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된 후 변했다는 소리 들을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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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된 후 변했다는 소리 들을 각오"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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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한인회장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제28대 뉴욕한인회 수장에 오른 김기철 회장은 15년 이상을 한인사회에서 봉사 활동을 해오면서 '어떤 자리'에 오르고 싶었다기보다는 이런 일들을 '해보고 싶어서' 회장에 재출마했다. 단독 출마로 당연히 한인회장 취임식 날짜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경선보다 더 피를 솟구치게 하는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우여곡절과 시련을 겪고 한인회장에 취임한 김 신임회장의 현재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김기철 신임회장은 인터뷰 첫 마디로 "회장된 뒤 변했다는 소리를 듣겠다"고 말했다.단체에 대한 불신과 불황으로 인해 침체된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개인적인 친분이나 이익보다는 능력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일해보겠다는 각오로 받아들여졌다.

신명나는 한인사회를 위해 어느 단체에게도 문을 열고 화합하는 한인회가 되겠다는 뜻이며 이를 위해 어느 단체와도 연계할 수 있고 장소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와 집행부 구성 등도 철저히 공과사를 가리면서 역할을 분담하는 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독 출마 후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는 청년회의소(JC)의 친우들과 가족 동반으로 만나 "앞으로 2년 동안은 나를 서운하다고 느끼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인회장으로서 사적인 부분보다는 공적인 부분에 더욱 치중할 것이고 회장직을 끝낸 뒤에는 다시 친구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5년간 뉴욕한인회 활동을 해왔던 김 회장은 어느 누구보다 한인회가 해야할 일을 잘파악하고 있다. "한인회는 주류사회에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역할과 함께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 활동,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이 이방인이 아닌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활동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김 회장은 통상적인 것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정부의 최고 책임자를 만나는 것 못지 않게 실무담당자를 만나는 노력도 중요하다"며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인 주민들과 같이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현재로서는 공약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이라면서 나무심기 캠페인이나 헌혈운동같이 미국인 주민들과 함께 동화될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본사람들이 워싱턴D.C.에 벚꽃 묘목을 심었고 프랑스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냈지만 지금은 미국의 상징처럼 됐다"며 "한인사회가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한다면 먼 훗날에는 그 노력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같은 활동들도 한인회가 나서서 하기보다는 관심있는 단체와 연계해서 한인회가 지원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는 김 회장의 평소 지론인 '촛불과 성냥론'과 일맥상통한다.

초가 되어 세상을 밝힐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현재 한인사회의 역량으로 볼 때 초에 불을 붙이는 성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유권자등록운동이나 사랑의 터키 보내기 운동, 청소년 및 노인관련 활동 등도 관련 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해 적극 후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이 스스로 나서지 않고 이같은 다양한 활동을 직접 담당할 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으로서는 다시 되돌아보기 싫을 것같았던 선거 과정의 심경에 대해 물어봤다.선거와 관련된 말을 아끼고 싶어하던 김 회장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한인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일부에서는 선관위가 원칙을 지키고 내가 안지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선관위원 3명과 사무장이 사퇴한 이유가 무엇때문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당시 김 회장은 "내 자신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속상했다"며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르게 말들을 할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등록이 무효된 스티브 박 수석부회장 후보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자리가 탐나서 나온 사람이 아니었다"며 "한국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1.5세로서 미주류사회를 담당하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한때는 둘다 그만둘 생각을 했다"며 심지어 "2년동안 꽤 많은 돈을 써야 할 텐데 이럴바에는 다 때려치고 차라리 그 돈으로 편하게 즐기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박씨가 "그건 아니다. 김 회장이 준비해오고 마음먹었던 바를 실현하기 위해 내가 희생되더라도 꼭 해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순수하고 미 주류사회의 경험이 많은' 박씨의 능력을 대외적인 자리에서 활용하고 싶어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회장은 한인사회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는 그는 자신의 인간관계의기본이 '남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장점을 보자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단점이 있기 때문에 친분관계를 맺으면 장점만을 보면서 같이 가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부언했다.

많은 단체들을 겪었지만 88년 직접 나서서 창립했던 뉴욕한인 청년회의소(JC)에 대한 애착이 많은 편이다. "JC는 20세부터 39세까지 사회생활의 기초를 다질 나이에 필요한 단체였다"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JC의 리더십 트레이닝이라는 것은 누구를 통솔하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었다며 이같은 훈련이 지금의 자신을 원칙주의자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타고난 건강이라고 자신했던 김 회장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신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난해 수술을 했다. 그 결과 술과 담배도 끊고 지금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경로 수석부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 멋진 한인회를 운영해보고 싶어한다. "이 수석부회장이 뛰어난 추진력을 갖고 있으며 한인단체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한 뒤 "한인 1세의 경륜과 2세의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모아 진정한 한인회로 거듭나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인회장으로 그의 첫번째 활동은 각 지역 및 직능, 봉사단체들을 방문, 협조를 요청하고 단합된 한인회 집행부 및 이사회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김주찬 기자>

입력시간 : 2003년 5월 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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