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씨의 복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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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씨의 복장 논란
  • 김승력
  • 승인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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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복장과 국회 모독
이번 복장 논란과 관련한 비판적 입장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신성한 국회에 복장불량  국회의원이 나타나 그것이 참을 수 없다는 논조와 유시민씨가 인기에 영합 너무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이 보기 싫다는 논조  크게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물론 유시민씨의 개혁적 성향이나 개인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확대재생산 하고 있어 썩은 정치판 냄새도 솔솔 풍겨 나지만 ... )
도대체 신성한 국회란 것이 무엇인가 ?
정장 서양식 복장을 하고 대한민국 국회에 등원하는 일, 다른 복장을 하고 등원하면 안되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
물론 잠자리와 결혼식장에서의 복장이 같을 수 없듯 때와 장소에 따라 복식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러나 왜 국회에서는 꼭 서양식 정장만이 예의를 지키는 일인가 ? 내복을 입고 등원한 것도 아니고 일반 사회에서 국민들이 편하게 입는 옷을 입고 국회에 등원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면 국회는 국민 사회 위에 있는 보다 더 고상한 그 무엇인가 ? 그리고 그 고상함의 표현을 서샹식 정장으로만 해야된다는 것인가 ?   국회를 모독했다며 고함을 치며 퇴장한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그 썩어빠진 특권의식, 서양식 복장에 대한 사대주의적 집착이야말로 정말로 국민을 위해 신성해야할 국회를 모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겉보단 속이 중요하다는 속담은 이런데 두고 쓰라고 있는거 아닌가 ?  
유시민 씨의 캐주얼한 복장이 인기영합주의로 비추어 졌다는 그건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 국회의 그 쓸대없는 형식들의 파괴라는 것을 당신들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 당신들은 왜 그럴 용기가 없는가 ?

학창시절의 검정 교복
중학교때 교문을 들어서면 손에 매끄럽게 잘 빠진 선도봉을 들고 복장 검사를 하던 선도주임 선생님이 있었다. 모자는 잘 썼는지, 뺏찌는 잘 달았는지, 목을 뻗뻗하고 깔끄럽게 하던 하얀 플라스특 목 각대는 둘렀는지 일일히 검사하며 그렇지 않으면 교문 바로 옆에서 업드려뻗쳐를 시키거나 무릅 꿇고 두손 들어를 외치던 선생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그리운 시절이지만 그때 내가 그토록 자랑 스럽게 입고 다니던 검정 교복의 모양이 일제시대의 그 것이라는 가르침을 준 선생님은 그시럴 단 한 분도 없었다.
세월이 지나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어 옷을 자유롭게 입기도 하고, 세련된 새 교복들이 나오기도 하면서 대한 민국 사회는 훨씬 자유롭고 활력있어 보였다.
유시민 논란도 그런거 아닐까 ?
국회 등원 길에 양복이 아닌 놈은 무릅꿇고 손들어를 시키는, 그 시절 선도주임의 애정없는 선도봉을 유시민에게 휘둘러 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대한민국 국회에서 서양식 정장만이 아닌 다양한 복장들 더 세련된 복장들을 입고의원들이 등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일하기 편한 옷, 국민들이 즐겨입는 옷을 입고 온 것이 신성한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면 내가 모독할 신성한 국회는 이미 없다.    

  더우기 안타까운 것은 재외동포신문 칼럼 난에서 이런 논조의 기사를 보았다는 점이다.  나는 적어도 재외동포신문 발기의 본질 중에 하나가 한국사회의 구습과 관료화로 인해 외면당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에 대한 애정. 소수자에 대한 관심, 한국의 동포사회에 대한 불평등한 구조의 철폐 등에 있다고 생각했다.
썩은 냄새 나는 복장 논란에 재외동포 사회가 귀기울일 힘으로 동포사회의 보다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들에 진지한 고민과 관심을 돌려야하기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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