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불법.부정 비자 취득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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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불법.부정 비자 취득 사라져야
  • 뉴질랜드 타임즈
  • 승인 2005.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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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사업비자 사실상 폐지 큰 교훈, 장기부족직업군 유학 시작과 동시에 악용 가능성 높아

현재와 같이 이민법이 강화된 배경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뉴질랜드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혹은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저울질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제도의 악용’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민법이란 게 수시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다. 오늘날 이민법이 이렇게까지 강화된 데는 제도의 허점을 철저히 악용한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그들이 저지르고간 잘못된 행위의 뒤처리는 온전히 이 나라에서 뼈를 묻고 살 각오가 돼있는 전체 교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가장 결정적인 문제이다.

장기사업비자의 시작과 끝=이른바 장기사업비자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적잖은 이민자들이 일은 하지않고 수당만 타려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었다. 그래서 학력보다는 실질적으로 이 나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이 나라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비자를 주고 사업을 하도록 한 다음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영주권을 주는 이른바 장기사업비자 제도를 시행했다.

처음에는 이 제도가 순탄하게 나가는 듯했다. 교민 비즈니스도 아연 활기를 띠고, 그동안 현실에 안주해 왔던 먼저 온 이민자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 실제로 사업경험이 풍부한 장기사업비자 소지자들로 인하여 교민 비즈니스가 규모라든가 내용면에서 한 단계 상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가 문제가 되었다. 한국의 일간지에 5백만~6백만원만 내면 2~3년간 자녀들의 학비 걱정없이 유학을 할 수 있다는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발맞춰 이민 설명회도 여기저기서 개최됐다.

자녀 한명 뉴질랜드에 유학보내려면 1년 학비만도 8백만~1천만원이 드는데 5백만~6백만원만 내면 2~3년간 학비 걱정이 필요없다니 이보다 더 귀에 솔깃한 내용은 아마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해외 유학열풍이 한몫을 하기도 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내용은 이렇다. 5백만~6백만원을 이민알선업체에 내고 장기사업비자를 취득한다. 이를 근거로 자녀 학비면제 등 온갖 혜택은 다 받는다. 그러나 사업은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민부에서 약속한 사업을 하지 않았으니까 비자를 취소한다는 통보가 온다. 유유히 한국으로 돌아간다. 2~3년간 공짜로 영어 배우고, 학교 다녔으니까 크게 손해 날 일도 없다.

결국 정부 예산만 축내는 장기사업비자는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게다가 실제로 비자를 받고 열심히 일한 사람까지 의심을 받게 돼 까다로운 영주권 심사를 여러 번 거쳐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 같은 제도 악용은 한국사람만 저지른 게 아니다. 중국이라든가 다른 커뮤니티 역시 일반화된 관행이었다. 그러니 괜찮다는 말인가.

장기부족직업군 또 조짐있다=지난 7월4일 학생비자법 변경으로 유학이 새로운 이민 대체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28일 본지 1면 기사 참조>

장기부족직업군에 속한 학과에 등록하게 되면 등록 당사자에게는 학생비자를, 그의 배우자에겐 Open Work Permit을, 자녀에게는 학비까지 면제해 준다. 1년후 영어점수와 잡오퍼가 있으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영어점수가 부족할 경우엔 1년만 더 공부하면 영어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아마도 장기사업비자 제도 이후로 가장 획기적인 이민제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지난 1일 교민 유학신문에 실린 한 교민 유학 관련업체의‘유학 후 이민 과정 활용법’이라는 기사를 보고나서 아연실색했다. 이 정책의 실제 적용 여부는 차지하고 질문 내용의 저의가 너무 불순하기 때문이었다.

질문1-아빠가 동반 취업비자를 받은 후 뉴질랜드에서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 취업비자가 취소됩니까?
답1-현행 이민법상 이는 사실무근입니다.

질문2-남편이 동반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반드시 뉴질랜드에 입국해야 하나요? 취업비자 수속기간이 결코 짧지 않아서 남편이 직장/사업에서 휴가를 내고 뉴질랜드에 체류할 여건이 도저히 안됩니다.
답2-반드시 뉴질랜드에서 취업비자를 신청하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중략) … 그러나 동반자녀 학교 입학시에는 잠시동안만이라도 뉴질랜드에 들어오셔야 합니다…(이하 생략)

장기부족 직업군 제도가 시작되자마자 변칙 편법부터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이나 규정을 유추해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파격적으로 신설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기부족 직업군 학과를 공부하기 위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입국했는데 자녀학비 면제를 위해선 부부 가운데 유학비자가 아닌 사람에게 굳이 Open Work Permit을 꼭 받으라고 한데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Open Work Permit만 받아놓고 한국으로 돌아가도 괜찮다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만들어 놓을 이유가 하등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명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수입 감소를 보전해 주기 위해 자녀들의 학비는 면제해준다. 그러나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므로 누군가 돈을 벌 수 있도록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바로 이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정확한 취지일 것이다.

물론 처음 어느 기간까지는 별 일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악용사례가 많아지면 장기사업비자 꼴이 날 가능성이 시작도 제대로 하기 전인데도 농후하다.

교민들이 나서야 할 때=결국 모든 피해는 교민들이 뒤집어 쓴다. 과거 장기사업비자를 얻어 공짜로 아이들 공부시키고 혜택 받은 뒤 유유히 사라진 그 모든 것의 재원은 열심히 피땀 흘리며 일해서 교민들이 낸 이 나라 세금에서 나왔다.

이게 너무 치사한 일이라면 다른 면을 생각해 보자. 제도를 편법 불법 악용한 불명예를 고스란히 교민들이 덮어 쓰게 된다. 한국인이 낸 서류는 다시한번 훑어보자는 풍조가 이 나라 공무원들에게 심어질 가능성이 없잖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피해일까.

이런 관점에서 이민업이나 유학관련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특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오리가 황금알을 낳는다고 욕심을 내어 오리 배를 가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이제는 교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야 하며, 잘못된 일은 서슴없이 신고하고, 불법행위는 고발해야 한다.

한 교민이 이렇게 말했다.
“불법 편법 등 각종 부정행위를 동반해 영주권을 얻는다고 칩시다. 자기 자녀들에게‘너의 아버지는 이렇게 했지만 너는 정상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자기 자녀에게 인생을 똑바로 살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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