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어휴”… 뉴질랜드 교민경제 무기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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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어휴”… 뉴질랜드 교민경제 무기력 심각
  • 뉴질랜드 타임즈
  • 승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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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하고 . 제3국으로 빠져나가고 … 이민법 개정이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

오클랜드 시내의 한 소형 식당. 매매를 위해 시장에 나와 있지만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주지않고 있다. 최근 이 식당은 시설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단돈 1만불에 매매가 성사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교민경제의 무기력증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획기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교민경제의 위축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이 나온 지 이미 오래이다. 문제는 그‘획기적인 방안’이 현재로서는 뾰족이 없다는 점이다. 7월을 넘기면서 각종 업계 사정을 한번 짚어보기로 한다.

▲교민경제 불황의 원인=우선 두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한가지는 장기사업비자 소지자가 대거 유입될 당시 절대 수요에 비해 비즈니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주권 취득에 성공한 장기사업비자 교민들이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내기 위해 미련 없이 비즈니스를 내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즈니스 가격이 예전만 못할 것임은 불문가지. 특히 본인의 전문성과 무관환 비즈니스를 영위했던 교민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높다.

해밀턴에 살고 있는 한 교민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장기사업비자로 뉴질랜드에 이민와 오클랜드에서 중식당을 경영했다고 한다. 그는 영주권이 나오자마자 아예 식당을 페업하고 해밀턴 근교의 한 명문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의 뒷바라지에만 전념하고 있다.

▲교민 절대 숫자 급감도 한몫=그 동안 고공행진을 해왔던 뉴질랜드 환율과 한국의 경기 침체로 유학생 숫자가 크게 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최근에는 시민권을 취득한 교민들 가운데 호주로 재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이 많으니 교민 절대 숫자가 급감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뉴질랜드 교민경제가 한창 반짝할 때 과잉공급 된 비즈니스가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민문호 완화 같은 획기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교민 숫자 급감 추세는 가속화 될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을 하는 교민이 많다.

최근 한국에서 이민 세미나를 할 때엔 뉴질랜드는 숫제 거들떠 보지도 않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반면 호주는 크게 활기를 띠고 있어 최근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등은 교민 숫자가 7천~8천명을 헤아릴 정도로 호황국면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재이주 하는 교민 가운데 대부분은 그 이유로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들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고생할 바에는 차라리 시장이 넓은 곳에서 하는 게 승부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교민들이 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뉴질랜드 교민경제는 결국 이로 인한 악순환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만연하는 부동산 한탕주의=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전반적으로 교민경제가 어렵다 보니 곳곳에서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부문이 그러하다.

절대 교민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부동산 중개사의 숫자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이들의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현재 교민경제 여건상 얼마나 부동산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누구는 부동산 개발을 해서 얼마를 벌었더라”는 소문이 줄을 잇고 있다. 교민경제의 불황에도 불구, 건설경기는 호황이란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교민건설업체의 파산에서 볼 수 있듯이 소문과 현실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건설업계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실제로 오랜 건축 건설 경험이 있는 한 업자는 본인 인건비 뽑을 수만 있으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뉴질랜드 4위권 건설업체가 도산했다. 이로 인해 뉴질랜드 경제를 선도하던 건설경기가 꼭지점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유학·어학 관련업계의 명암=이민업과 함께 가장 고전하고 있는 곳은 유학업계. 그래서 최근에는 뉴질랜드 교민자녀나 유학생을 호주로 송출(?)하는 업무를 하면서 사무실을 꾸려가고 있을 정도로 뉴질랜드 유학생의 숫자가 뚝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단기연수도 상황은 비슷하다. 물론 한국의 여름방학이 뉴질랜드에선 겨울이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활발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단기연수 프로그램 운용이 뛰어난 소수의 업체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어학원 업계는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불안한 반짝 경기 재미를 보고 있는 중이다. 유학생이나 연수생이 메워야 할 자리를 교민들이 채워주고 있는 셈.

장기사업비자 교민 가운데 기업이민 신청자나 영주권 소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보조금 무료 영어교실 등이 최근의 추세. 일부 어학원에서는 미국 유학을 위한 SAT 대비반 등을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아웃바운드로 돌아선 관광업계=한때 교민경제를 선도하던 여행업계의 색깔이 최근 완전히 바뀌었다. 아직도 적잖은 한국 관광객이 뉴질랜드에 들어오고 있지만 이미 노출될만큼 노출된 쇼핑 관광의 벽은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광업계는 교민을 대상으로 한 아웃바운드로 돌아서고 있다. 그런데 제한된 교민 관광 잠재 수요를 놓고 다수의 여행사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한 여행사에서 어떤 관광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여행사가 이를 베끼거나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등 열악하기 그지없는 영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식품업계 무한경쟁시대 도래=식품업계의 대형화 추세가 최근 가장 달라진 모습이다.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빠른 상품 회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많은 수의 체인업체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식품업체가 난립하는 양상을 초래했다.

그러나 그 동안은 뉴질랜드의 고환율로 다른 업종에 비해 다소는 여유 있는 영업을 영위해 온 셈이다. 또한 키위들과는 달리 몇 센트의 가격 차이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국인 특유의 상관습에다 줄어든 교민시장의 공백을 중국인들이 어느 정도 채워줌으로써 그런대로 현상유지는 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무한경쟁은 지금부터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절대 교민 숫자에 비해 업체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업체가 원스톱 쇼핑을 위해 관련 사업체를 함께 입주시켜 놓음으로써 그 숫자 또한 필요 이상 많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그렇다면 뉴질랜드 교민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가. 절대로 그렇지 만은 않다. 상황이 반전됐을 경우 이 모든 것이 교민경제의 인프라로 성장동력이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첫째는 점차 안정돼 가고 있는 환율이다. 현재 7백원대에서 6백원대로 내려앉은 환율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하면 뉴질랜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나라임에 틀림없다.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국가 이미지이다. 9·11 테러이후 미국 전역을 몰아친 공포가 이번 런던 테러로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이제 자유분방한 유럽여행은 한동안 제동이 걸릴 게 분명하며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연이어 마련될 것이다. 동남아는 지난번 쓰나미로 이미 쑥밭이 되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런던 테러사건으로 유럽으로 향했던 미주쪽 관광객들이 대거 뉴질랜드 호주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는 교민들의 적응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와 같이 교민경제가 한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없이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잡아가고 있는 편이다. 현재 교민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분야가 없을 만큼 교민사회 업종과 대처능력이 한단계 성숙해졌다.

결국 제2의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는 이민법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아무리 교민사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수요가 없으면 모두 헛일이 되기 때문이다.

교민 전체가 이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총선의 중요성을 본지가 지나치다 할만큼 자주 거론하는 것은 바로 우리 교민사회의 사활이 걸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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