과 맞먹자는 것이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시작된 말실수의 행렬은 마치 불(火)가에 놓아둔 어린이를 보는 심정이다. 미국방문 시에도 지나치게 아양을 떨며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더니 귀국해서는 아예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툴툴거리고 있으니 정말 이거 난감한 거 아닌가?

◎ 대통령의 참여정부(?)
마치 봉사단체의 자원봉사자와 같은 발언이다. 동창회 회장도 그런 소리를 하지 않을텐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너무 가볍게 말을 하기 때문에 도무지 말에 권위가 서지 않는다. 그리고 나설 때만 나서면 되지 여기 저기 마구 참여하는 그것도 문제이다. 〈참여정부(?)〉를 더욱 확실히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국회에 가서는 갑자기 KBS 사장문제를 꺼내기도 했다.  
또 얼마 전 TV 토론도 알맹이가 없었고 지난 27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선 언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즉 "너 한번 해보자 라는 투의 기사가 많이 있다. 거기에 굽히지 않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 생각의 전부인데, 정말 굽히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을 느낀다"라고도 했다. 이 말도 하지 않음만 못하다. 대통령이 소신껏 할 자신이 없다면 일선 공무원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여차하면 자리가 날아가는 판인데 소신이 왜 필요할 것인가? 그저 예스맨으로 복지부동으로 있는 것이 최상이라는 철학을 다시 확인시키는 꼴이다.

◎ 오뚝이처럼 바로 서길
28일의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관련된 해명도 오히려 더 의혹만 부풀리고 말았다. 자신의 주변 인물이 생수회사에 관련이 있었고 또 돈을 받았다. 정치자금이 아니니 어쩌니 대가성이 없느니 하지만 하여간 명쾌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그야말로 코드가 잘 맞는다는 추미애 의원이 공개서한을 보내 " 냉정하게 본다면 참여정부 몇달만에 한국의 외교정책은 실종되었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긍하는 숙명론만 있다는 느낌"이라며 따갑게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 그것도 친 노무현 진영에서 나온 비판이다. 그러니 이제 정말 비틀대지 말고 정신차려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 출신으로 변호사가 되었고 지역주의 극복이란 명분으로 낙선이 예상되어도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지역에서 출마하며 명분을 쌓아 대통령이 되었다. 오뚝이 같은 끈질긴 저력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그런 묘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리 던지고 버려도 다시 일어서 제자리를 잡아가는 오뚝이처럼 말도 행동도 실하고 깊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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